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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 3대에 걸친 비극적 가족사 초점
- 정조 이야기로 완결성도 갖춰
'왕의 남자'를 비롯해 '황산벌'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평양성' 등 다양한 색깔의 사극 영화에 도전했던 이준익 감독이 송강호·유아인 주연의 '사도'(16일 개봉)를 통해 정통 사극에 도전했다.
'사도'는 영조와 사도, 그리고 정조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친,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제대로 알지 못한 가족사에 집중한 영화다. 이 감독은 "'사도'를 통해 56년간 3대에 걸친 인과관계를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전작을 통해 깊이 있는 세계관과 역사의 이면을 바라보는 통찰력,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애정을 담아온 이 감독은 이번 '사도'에서도 자신만의 시각으로 조선의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를 그려내고 있다.
-지난해 만났을 때 '사도'를 이야기하면서 "뻔하면 내가 하겠느냐"고 했다. 영화를 보니 그 약속을 지켰다.
▶'사도'는 가족사 때문에 찍은 영화다. '사도'는 8일간의 현재 속에 56년의 가족사가 흘러간다. 만일 '사도'를 왕과 궁궐의 이야기나 권력투쟁, 당쟁의 드라마로 그릴 거라면 안 했을 것이다.
-영조를 연기한 송강호나 사도의 유아인 모두 기가 센 배우들이다. 촬영 현장에서는 어떤 분위기였나.
▶둘 다 무서운 배우다. 불필요한 연기 지시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이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는 환경만 조성하면 됐다. 감독은 자신의 의무인 캐스팅을 하고 100% 믿으면 된다. 난 촬영하면서 송강호 씨 자체가 영조로, 유아인 씨 자체가 그냥 사도인 것으로 생각했다. 송강호 씨가 영조가 돼주길 바란 것이 아니다.
-촬영 현장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감독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데 이번 '사도'는 지금까지 촬영 현장 중 가장 디테일이 필요했던 만큼 진지했을 것 같다.
▶나는 자유방임주의자다. 나처럼 간섭 없는 감독은 없다. 스태프들도 각자 책임지면 된다. 이번에도 '원 테이크 오케이'였다. 배우가 한 번 더 가자고 하면 다시 한 번 촬영했다. 자만 같은 이야기지만 '원 테이크 오케이'에 진실이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테이크부터는 이성이 커진다. 자기가 연기하는 것을 의식하게 되고, 그것은 관객에게 들킨다.
-후반부에 비가 오는 가운데 영조가 죽어가는 뒤주 속 사도에게 걸어오며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비극적 감정이 다 드러난다.
▶그 장면은 판타지라 할 수 있다. 이 장면에 설득력이 있다면 그건 배우들의 어마어마한 흡입력 때문일 것이다. 특히 송강호 씨는 장장 9분간을 표정으로 심리를 보여준다. 감정은 심리에서 분출된다. 이성과 감성 사이에 심리가 있다. 비유하자면 지구 내부의 마그마가 심리다. 항상 부글거리다가 약한 구멍을 찾아서 터지는 화산이 감정 폭발이다. 인간은 지구의 곰팡이다. 곰팡이에는 두 종류가 있다. 부패와 발효하는 곰팡이가 있다. 비극은 부패한 것이고, 그것을 발효시킬 필요가 있다. '사도'는 비극을 발효시켜서 승화하려는 의도가 있다.
-영조와 사도가 죽은 후 이들의 손자이자 아들인 왕이 된 정조의 이야기가 꽤 길게 등장한다.
▶'사도'는 서자와 적자 출신의 왕과 세자를 통해 사회적 신분의 왕과 가족관계의 아버지라는 분리된 삶을 사는 것이 비극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정조를 통해 그 관점을 완결성 있게 보여줘야 했다. 영조가 죽으면서 끝내면 길다는 이야기도 안 나왔을 테지만, 그 주제는 놓쳤을 것이다.
-다음 영화는 윤동주 시인의 삶을 그린 '동주'다.
▶흑백영화이고, 저예산으로 찍었다. 올 12월 개봉한다.
# 역사적 사실에 현대인에 소통의 중요성 일깨워
■ '사도', 영화의 여운을 책으로 만나다
영화 '사도'는 어떤 순간에도 왕이어야 했던 아버지 영조와 단 한 순간이라도 아들이 되고 싶었던 세자 사도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담아낸 이야기. 압도적인 몰입감으로 역대 최고급 정통사극의 탄생을 알린 '사도'의 개봉과 동시에 1년간의 집필 기간을 거쳐 완성된 소설 '사도-아버지와 아들의 기억', 역사서 '버림받은 왕자, 사도'가 지난 14일 출간됐다.
소설 '사도-아버지와 아들의 기억'은 비극으로 치닫는 영조와 사도 부자의 이야기를 비롯해 그들을 둘러싼 배경까지 확장해 소개한다. 또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와 정신과 전문의 김현철이 바라본 영조와 사도의 관계에 대한 풀이는 단순한 역사를 넘어 현시대의 부자 갈등을 되돌아보게 한다. 함께 수록된 '사도' 시나리오 집필진의 기획 노트는 독자에 색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이준익 감독은 "'사도'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소설로 다시금 우리 역사가 재조명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역사서 '버림받은 왕자, 사도'는 한국사 전문가 스타강사 설민석이 '영조'와 '사도'의 얽히고설킨 애증의 관계를 더 쉽고 친근하게 풀어냈다. 설민석은 "비극적인 3대의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역사서의 집필 의도가 단순히 역사적 사실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 현대인에게 관계와 소통의 중요성을 알려주기 위함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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