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어느 자리에서나 빛나는 배우 엄정화가 코믹 휴먼 드라마 '미쓰 와이프'에서 따뜻한 웃음을 선사하며 극장가를 찾는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미쓰 와이프'는 승률 100%의 잘 나가는 싱글 변호사 이연우가 우연한 사고로 하루아침에 남편과 애 둘 딸린 아줌마로 한 달간 살게 되면서 겪는 유쾌한 인생반전을 그린 영화다. 엄정화는 뒤바뀐 삶을 살게 되면서 가족 간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이기적으로 살았던 변호사의 삶을 반추하게 되는 이연우 역을 맡아 웃음과 감동을 준다.

엄정화는 코믹하면서도 섬세한 감정 연기로 '역시 엄정화'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애를 느끼는 모습은 20여 년 연기생활 경험이 녹아든 연기였다. 영화 '댄싱퀸' '몽타주' '관능의 법칙'에 이어 '미쓰 와이프'에서 절정의 연기력을 뽐내고 있는 엄정화와 즐거운 데이트를 했다.

-영화는 '관능의 법칙' 이후 2년 만이다. 코믹한 휴먼 드라마라는 장르의 특성을 잘 살린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솔직히 긴장을 많이 했는데 시사회 이후 반응이 좋아서 기쁘다. 시간이 갈수록 할 수 있는 역할이 적어져 한 작품 한 작품마다 애착이 많이 가고 소중해지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영화로 생각지도 않게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니까 신기하다.

-강효진 감독이 "엄정화 씨는 말 안 할 때는 변호사 이연우, 말하면 아줌마 이연우가 된다"고 했다. 이 말에 공감하는가.

▶무슨 느낌인지는 알겠다. 말하지 않으면 차갑게 보이는데, 실은 그런 느낌도 좋다. 사실 차가운 사람은 아니다. 친해지면 편하다고 한다.

-대표적인 미남 배우 송승헌 씨와 부부로 출연했다. 송승헌 씨는 시청 공무원인 남편인데, 영화 대사에도 나오듯 '쓸데없이 너무 잘 생긴' 미남 아닌가.

▶그 대사는 송승헌 씨가 캐스팅되고 새로 생겨났다. 송승헌 씨 캐스팅 이야기를 듣고 너무 의외라서 깜짝 놀랐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남편이 잘생긴 송승헌이다'라는 설정이 신선했다. 이 영화는 판타지 아닌가. 또 남자배우라면 이 역할을 하고 싶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아내에게만 해바라기인 남편 역할은 멋지지 않나. 이 영화는 부부들이 봐도 좋겠다.

-아줌마 이연우는 두 아이의 엄마라 아역 서신애, 정지훈과도 호흡을 맞춰야 했다.

▶촬영하면서 아이들과 친해졌다. 특히 지훈이는 나를 무척 좋아해서 껌딱지처럼 붙어 다녔다. 어른들 눈치 보고 잘 보이려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이 또래 아이처럼 옆에서 계속 이야기를 했다.

-변호사 시절 재벌 손자의 성폭행 사건을 변호했던 반대 상황을 엄마가 돼서 딸을 통해 경험한다. 학교에서 재벌가 학생 변호사의 이야기를 듣고 화장실에서 오열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자신을 돌아보면서 느끼는 부끄러움과 회의감을 표현하고 싶었다. 딸이 "저 사람들 우리 이길 수 없잖아. 그냥 합의해주자"고 할 때 마음 아팠다. 약하니까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

-영화처럼 한 달간 남의 인생을 산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예전에 비슷한 질문에 대해 발레리나라고 했는데,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의 삶을 살고 싶다.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발레리나가 돼서 가수와는 다른 무대의 희열을 느껴보면 어떨까 싶다.


# 차가운 변호사 -두 아이 둔 아줌마

'미쓰 와이프(사진)'가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잘나가는 변호사에서 아줌마로 바뀌는 이연우 캐릭터의 극적인 변화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것이었다. 도도하고 세련되며 누구보다 화려한 삶을 살던 싱글 변호사가 평범한 가정의 아이 둘 딸린 아줌마로 변모했을 때 그 상황이 얼마만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가 고민이었다. 강 감독은 아줌마로 변한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부하는 '연우'의 심리와 모습을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그려내고자 했다.

연우 역을 맡은 엄정화 역시 캐릭터에 대한 철저한 사전 준비와 고민을 더 해 변호사 연우는 더욱 이기적이고 냉철한 캐릭터로, 반대로 아줌마 연우는 겉모습만 변했을 뿐 변호사로서의 말투와 습관은 그대로인 인물로 설정해 아이러니한 매력의 '싱글 VS 아줌마' 캐릭터를 완벽히 표현해냈다. 엄정화는 "캐릭터가 바뀌었을 때 무조건 정색만 하는 게 아니고, 그 안에 관객이 웃을 수 있는 톤을 가져야 해서 어려웠다. 변호사 연우가 생뚱맞은 장소에 왔을 때 느끼는 패닉 상태의 감정이나 표정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엄정화는 총 45회차 촬영 분량 중 40회차에 이르는 많은 분량을 소화했음에도 늘 변함없는 페이스와 연기로 현장을 이끌며 작품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었다.

한편 미술 작업에서도 '두 연우'의 가정을 상반된 콘셉트로 담아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미경 미술 감독은 변호사 연우의 공간은 도시적이며 차갑고 세련된 느낌으로, 그리고 아줌마로 변했을 때의 공간은 집과 가족이 주는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더하는 데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