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디너'의 한 장면.

자녀들이 벌인 끔찍한 범죄를 마주한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헤르만 코흐의 베스트셀러 소설 '디너'를 영화화한 '더 디너'는 서로 다른 신념을 갖고 살아온 두 형제가 자신들의 아이들이 벌인 범죄를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양심의 갈등을 그린 영화다.

나쁜 범죄자라도 변호 받을 권리가 있다고 믿는 변호사 형 마시모와 이상적인 삶을 추구하는 의사 동생 파올로는 정기적으로 부부 동반으로 저녁 식사 모임을 가진다. 서로의 가치관을 인정하지 않는 두 형제에게 어느 날 끔찍한 비보가 날아든다. 파티에 갔던 자신들의 아이들이 술에 취해 노숙자를 폭행해 사망하게 한 것이다. 절망적인 상황에 맞닥뜨린 두 형제는 어떤 결론을 내릴까?

타인의 비극적인 사건을 접했을 때 이성적으로 사고하거나 양심적으로 행동하는 일은 쉬울 수 있다. 하지만 막상 그 일이 자신에게 벌어진다면, 그것도 가장 사랑하는 자식의 일이라면 더욱 옳은 사고와 행동을 하는 것이 어렵다. '더 디너'는 단순한 이야기 속에 인간의 양심과 도덕, 위선, 욕망 등의 다양한 속내를 발가벗긴다.

영화는 끼어들기 운전 시비로 촉발된 총격 사고로 벌어진 사건을 두고 두 형제의 서로 다른 가치관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묵직한 이야기에 걸맞게 초반에는 클로즈업을 많이 사용해 불안하면서도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불편함을 느낄 때쯤 자녀가 범죄를 저지르고, 어느새 그 사건으로 갈등하는 부모에게 감정이입이 되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생각에 잠기게 한다. '형의 딸 탓에 착한 우리 아들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동생 부부나 언제까지 사고 치는 딸의 방패막이 될 수 없다는 형의 모습은 부모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사별한 전처의 무덤에서 꽃을 갈아주며 딸을 잘못 키웠다고 혼잣말하는 형의 모습은 안쓰럽게 다가온다. 엔딩의 암전과 함께 사운드로만 찾아오는 충격적인 사건은 이 영화의 여운을 길게 남긴다.

진지한 드라마임에도 시종 긴장감을 유지하며 사람의 심리를 섬세하게 잡아낸 이바노 데 마테오 감독의 연출과 두 형제로 출연한 알렉산드로 가스만과 루이지 로 카시오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다. 도덕적 딜레마를 통해 영화를 보고 사유하고 이야기할 거리를 만들어준 '더 디너'는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라벨 유로파 시네마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수상했다. 1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