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따라 기암괴석과 겹겹이 쌓인 산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구이린 리장에서 뱃사공이 한가로이 노를 젓고 있다.

- 라오스 인접 광시에 위치
- 계수나무서 지명 유래
- 끝없이 펼쳐진 산수절경
- 예부터 그림·시 배경 돼

- 길이 83㎞ 굽이굽이 리장
- 유람선 관광이 백미
- 야오산 케이블카도 색달라

- 장예모가 연출한 야외극
- 수상 무대서 감상할 수도

끝없이 산수 절경이 펼쳐진 중국의 '구이린'은 한 폭의 그림 같은 곳이다. '계수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곳'이라는 뜻으로 우리에게는 '계림'으로 알려진 구이린은 빼어난 풍치로 예로부터 중국의 시와 그림의 소재가 됐다. 구이린은 중국에서 예로부터 '천하제일'이라고 알려질 만큼 아름다움을 인정받았다. 지각변동으로 인해 쌓였던 석회암이 수면으로 상승하면서 이뤄진 기암괴석과, 푸른 잎이 풍성한 계수나무 그리고 유유히 흐르는 호수는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구이린은 지리적으로 동남아시아 라오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동북부에 있다. 따라서 연평균 기온이 19도 정도인 아열대 기후로 사계절 내내 따뜻하다.

■중국 화폐 20위엔 담긴 그림 같은 절경

관광의 핵심은 구이린에서 작은 항구마을인 '양숴'까지 83㎞ 구간에 걸쳐 흐르는 '리장(漓江)'을 꼽을 수 있다. 기암괴석 사이로 뱃사공이 노를 젓는 모습이 담긴 중국 화폐 '런민폐' 20위엔 뒷면은 이곳을 배경으로 한다. 구이린 시내에서 한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달리자 리장 선착장이 나왔다. 명승지인 만큼 세계 각국 관광객들로 붐볐다. 선착장에는 관광객을 기다리는 유람선들이 즐비했다. 배를 타고 왕복한다면 4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대부분 편도를 이용하고 돌아올 때는 관광버스를 탄다. 아늑한 배에 올라타자 곧 2층으로 올라와 전경을 관람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리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 선착장에서 '싱핑'에 이르는 40㎞ 구간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산봉우리들이 치솟고 맑은 강물이 굽이굽이 흘러내려 마치 신선이 사는 곳 같았다. 배 안에서는 뷔페식으로 식사도 할 수 있지만 바깥 구경을 하느라 리장의 수려한 풍광에 취해 밥 먹는 것도 잊게 된다. 리장 유람의 종착지인 양숴에서 운이 좋다면 중국 전통의 '가마우지 낚시' 장면을 볼 수 있다. 오리처럼 긴 목을 가진 가마우지가 생선을 잡으면 낚시꾼들이 새의 입을 벌려 생선을 꺼내는 방식이다. 배에서 내리면 14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고풍스러운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기념품 가게와 숙박시설, 크고 작은 카페와 레스토랑도 많아 여행자들로 붐빈다.

구이린 지역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야오산도 빼놓을 수 없는 관광 코스다. 해발 903m, 높이는 760m에 이르는 야오산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케이블카를 타면 된다. 구이린의 산들이 대개 돌산으로 이뤄진 반면 야오산은 흙으로 이뤄져 있고 푸른 나무들이 빼곡해 멋진 경관을 자랑한다.

중국 송대의 대표적인 시인 도연명이 지은 도화원기에 나오는 무릉도원을 테마로 한 '세외도원'도 관광객을 유혹한다. 배를 타고 강을 유람하면서 소수민족인 좡족의 삶을 엿보고 다양한 풍광을 관람할 수 있다. 밤에는 북경올림픽 개막식을 연출했던 장예모 감독의 연출작 '인상유삼제'를 즐길 수 있다. 장예모 감독이 5년 동안 준비해 2004년에 무대에 올린 수상 야외극이다. '인상적인 유씨네 집 셋째딸'이라는 뜻을 가진 인상유삼제 공연을 총출연자 600여 명이 배를 타고 나와 리장과 산봉우리 등 자연을 무대 삼아 노래와 춤을 추면서 펼친다. 화려한 조명과 레이저쇼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코끼리코·기이한 동굴 등 볼거리 풍성

	일월쌍탑. 아시아나항공 제공

구이린 시내도 볼거리가 풍부하다. 구이린은 정치·문화·경제적으로 2000년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1947년 난닝으로 성도를 옮기기 전까지 광시 지방의 중심도시였다. 두슈펑 정상으로 올라가면 구이린 시내와 리장, 주변 봉우리가 한 폭의 산수화같이 펼쳐진다. 구이린의 상징인 코끼리 모양의 바위산이 있는 '샹산공원(象山公園)'은 명승지다. 구이린 시내에는 유명한 리장과 더불어 '타오화장(桃花江)'이 흐른다. 이 두 강이 만나는 곳에 코끼리가 물에 '코'를 박고 물을 마시는 모습의 '샹비산'이 있다. 코와 몸통 부분은 암석이고, 그 위로 수림이 형성돼 있다. 구이린 관광 엽서에 빠지지 않는 전경이 이곳이다. 공원에는 코끼리 동상과 코끼리를 마스코트 삼은 다채로운 이미지가 있다. 구이린 도심에 있는 '노적암'(盧笛岩)은 카르스트 지형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아름다운 동굴이다. 총길이가 2㎞인데 500m 정도까지만 관람할 수 있다. 석만 석주 종유석 등이 화려한 조명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아침노을, 설경, 폭포, 동해 용궁, 하늘에 떠 있는 쌍기둥, 손님에게 인사하는 사자 등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밤에는 '량장쓰후(兩江四湖)'를 배를 타고 유람하는 코스가 인기다. 구이린을 흐르는 두 개의 강인 '리장' '타오화장'과 4개의 호수를 테마별로 둘러보게 된다. 왕복 2시간에 걸쳐 비록 모조품이지만 개선문이나 금문교 등은 물론 구이린의 상징인 일월쌍탑(금탑은탑)과 각종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여행팁

- 쌀가루로 빚은 국수, 새우볶음이 별미
- 인천서 4시간…9~11월 부산 직항 열려

	양숴에서 가마우지 낚시를 하는 사공.

구이린에서 맛봐야 하는 음식으로는 '쌀가루국수'가 있다. 쌀가루를 반죽한 다음 경단 모양으로 빚어 물에 끓인 후 다시 얇고 긴 모양으로 빚어 돼지고기나 소뼈를 우려낸 육수에 넣어 만든다. 리장에서 나는 새우를 원료로 구이린 산화주를 넣고 볶은 '리장새우볶음'도 별미다. 리장의 물이 깨끗하고 차 새우 육질이 연하고 고소하다. 붉고 향기가 그윽해 술안주로 손색없다. 오리고기를 작게 토막으로 썰고 은행과 각종 조미료를 넣어 시루에 올려 약한 불로 쪄서 만든 '은행 오리찜'도 구이린이 자랑하는 대표 음식이다.

장자제와 함께 중국 명승지로 손꼽히는 구이린에 가려면 인천에서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해서 가면 편리하다. 목요일과 일요일 주 2회 오후 8시30분에 인천을 출발하면 4시간 만에 도착하게 된다. 에어부산도 오는 9~11월께 부산~구이린 직항을 부정기편으로 운항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을 이용한다면 인천에서 난닝으로 가서 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

중국 구이린=글·사진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