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바(千葉) 현 이온몰 마쿠하리 신도심점 매장 내 샐러드바에서 고객들이 쇼핑하고 있다.

- 고령화·핵가족화로 소량 구매
- 뷔페식 샐러드 바, 소포장 반찬
- 생선 등 조리 필요없게 판매

- 음식 당일 구매해 먹는 문화
- 신규점 즉석식품 매장 늘려
- 노년층 대상 'GG스토어' 운영

일본 최대 유통업체 이온(AEON)의 소매점 이온몰에는 조그마한 카트가 눈에 띈다. 우리나라로 치면 손에 들 수 있는 장바구니 한 개가 들어갈 정도의 크기다. 실제로 쇼핑객들은 장바구니 하나 정도의 양만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 대형마트의 카트가 이렇게 작은 이유는 무엇일까? 대형마트에서의 구매 패턴이 '소량 구매'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1인 가구 및 맞벌이 부부가 늘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일본의 사회상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온몰은 이러한 소비 성향을 반영한 간편 가정식(HMR) PB(Private Brand) 상품을 발 빠르게 선보이고 있다.

■손 갈 필요 없는 간편 가정식

	팩에 담아 판매되는 반찬 PB 상품. 황윤정 기자

일본 이온몰 중 두 번째로 규모가 큰(19만2000㎡·5만8000평) 마쿠하리 신도심점 입구에 들어서면 매장 안까지 길게 늘어선 샐러드 바를 볼 수 있다. 감자, 야채 등 총 30가지 종류의 샐러드가 뷔페식으로 전시돼 소비자가 원하는 양 만큼 구매할 수 있다. 이온몰의 '마이 셀렉트 델리(my select deli)'는 '원하는 음식을 원하는 만큼, 풍부한 종류 중에서 내 취향대로 고른다'는 콘셉트 아래 운영된다. 매장 점원은 "샐러드 제품은 20~30대 여성 고객층이 가장 선호한다"고 말했다.

샐러드 바 옆에는 소포장된 반찬을 모아놓은 코너가 있다. 초밥 해조류 젓갈 등 가정용 반찬을 1~2인용으로 진공 포장해 간편하게 한 끼 음식으로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팩 상품 대부분은 이온의 PL(Private Lable) 상품으로 '톱밸류(Topvalu)' 브랜드를 달고 있었다. 생선도 양념해 구운 상태로 판매해 가정에서 요리할 필요가 없다. 튀김은 점내에서 즉석 가공해 따뜻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일본의 편의점들이 튀김을 점내 가공해, 상온 진열하는 대형마트보다 따뜻한 상태에서 먹을 수 있도록 한 데 대한 경쟁 전략이다. 이처럼 이온몰은 '레디 투 밀(ready to meal)'을 표방하며 전자레인지만 돌려 바로 먹을 수 있는 식품을 점차 늘리고 있는 추세다.

대형마트가 즉석식품을 강화하는 것은 고령화와 핵가족화가 진행되고 일하는 여성이 증가하면서 요리를 하지 않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일본 총무성의 가계 조사에 따르면 세대 당 식품 지출액 중 HMR 구입비와 외식비 비중이 2012년에 이미 41.6%에 달했다.

이온그룹 마케팅 부문의 쇼타 츠무라 매니저는 "점포마다 먹을거리 구색이 다르다. 맞벌이 부부가 많이 살고 있는 지역에 위치한 신도심점은 소비자들이 요리에 오랜 시간을 쓸 수 없는 만큼 간단하게 먹는 제품을 갖춰 놓는다"고 말했다.

또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건강식을 선보이는 것도 특징이다. 이온몰 측은 영양소가 골고루 갖춰진 먹을거리를 저렴하고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당일 쓸 만큼 소량 구매

이온몰의 카트가 작은 또 다른 이유는 당일 필요한 양 만큼 장을 보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형 냉장고를 가정에 갖추지 않고 있는 일본에서는 그날 먹을거리를 그날 사서 바로 먹는 음식문화가 일반적이다. 특히 노년층의 경우 오전에 매장을 방문해 점심용과 저녁용을 함께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화를 반영해 이온은 신규점마다 즉석식품 매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대형유통채널의 가장 큰 경쟁 상대는 편의점이다. 편의점은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도시락 분야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 슈퍼마켓은 지역별로 점포 규모를 다르게 해 고객 수요에 세부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외곽에 있는 점포는 몰(mall) 중심이며, 장시간 이동이 어려운 노년층을 대상으로는 도심형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식이다. 55세 이상 소비자는 GG(그랜드 제너레이션)이라고 해 노년층 전용 매장인 'GG스토어'도 운영 중이다. 과거 유행했던 음악을 틀어주고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문화·독서 교실을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쇼타 츠무라 매니저는 "독신 가구나 고령자 등 소비자들의 세부적인 수요에 맞게 상품을 구상하는 것이 이온의 판매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도 간편식 경쟁 치열

- 아침 시간대 먹을거리 매출 쑥…죽·파스타·주먹밥 등 잇단 출시

	세븐일레븐의 아침 간편식 '우리들의 아침시간' 상품.

우리나라도 시간에 쫓겨 아침을 거르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면서 편의점을 중심으로 아침 간편식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18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1~2인 가구 증가와 바쁜 생활 패턴 등의 영향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아침 먹거리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씨유(CU)의 경우 지난 1~2월 아침 시간대(6~10시) 샌드위치, 제빵, 김밥, 우유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최대 36% 증가했다.

아침 시간대 매출에서 간편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2년 19.4%, 2013년 21.5%, 2014년 24.7%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세븐일레븐도 아침 시간대 삼각김밥의 매출 비중이 2013년 21.7%에서 지난해 23.5%로, 샌드위치는 22.9%에서 24.6%로 증가했다. 이는 아침 식사를 편의점 간편식으로 대체하는 소비자들이 늘기 때문이다. 업계는 2009년 7000억 원대였던 아침 식사 시장이 올해에는 1조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편의점 업체들이 이런 소비 트렌드에 따라 간편식을 속속 개발하면서 1인 가구나 맞벌이 가구를 겨냥하고 있다. 씨유는 올 들어 'CU에서 아침을'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아침 시간대에 모닝 머핀, 커피 등으로 구성된 'CU 모닝 세트' 구매 시 최대 37%를 할인한다. 지난달에는 본죽과 손잡고 '아침엔 본죽', '전복버섯죽', '참치죽'을 출시했다.

세븐일레븐은 '맞춤형 아침 식사'를 테마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달 '우리들의 아침시간'이라는 조리빵 브랜드를 만들어 '올리브 햄 에그머핀', '베이컨 치즈 베이글'을 출시했다. 여성을 겨냥한 '크렌베리 치킨샐러드 파스타'도 전략 상품이다. GS25는 지난해 도시락 10종, 주먹밥 15종, 샌드위치 11종을 새로 출시했다. 올 들어 '진짜사나이-햄참치마요' 등 잡곡 주먹밥과 2~5월 한정 상품인 딸기 샌드위치 등도 출시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업체별로 고객의 취향을 반영한 상품을 속속 출시하며 경쟁도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쿄=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