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바(千葉)현 이온몰 마쿠하리 신도심점 전경. 이온몰 제공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유통업계는 차별화한 상품 개발 및 마케팅 전략으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쟁력 있는 PB(Private Brand·자체상표) 상품으로 탄탄한 매출 실적을 쌓아가는 일본 최대 유통기업 이온(AEON) 현장 취재를 통해 불황기 일본 유통업계의 생존 전략을 알아보고 국내 대형 유통업체 현황을 점검해본다.


- 식료품부터 공산품까지 다양
- '톱밸류' 관리 위해 자회사 운영
- 신상품 개발에 인력 대거 투입

- PB상품 중 식품비중 가장 높아
- 맥주·아동가방 등 최고 인기

- 기업 이미지·경쟁력 향상 수단
- 지역특산물 활용한 상품 준비

일본 최대 유통업체 이온(AEON)의 소매점 이온몰 마쿠하리 신도심점이 자리한 지바(千葉)현 지바시 미하마구는 '이온 도시'라는 이름이 어울릴 법 했다. 총 4개 몰로 이뤄진 이온몰은 영업 면적만 19만2000㎡(5만8000평). 한국의 대형마트(3000㎡) 63개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다. 전국 이온몰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로, 그룹 본사 인근에 있는 이온몰의 플래그십 스토어다.

2013년 12월 문을 연 이온몰 마쿠하리 신도심점은 체험형 쇼핑센터를 표방한다. 매장은 그랜드몰 패밀리몰 액티브몰 펫(pet)몰 등 라이프스타일별로 상품을 모아 하나의 몰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스포츠·레저 용품을 판매하는 액티브몰과 애완동물을 위한 교육장, 병원, 관련 쇼핑 시설 등이 마련된 펫몰은 소득 수준이 높아진 일본 소비 트렌드가 반영됐다.

	이온몰 직원이 PB '톱밸류 배리얼' 맥주를 소개하고 있다.

일본 최대 유통기업의 운영 노하우가 결집된 마쿠하리 신도심점의 슈퍼마켓 매장은 이온이 만든 자체상품, 이른바 'PB' 상품으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반찬류나 간장 같은 식료품은 물론 세제나 머그컵 같은 공산품에서도 모두 '이온(AEON)' 브랜드 이름을 볼 수 있었다. 이온 PB상품의 통합 브랜드인 PL(Private Label)인 '톱밸류(Topvalu)'는 차별화·세분화 된 상품으로 소비자들의 쇼핑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온그룹은 이온 PL의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 '이온 톱밸류 주식회사'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톱밸류 주식회사는 28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며 상품 개발과 프로모션을 담당하고 있다.

이온그룹 마케팅 부문의 쇼타 츠무라 매니저는 "신상품 개발에 가장 많은 인적 자원이 투입된다. 특히 마쿠하리 신도심점은 본사와 인접해 다양한 상품을 시범적으로 출시해 매출을 추정한다. 평판이 좋으면 전국 점포에서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패션잡화 가정용품 생활용품 다양한 PB 상품이 개발되지만 그 중에서도 식품 비중이 가장 높다. 이온의 맥주 PB인 '톱밸류 배리얼(Barreal)'은 최고 인기 상품이다. 쇼타 츠무라 매니저는 "소비자들 사이에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일본의 유명 맥주 산토리(Suntory)의 프리미엄 제품과 맛이 비슷하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신규 고객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톱밸류 배리얼은 한국 맥주 회사인 하이트가 생산을 맡고 있다.

PL의 '공격적 확장'은 비식품 부문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일본의 유명 아동 가방 브랜드이자 한국 시장에서도 인기 있는 '란도셀'은 이온의 PB 상품이다. 현재 일본 내에서 TV 광고도 진행하며 적극적인 홍보를 펼치고 있다.

PB 상품은 일반 상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장점이 있는 대신 품질이 낮다는 인식이 많다. 이온도 과거에는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최근 2년 사이에는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며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와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PB 상품을 활용하고 있다. 쇼타 츠무라 매니저는 "품질이 떨어지면 기업의 이미지가 떨어지고, 바로 고객 이탈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세븐일레븐 같은 편의점도 PB 상품을 속속 출시하며 힘을 쏟고 있는데,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면 품질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온은 앞으로 지역별로 특화된 톱밸류 상품을 선보일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지역맞춤형 PB 상품'을 통해 지역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쇼타 츠무라 매니저는 "같은 된장국이라도 관서 지방은 하얀 된장, 관동 지방은 붉은 된장을 좋아한다. 지역별로 입맛이 다른 특징을 PB 상품에도 반영해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국내 PB상품 현황

- LED 전구·전기렌지 등 대박…전문화·고급화로 소비자 관심 끌어

	쇼핑객들이 이마트 PB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국내 PL(Private Label·자체상표) 상품도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저가로만 인식되던 PL 상품은 이제 품질 면에서도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상품 구색도 단순 생필품 위주에서 보다 전문화 고급화 한 상품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허브'를 표방한 이마트는 상품 차별화의 일환으로 '생활을 바꾸는 상품' 시리즈를 출시했다. 홍삼정 비타민 등 자체 개발한 PL 상품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마트 LED 전구는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 100만 개(67억 원)를 돌파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통상적으로 LED 전구는 고효율 조명 기구지만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이마트는 중국 현지 직소싱을 통한 대량 생산으로 기존 상품보다 40%가량 가격을 낮춰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덜었다.

지난해 출시된 '이마트 러빙홈 전기렌지'는 부산 지역 이마트 전기레인지 판매 비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전기레인지 매출을 3배 이상 끌어올릴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러빙홈은 독일 쇼트사의 세란 글라스와 E.G.O사의 발열체를 사용해 품질을 높였고 가격은 시중 제품 보다 최대 50%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이마트가 출시한 '빨래시간을 반으로 줄여주는 세제'는 월 평균 2만 개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짧게 세탁해도 깨끗이 빨 수 있고 깔끔하게 헹궈지는 게 특징이다. 이마트 이종훈 마케팅 팀장은 "가사와 일을 병행하는 싱글이나 맞벌이 주부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또 의류 PL '데이즈(Daiz)'를 종합 SPA 브랜드로 키운다는 목표 아래 기존 남성 및 여성, 아동 라인의 상품을 스포츠와 신생아 라인까지 확대 론칭했다.

이 팀장은 "고객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PL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