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여덟 살 영화계 데뷔 10년차
- 충무로 차세대 배우로 성장

- 정유정 작가 원작소설 영화화
- 정신병동 입원 스물다섯 청년
- 진짜 인생 찾는 성장드라마

- 원작 속 캐릭터 기대기보다
- 자신이 표현하고픈 대로 촬영
- 공황장애 환자 편하게 연기

불과 10년 사이다. 영화 '새드 무비'에서 여덟 살 꼬마로 등장해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여진구가 10년 동안 드라마 '연개소문' '뿌리 깊은 나무' '해를 품은 달',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를 거치면서 충무로를 대표하는 차세대 배우로 훌쩍 성장했다. 한 마디로 '잘 자란' 배우이다.

현재 열아홉의 나이이지만 저음의 목소리와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얼굴로 20, 30대 여성에게 '오빠라고 부르고 싶은 배우'로 꼽히는 여진구가 28일 개봉한 '내 심장을 쏴라'에서는 스물다섯 청년으로 등장해 설렘 주의보를 발동하고 있다.

정유정 작가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이 영화는 전혀 다른 이유로 정신병동에 들어온 두 청춘이 자신의 진짜 인생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성장 드라마다. 여진구는 어린 시절에 겪은 아픈 기억 탓에 공황장애를 앓는 모범환자 수명 역을 맡았다. 그의 평화롭던 병원생활은 좌충우돌하는 성격의 승민(이민기)이 들어오면서 새롭게 변화한다.

성인으로 가는 길목에서 "빨리 성인 연기를 하기보다 시간에 맡기면서 그 시기에 맞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여진구. 그 누구보다 기대를 받고 있는 그는 천천히 '진짜 배우'로 성장하고 있었다.


-10년 전 영화 '새드 무비' 홍보할 때 귀엽게 인사했던 기억이 있다.

▶10년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외모는 어른스러워졌고, 키는 많이 컸는데 그보다는 연기 실력이 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충무로 차세대 배우'라는 호칭이 붙는다.

▶부담감보다 책임감이 생겼다. 저의 미래를 믿어주는 것으로 생각해서 감사드리고, 열심히 해서 그 기대치를 만족하게 해드리고 싶다.

-'내 심장을 쏴라'의 수명은 공황장애를 앓는 가운데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으므로 쉽지 않은 역할이다.

▶실제 정신병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간호사분께 정신분열을 가진 이들의 증세나 과거 전기충격치료에 대해서 여쭤봤다. 수명의 심리나 성격은 원작에 많이 기댔는데, 문제는 촬영 초반 원작의 수명을 의식한 것이다. 원작의 수명과 영화 수명은 다른데 소설 속의 인물을 그대로 불러온 것 같다. 이후 '내가 선택하고 표현하려고 한 것이니 부딪쳐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연기를 편하게 했다.

	영화 '내 심장을 쏴라'의 이민기(왼쪽)와 여진구.

-수명은 스물다섯 살이고, 동갑내기 친구 승민 역을 맡은 이민기와는 띠동갑이다. 나이의 괴리감은 어떻게 느꼈나.

▶나이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수명도 사회생활을 해 본 적이 없는 친구라 나이가 주는 경험은 나랑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민기 형과는 현장에서 친구처럼 지냈다. 그래서 띠동갑의 나이 차는 전혀 못 느꼈다.

-영화 속에서 수명과 승민이 정신병원을 탈출해 보트를 타고 시원하게 달리는 장면이 있다. 보트 운전면허증도 딴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장면 촬영할 때 정말 시원했다. 마치 수명과 승민이 느끼듯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정말 시원했다. 문제용 감독님도 병원 안의 답답함에서 자연 속으로 나오면서 느끼는 시원함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보트 운전면허증은 90%가 한 번에 딴다고 하는데 크게 어렵지 않았다.

-10대의 마지막 해다. 올해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올해에는 입시가 있어서 공부도 해야 한다. 허투루 보내지 않도록 하겠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연극영화과도 좋지만 연기에 도움이 되는 다른 과의 공부를 하고 싶다. 설경구 선배님과 함께 촬영을 마친 '서부전선'이 있고, 놓치기 싫은 작품이 있으면 출연할 것이다. 그리고 스무 살이 되면 치맥과 곱창에 소주를 먹고 싶다.


# 스타일리시한 정신병원 세트

- 언덕 위 하얀집 NO…발랄한 색채로 세상과 교감 노력 강조

'내 심장을 쏴라'는 영화의 초반부와 후반부, 회상 장면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사건이 수리희망정신병원에서 벌어진다. 그래서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수리희망정신병원 세트(사진)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문제용 감독은 영화 속 수리희망정신병원의 전체적인 비주얼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하얀 정신병원이 아니라 밝고 스타일리시한 정신병원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문 감독의 구상에 맞춰 전북 임실에 있는 폐의료원을 개조해서 만든 휴게실, 놀이 치료실은 전체적으로 밝은 느낌을 줄 수 있게 노란색으로 통일감을 주면서 빨간색과 초록색, 흰색 등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놀이기구와 바닥, 창문 등 내부 인테리어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승민이 점박이(박두식)를 골탕먹이고, 수명이 우울한 청소부(박충선)에게 수학을 가르쳐주며 세상과의 교감을 시작하는 공간들인 만큼 더욱 제작진의 애정이 들어간 공간 중 하나다.

승민, 수명, 김용(김정태) 만식(김기천)이 사용하는 501호 병실은 어둡고 답답한 동시에 이불 등의 소품을 통해 아늑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주어 두 가지 느낌을 동시에 가질 수 있게 했다. 병원 내 모든 환자가 두려워하는 공간인 ECT 전기 치료실과 간호사실 등은 전기 치료 도구부터 환자 차트까지 디테일한 소품들로 채워져 리얼한 모습을 구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