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휴양지 배경 1980년대 히트팝 향연

2008년 9월 개봉한 영화 '맘마미아'를 기억하는지. 그룹 아바의 히트곡을 엮은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화한 '맘마미아'는 그리스 작은 섬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행복한 뮤지컬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그리고 이번 가을 또 한 편의 흥겨운 뮤지컬 영화 '할리데이'가 우리를 유혹한다. 이번에는 1980년대를 수놓은 히트곡들과 이탈리아의 최고의 휴양지 풀리아가 관객을 맞는다.

3년 전 이탈리아 풀리아에서 사랑에 빠졌던 영국 숙녀 테일러는 언니 매디의 결혼식에 참석하려 다시 그곳을 찾는다. 그런데 언니의 약혼자가 3년 전 그 남자 라프라는 사실. 과거의 사랑을 정리하지 못한 테일러와 라프는 매디를 사이에 두고 미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여기에 매디의 옛사랑 더그까지 등장해 애정 관계는 더욱 복잡해진다.

먼저 이 영화에서 탄탄한 스토리와 감동적인 결말, 명배우들의 연기와 노래가 흘러넘치는 '맘마미아'와 같은 재미와 감동을 느낄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진부한 스토리에 엉성한 구성이 실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기대치를 낮췄다면 '할리데이'는 그 외의 요소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먼저 1980년대를 추억할 수 있는 귀에 익은 히트곡들의 향연은 아주 매력적이다.

영화 시작부터 마돈나, 조지 마이클, 휘트니 휴스턴, 신디 로퍼, 휴먼 리그, 듀란듀란, 바나나라마, 왬 등의 히트곡이 쉴 새 없이 이어지면서 어느새 함께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

히트곡들은 적재적소에 사용되고 있는데, 특히 처녀파티와 총각파티를 벌어지는 장면에서 신디 로퍼의 '걸 저스트 워나 해브 펀'(Girls just wanna have fun)과 듀란듀란의 '와일드 보이스'(Wild boys)가 흘러나오면서 교차편집되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다. 주인공들이 풀리아의 아름다운 풍경과 토마토 축제를 즐기면서 부르는, 이 영화의 원제이기도 한 카트리나 앤 더 웨이브스의 '워킹 온 선샤인'(Walking on sunshine)은 몸을 들썩이게 만든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매를 연기한 영국 배우 한나 아터튼, 애나벨 스콜리의 연기도 안정적이며, 라프 역의 이탈리아 배우 줄리오 베루티는 매력적이다. '스트리트 댄스' 시리즈의 맥스 기와와 다니아 파스퀴니 감독은 이번에도 영화와 어울리는 멋진 안무를 연출한다.

'할리데이'를 보고 나면 영화 속 노래의 원곡을 찾아 듣고 싶어진다. 개봉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