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엔터테인먼트 제공

- 단 12척 배로 330척 왜군 맞선 명량대첩 담아
- 촬영때마다 마치 내 뒤에 계신 것 같은 느낌
- 부상투혼 보여준 동료연기자·스태프들 대단
- 이순신 3부작에 계속 함께 할지는 미지수

임진왜란 6년째인 1597년, 누명을 쓰고 파면됐던 이순신 장군이 국가 존망의 위기 속에서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다. 이순신 장군은 단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에 맞서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끈다. 200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명량'은 이순신 장군과 명량대첩을 스크린에 담아냈다.

지난 30일 개봉한 '명량'에서 최민식은 영웅 이순신과 인간 이순신이란 무거운 짐을 멨다. '죽기를 각오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必死卽生 必生卽死)는 각오로 부하들의 두려움을 용기로 바꿨던 리더이자 왕과 조정의 압박에도 홀로 바다를 지킨 신하였고, 가족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한 아비였던 이순신 장군을 보여준다.

최민식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실존 인물은 '취화선'의 장승업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순신 장군 역을 맡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명량'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이 보자고 해서 술을 한 잔했다. 김 감독이 충무공뿐만 아니라 일제 강점기의 독립운동까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그때 잘 만든 상업영화로 우리가 잊고 있었던 가치(충성, 조국, 의리, 용기 등)를 보여주자고 했다. 그 의도가 술기운 때문인지 근사해서 '오케이' 했다. 다음 날 술이 깬 후 '입이 보살이다'했다. (웃음)

-이순신 장군에 관해 많은 공부를 했다고 들었다.

▶충무공에 관한 지식은 국사 시간에 배운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난중일기'부터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후손의 과도한 찬양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진짜 훌륭하신 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편으로는 인간적으로 이렇게 완벽한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그러면서 이 위대한 분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표현해야 하느냐는 고민에 빠졌다.

-연기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갑옷을 입고, 칼을 쓰는 육체적인 것은 시간이 지나면 적응된다. 하지만 내면이 문제다. 일반적으로 한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실존이건 허구이건 나의 상상력에 의존해 배우의 몸으로 재창작하는데 이순신 장군은 그게 안 됐다. 범접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재창작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촬영할 때 마치 그분께서 뒤에서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처음 받았다.

-'명량'에서 명량해전은 61분간 그려진다. 한국 영화사에 이런 해전 장면은 없었다.

▶김 감독과 스태프, 컴퓨터그래픽팀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또 61분의 해전 신은 함께 연기한 친구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힘들었다. "왜군과 백병전을 준비하라"고 외치면 이 친구들이 뒤엉켜 싸우는데, 귀가 찢어지는 큰 부상을 당해도 누구 칼에 맞았는지도 모를 정도로 헌신적으로 촬영했다. 내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 때 이 친구들의 연기를 보면서 힘을 얻었다.

-김 감독은 한산도대첩과 노량대첩을 더해 '이순신 3부작'을 언급했다. 다음 편이 제작된다면 함께하겠는가.

▶김 감독에게 열심히 해보라고 했다. 지금 생각으로는 엄두가 안 난다. 한 인물을 세 배우가 나눠 보여줄 수도 있지 않겠느냐. 다만 '명량'을 기폭제로 다른 감독이나 배우들도 자극을 받아 충무공뿐 아니라 우리 역사 속 인물이나 사건을 영화화했으면 한다. 그래서 한국 영화의 소재가 풍요로워지고, 역사를 진지하게 바라보는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명량' 61분간의 해상 전투 신

- 초대형 세트 제작…전무후무한 해전신 만들어

영화 '명량'은 이순신 장군을 맡은 최민식의 압도적 연기, 드라마틱한 스토리와 치열한 해상 전투 신이 묵직한 감동과 쾌감을 선사한다. 특히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61분간의 해상 전투 신은 숨 막히는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김한민 감독과 제작진은 각종 사료의 기록이 서로 다른 명량대첩을 사실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의 해석과 명량 지역의 조류 흐름, 당시 날씨와 지형의 형태 등 구체적인 조사를 통해 전쟁의 리얼리티를 구축했다.

촬영 현장에서는 리얼한 해상 전투를 담아내기 위해 전남 광양에 거대한 짐벌(Gimbal·물에 떠 있는 구조물의 동요와 관계없이 기기나 장비가 수평 및 수직으로 놓일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을 활용한 초대형 해전 세트를 제작했다. 조선 수군의 전선과 왜의 전투선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배를 건조해 해상에서 운행할 수 있도록 제작, 실제 바다에서 촬영을 감행해 생생한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배우들과 스태프는 최민식의 말처럼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리얼한 해상 전투 신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다. 배 위에서 칼과 총으로 맞부딪치는 백병전은 일촉즉발의 팽팽한 긴장감을 더한다. 위압적인 붉은색 갑옷을 입은 왜군에 맞서 사력을 다해 싸우는 모습을 비롯해 불화살에 맞아 위험천만한 상황에 빠진 조선 수군의 모습은 진한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