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것을 핸드헬드 기법이라고 부른다. 삼각대에 고정해 촬영한 것과 달리 핸드헬드 기법을 활용한 영화는 인물을 따라가면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인물의 감정 전달에 유용하다. 또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사실적인 질감으로 담을 수 있고, 관객에게 감정의 동화를 강력하게 유도할 수 있다.
벨기에 감독 다르덴 형제는 극영화 데뷔작 '약속'부터 최근작 '자전거를 탄 소년'까지 인물을 중심에 둔 핸드헬드를 통해 주인공이 처한 사회적인 맥락과 당대의 이슈를 자연스럽게 끌어내고 있다.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소년,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녀, 부모에게 버림받고 위탁가정에 맡겨진 소년, 영주권을 얻고자 위장 결혼한 여성을 쫓는 카메라는 삶을 기록하는 도구이자 사회적인 환경, 인물이 처한 팍팍한 현실을 환기하면서 관객에게 삶에 관해 함께 지켜보고 고민하기를 권한다.
'본 시리즈' 등 할리우드에서 상업영화를 만들고 있는 폴 그린그래스의 영화도 리얼리티에 중점을 둔 핸드헬드를 통해 현장감을 높이거나 긴박한 흐름을 사실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9·11 테러에 객관적으로 접근해 비행기가 추락하기까지의 과정을 세밀하게 다룬 '플라이트 93', 북아일랜드 시민의 평화적인 행진을 진압한 피의 일요일을 배경으로 한 '블러디 선데이'에서 방대한 기록을 검토하고 치밀한 고증을 통해 1972년의 비극적인 현실을 복원하는 핸드헬드는 혼란과 고통, 절규의 현장에 함께 머물기를 요청한다.
시간을 거슬러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이탈리아로 돌아가면, 로베르토 로셀리니는 전후의 피폐한 삶의 현장을 촬영했고, 뛰어난 심미안을 가진 몇몇 사람이 그의 영화에서 이야기와 사건과 무관하게 넘쳐나는 현실의 흐름과 기운을 발견했다. 이 새로운 현실은 실업과 빈곤으로 점철된 일상을 여과 없이 드러냈고 영화의 내용과 형식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1950년대 프랑스에서는 가벼운 TV 방송용 카메라와 음향장비를 들고 거리로 나가 생생한 현실을 담기 시작했다. 이들이 네오리얼리즘이나 누벨 바그로 명명된 것보다 중요한 사실은 현실 문제를 어떻게 포착하느냐는 감독의 고민과 태도가 새로운 영화적 흐름을 가능하게 했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컬러필름과 사운드의 발달, 시네마스코프 화면, 가벼워진 카메라와 장비들, 디지털 기술의 진화로 인한 혁신은 빠른 속도로 평준화되었고 계속 새로워질 것이다.
한국 영화도 유달리 핸드헬드를 사랑한다. 이는 타인에 관한 태도와 영화적 특성을 고려한 감독의 의지라기보다 감독의 스타일을 전시하기 위해 사용되거나(상업영화의 경우), 제작비 절감을 위한 산업적인 한계(독립영화의 경우) 때문이다.
장편영화의 경향을 고스란히 답습하는 단편영화도 다르지 않다. 디지털카메라의 보급과 장비의 발달, 제작 환경의 변화로 인해 표준화된 방법으로 정착되었지만, 감독의 태도와 영화가 일치하는 경우는 드물다.
새로운 태도의 미학으로 선택된 기법이 아니라면 다른 영화와의 변별력도 지니지 못한 채 일종의 트렌드로 기능할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영화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