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지 된장과 양념그릇도 고기를 구우면서 같이 불 위에 올려두고 끓이면 더 맛있다.

- 갓김치·스지된장 독특함으로 승부

조금만 걸어도 목 뒤로 땀이 줄줄 흐르는 판에 불판 위에 고기를 생각하면 벌써 덥다. 하지만 덥다고 굶을 수야 있나. 이러나 저러나 해도 더운 여름 체력 돌리는 덴 고기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고기 성애자'들을 위해 독특한 콘셉트의 고기집을 찾았다. 가게 내부를 목욕탕 처럼 꾸몄다니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가게 이름도 목간구이(051-919-1005)다. 목간은 경상도에서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목욕이란 말 대신에 많이 사용한다. 왜 하필 목욕탕을 콘셉트로 잡았냐고 물었다. 전동렬 대표는 "가게 자리를 알아보다가 목욕탕을 하던 곳이 있었다. 마음에 들었지만 여러 이유로 못 들어가게 되자 그게 아이디어가 됐다"고 대답한다. 가게 안은 롯데자이언츠의 챔피언 원정유니폼 색깔을 기본으로 조금씩 변주가 있었다. 좀더 연한 하늘색, 진하게 한 파란색 등등으로 꾸며져 있었다. 벽에는 정말 예전 목욕탕처럼 좀은 촌스럽지만 정겨운 하늘색 타일이 시공돼 있었다. 의자도 연하고 진한 하늘색 의자로 목욕탕 의자를 다리만 길게 한 모습이었다.

목간구이는 메뉴가 하나다. 안창 갈비. 소의 안창 부위와 갈비 부위를 섞어 낸다. 갓김치를 제외한 쌈채소류도 전혀 없다. 그래서 상차림새가 아주 단출하다. 그리고 녹색 플라스틱 양동이에 얼음을 담아 술과 물병을 담아 준다. 소주나 맥주가 주문 뒤 상온에서 미지근해 지는걸 질색하는 주당들을 위한 배려다.

	인테리어 콘셉트가 목욕탕이다.

그리고 스테인레스 작은 밥공기같은 곳에 간장 양념, 작은 종지에 빨간 양념이 나온다. 스지가 들어간 스지된장도 기본 메뉴. 상이 차려지면 고기를 불판에 올려두는 동시에 간장 양념도 함께 끓이기 시작한다. 찍어먹는 소스가 아니라 끓여먹는 소스도 특이했다.

우선 고기 두께는 합격점이다. 전 대표는 "반 나절 정도 양념에 잰 고기기 때문에 보통 쇠고기 굽듯 하면 타서 맛이 없다. 두께도 두툼하기 때문에 여러번 뒤집으면서 익혀서 먹어야 한다"고 했다. 끓이는 양념만을 맛보니 약간 단맛도 있고 간장의 감칠맛도 있었다. 본격적으로 고기가 구워지고 익은 고기를 입에 넣자 씹는 맛에서 만족감이 왔다. 연한 고기도 맛이 있지만 고기를 더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씹히는 맛도 중요하다. 양념에 재었기 때문에 많이 달거나 짜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적당한 양념맛과 씹는 맛이 조화로웠다.

	플라스틱 양동이에 담겨나오는 술과 음료.

구워진 고기를 끓이는 양념속에 넣어두었다가 먹어봤다. 양념맛이 더 진하게 배어들어 장조림을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여기에 소주나 맥주를 곁들이면 훌륭한 안주가 되겠구나 싶었다. 이것도 입맛에 따라 양념만 끓였다 고기를 찍어먹기도 하고 풍덩 빠뜨려 먹기도 한단다. 곁에 나온 빨간 소스는 전 대표의 말 그대로 예전 분식집에서 팔던 떡꼬치 소스 맛이었다. 많이 달지 않고 뒷맛은 약간 새콤하기도 해 양념의 단 맛을 잡아주는 효과도 있었다.

고기로 입이 조금 느끼해진다 싶으면 스지된장이 기다리고 있다. 소의 힘줄 부위인 스지가 들어가고 쌈장이 들어가 짜기보다는 구수한 느낌이 강하다. 단출한 메뉴를 다양하게 변주해 먹는 재미가 손님들을 끄는 매력이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