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혹성탈출:반격의 서막' 디지털 그래픽 담당자인 웨타 디지털의 임창의(왼쪽), 최종진 선임 조명기술감독. 이십세기폭스코리아

- 뉴질랜드 디지털그래픽 스튜디오 '웨타 디지털'서
- 디지털 그래픽의 최종 영상 완성작업 '진두지휘'
- 라이브 퍼포먼스 캡처 기술로 유인원 사실적 표현

뉴질랜드의 디지털 그래픽 스튜디오인 웨타 디지털(WETA Digital)은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킹콩' '아바타' 등으로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4회 거머쥐었으며, 2011년 '혹성탈출:진화의 시작'에서는 새로운 컴퓨터그래픽과 모션캡처 기술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10일 개봉한 '혹성탈출:반격의 서막'(이하 '혹성탈출2')에서는 그보다 더 진화한 '라이브 퍼포먼스 캡처' 기술로 영상혁명을 이뤄냈다.

'혹성탈출2'에 세계 최초로 적용한 이 기술의 중심엔 한국인 스태프 2명이 있었다. 웨타 디지털의 임창의, 최종진 선임 조명기술감독(Senior Lighting Technical Director)이 그 주인공. 이들은 디지털 그래픽의 최종 영상을 완성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두 감독 모두 한국에서 대학교를 마치고 해외로 진출해 디지털 그래픽 회사에 다니며 꿈을 키웠고, 웨타 디지털에 입사해 '어벤져스' '호빗' '아이언맨3'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작업을 해왔다. '혹성탈출2'의 개봉을 맞아 한국을 찾은 두 감독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혹성탈출2'의 작업 기간은.

▶프리프로덕션이 1년가량, 포스트프로덕션에는 6개월이 걸렸다. 웨타 디지털에는 직원 1100여 명이 있다. (임 감독)

▶'어벤져스'나 '아이언맨3'는 웨타 디지털과 다른 회사가 공동으로 참여해 2~3개월 걸렸다. 이번에는 웨타 디지털만의 독자 기술인 라이브 퍼포먼스 캡처를 사용, 단독 참여했다. (최 감독)

-이 영화는 전편에 이어 유인원들의 표정, 움직임이 더욱 사실적이었다. 라이브 퍼포먼스 캡처 기술이란.

▶기존 모션캡처는 블루나 그린 스크린 속에 유인원을 연기하는 배우의 움직임을 캡처해서 컴퓨터그래픽으로 가상 캐릭터로 만든다. 반면 라이브 퍼포먼스 캡처는 실제 로케이션에서 배우들과 유인원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함께 촬영한다. 따라서 유인원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감정을 더욱 편하게 표현할 수 있다. (임 감독)

▶배우들이 야외에서 연기하니까 실제 광선을 볼 수 있다. 블루 스크린에서 하는 평면적인 연기와 다르다. (최 감독)

-디지털 그래픽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아바타'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가.

▶디지털 그래픽 기술만 봤을 때 '아바타'와 이 영화는 마티즈와 그랜저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아바타'에 직접 참여했는데, 제작 당시에는 최신 기술이었으나 5년 동안 웨타 디지털은 기술을 개발했다. '아바타'는 외계 행성에서 일어나는 동화 같은 일이지만, '혹성탈출2'는 인간이 멸망해가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리얼리티다. 다큐멘터리적인 리얼리티를 요구해 더 많은 노력과 인력이 투여됐다. (임 감독)

-'혹성탈출2'를 관객이 어떻게 봐줬으면 하는가.

▶이 작품은 컴퓨터그래픽의 퀄리티가 아니라 인간의 지능을 가진 유인원의 연기력으로 평가를 받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컴퓨터그래픽을 잊고 실제 지능이 뛰어난 유인원들이 있다고 믿었으면 좋겠다. (임 감독)

▶인간과 유인원 간의 감정교류가 중요한 영화다. 눈만 즐거운 것이 아니라 마음도 움직일 수 있는 영화라고 자부한다. (최 감독)

-한국에는 웨타 디지털 지망생이 많다. 그들에게 선배로서 조언해준다면.

▶언어 문제로 좌절하고 시도하지 않는 분이 많다. 현재 웨타 디지털에는 20개국 이상에서 온 직원이 근무하며 비영어권이 절반이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회사에서는 그 사람이 가진 기술력과 능력, 경험을 필요로 한다. 능력만 어필할 수 있으면 일하는 데 문제가 없다. (임 감독)


# 깊이 있는 주제·혁신적 영상…전편 뛰어넘어

■'혹성탈출2'의 디지털 그래픽 대표 장면

'혹성탈출2'는 전편에 이어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진 후 10년, 시저가 이끄는 유인원들이 지구를 점령한 가운데 멸종 위기의 인류와 진화한 유인원 간의 피할 수 없는 생존 전쟁을 그린다. 거대한 스케일, 공존과 평화에 관한 깊이 있는 주제 의식, 혁신적인 영상 등은 모든 면에서 전편을 뛰어넘는다. 특히 최초로 85% 이상을 실제 야외에서 촬영하면서 배우들의 연기와 감정까지 고스란히 담아낸 라이브 퍼포먼스 캡처 기술은 '혹성탈출2'의 자랑이다.

임창의, 최종진 두 감독이 라이브 퍼포먼스 캡처 기술이 사용된 장면을 소개한다.

1. 유인원들의 다양한 털

"유인원들의 털을 표현하는 일이 힘들었다. 수천만 개의 털 하나하나를 면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데이터양이 많고 로케이션 현장의 상황에 맞게 털이 반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비를 맞은 털은 표현이 힘들다. 이번에는 맷 리브스 감독이 모든 자연조건을 촬영했기 때문에 젖은 털, 마른 털, 덜 마른 털, 정글과 도시에 있을 때 붙는 나뭇잎과 먼지를 모두 따로 만들었다. 그래서 도전적인 작업이었다." (임 감독)

2. 유인원들이 말을 타고 가는 장면(사진)

말을 탄 유인원과 타지 않은 유인원을 따로 찍었다. 수많은 유인원이 말을 타고 있는 장면 가운데 가까이 있는 것은 실제 촬영했고, 멀리 있는 것은 컴퓨터그래픽이다. (최 감독)

3. 베이비 시저

주인공 시저의 아들인 베이비 시저가 처음 등장한다. 새끼 유인원이라 작업이 쉬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베이비 시저는 항상 누구에겐가 의지하고 있어 표현이 쉽지 않았다. (최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