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리우드 톱스타서 왕실생활 적응기 그려
- 1960년대 프랑스 합병 위기 슬기롭게 대처
- 니콜 키드먼, 말투 동작 등 완벽 구현 볼거리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우아한 배우 그레이스 켈리와 현존하는 가장 우아한 할리우드 배우 니콜 키드먼이 영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에서 만났다.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는 1950년대 할리우드 톱스타였던 그레이스 켈리가 1956년 모나코의 레니에 3세와 결혼한 이후 모나코 왕실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또한, 1960년대 프랑스에 합병될 위기에 처했던 모나코를 지켜낸 실화를 그리고 있다. 그레이스 켈리는 자신의 인기와 미국인이라는 국적을 영민하게 활용해 모나코를 위기에서 구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관광 대국으로 키우는 데 일조했다.

1956년 그레이스 켈리의 결혼을 알리는 실제 뉴스릴로 시작하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는 지난달 칸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돼 기립박수를 받았다.

■니콜 키드먼의 완벽 변신

그레이스 켈리는 오드리 헵번, 메릴린 먼로와 함께 1950년대를 대표하는 여배우다. 특히 기품 있는 우아함은 첫손에 꼽혔다. 그레이스 켈리 역을 맡은 니콜 키드먼은 외모뿐만 아니라 내면에서 풍기는 그녀의 매력을 잘 표현해야 했다. 니콜 키드먼은 한 인터뷰에서 "그레이스 켈리 연기는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그녀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엄청난 가치를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그녀만의 기운이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물랑 루즈' '디 아워스' '스텝포드 와이프' 등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 표현에 일가견을 보인 니콜 키드먼은 그레이스 켈리가 되기 위해 많은 양의 사진과 인터뷰, 기자회견 자료를 참고했다. 그래서 그레이스 켈리 특유의 말투나 동작, 배우와 왕비 등 각기 다른 상황 속의 그녀를 완벽하게 구현했다. 특히 아카데미 수상 장면이나 각국 정상을 초대한 적십자 연례 연회 연설 장면 등은 니콜 키드먼의 땀방울이 느껴진다.

■영화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들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격변의 1950~1960년대 유럽 역사의 중심에 있었던 실존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먼저 그레이스 켈리를 아내로 맞이한 모나코의 대공 레니에 3세와 장남인 알베르 2세, 캐롤라인 공주와 함께 모나코를 프랑스에 합병하려던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이 등장한다. 또 레니에 3세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그레이스 켈리를 왕비 자리에 앉힌 인물로 알려진 그리스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 그와 염문설에 휩싸이기도 했던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 그레이스 켈리에게 할리우드 복귀를 제안하는 앨프레드 히치콕 감독 등이 등장해 볼거리를 제공한다.

■아름다운 모나코의 풍광과 화려한 왕실

유럽 지중해 연안 모나코는 바티칸시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다. 세금이 없는 이 작은 나라는 깎아지른 절벽과 귀족들의 부티크 빌라 및 고급 요트로 유명한 휴양관광지다. 자동차 경주 포뮬러 원(F1)과 카지노 산업도 빼놓을 수 없다. 모나코는 레니에 3세와 그레이스 켈리의 결혼 이후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유럽의 관광대국으로 떠올랐다.

영화는 모나코의 비경과 왕실의 품격을 그림처럼 담았다. 왕궁과 시장 골목, 해안가 도로와 절벽 요새 등이 등장한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해안선을 따라 뻗은 도로, 가파른 절벽 위에 세워진 저택과 성당은 가히 절경이라 할 만하다.


# 그레이스 켈리의 영화들

- 할리우드 활동 고작 6년… 외모·연기력 인정

1929년 11월 12일 태어나 52세인 1982년 9월 14일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 그레이스 켈리가 할리우드에서 활동한 기간은 고작 6년에 불과하다.

할리우드에 진출하기 전에는 브로드웨이와 텔레비전 드라마에 출연하던 그녀는 '14시간'(1951)으로 할리우드에 입성했다.

그레이스 켈리를 세상에 알린 작품은 서부영화 '하이 눈'(1952)이다. 게리 쿠퍼의 퀘이커교도 아내로 출연한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로 사랑을 받았다. 이듬해 클라크 케이블, 에바 가드너와 함께 아프리카에서 촬영한 '모감보'로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이후 스릴러의 거장 앨프레드 히치콕 감독과 인연이 시작된다. '다이얼 M을 돌려라'(1954) '이창'(1954·사진) '나는 결백하다'(1955) 등 히치콕 영화에 연이어 출연했다.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있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 '원한의 도곡리 다리'(1954)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미 해군 소속 항공대가 북한군 주요 보급로인 도곡리 철교를 폭격하는 과정을 그렸다. 그녀는 파일럿인 윌리엄 홀든의 아내로 출연했다.

그레이스 켈리는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회상 속의 연인'(1954), '에메랄드'(1954), '백조'(1956) 등에 이어 '상류 사회'(1956)를 끝으로 은퇴했다.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에도 그려지듯 히치콕 감독은 '마니'에 결혼한 그레이스 켈리를 출연시키기 위해 시나리오를 들고 모나코를 찾았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