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러 라이브

마치 원맨 밴드의 라이브 공연을 보는 느낌의 영화 한 편이 등장했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하정우 주연의 '더 테러 라이브'는 전화를 매개로 방송국 앵커와 정체불명의 폭탄 테러범이 맞대결을 벌이는 실시간 테러 중계 영화로, 하정우가 방송국 앵커 역을 맡아 영화 전 장면에 걸쳐 등장한다.

오전 9시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국민앵커 윤영화는 신원미상의 청취자로부터 마포대교를 폭파하겠다는 협박 전화를 받지만, 무시하고 넘긴다. 하지만 테러범의 협박은 사실이었고, 마포대교가 폭파된다. 불미스러운 일로 라디오 진행에서 밀려난 윤영화는 이번 사건이 기회라는 생각으로 보도국장과 마감뉴스 복귀를 조건으로 내걸고 테러범과의 전화통화 생중계에 나선다. 그런데 윤영화는 귀에 꽂힌 인이어에 폭탄이 설치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21억 원과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테러범과의 숨 막히는 전화통화는 계속된다.

'더 테러 라이브'는 상영시간 내내 라디오 부스라는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또한 범인은 마지막 순간에 등장할 뿐 하정우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이야기를 끌어간다. 한국영화에서는 유례 없었던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로 신선한 시도가 돋보이지만, 자칫 지루하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우려에 불과했다. 우선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테러범과의 전화통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과 긴박감을 자아낸다. 97분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나 싶을 정도다. 속보를 전달하는 동시에 죽음의 위협을 당하는 하정우의 심리를 담아낸 다양한 앵글은 한정된 공간이 줄 수 있는 지루함을 무너뜨린다.

테러범과의 맞대결이라는 중심 이야기 속에 하정우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보도국장, 대테러센터 팀장)의 갈등이 곁가지로 펼쳐지는 점도 돋보인다. 자신의 입신양명만 생각하는 보도국장(이경영)과 심리전을 통해 테러범을 잡을 생각을 하는 대테러센터 팀장(전혜진) 사이에서 하정우는 테러범과 목숨을 건 대결을 벌여야 한다.

'더 테러 라이브'로 데뷔한 김병우 감독은 직접 시나리오도 썼는데, 밀도 높은 구성과 인물의 심리를 잘 잡아내는 촬영 콘티로 신인답지 않은 연출력을 보여준다. 새로운 스타일과 구성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는 '더 테러 라이브'는 올여름 극장가의 복병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