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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이야기길 <5> 근대 건축물 투어

일제강점기·한국전쟁 상처-치유의 흔적 오롯이 간직한 원도심

  •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
  •  |   입력 : 2013-07-11 18:57:25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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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축지 마을 전경. 일제강점기 때 매립을 거쳐 형성된 후 마구간으로, 8·15 해방 이후 귀환동포와 피란민의 삶의 터전으로 쓰였다.
#1 40계단∼부산근대역사관

6·25 피란민들 아픔·상처 어려있는
40계단, 카페 등 문화거리로 탈바꿈

일제강점기때 독립운동 자금 댔던
백산 안희제 선생 업적 기리는 기념관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 자리 등
시대의 아픔 고스란히 그 자리 간직


#2 이바구길∼매축지 마을

부산항 한눈에 보이는 김민부 전망대
나눔의 삶 실천한 장기려 박사 기념관
유치환 시인 기념관·미술전시관 등
동구 이바구길 골목 곳곳에 숨어있어

일제시대 매립으로 만든 매축지 마을
당시 열악한 환경 아직도 남아있어


'40계단 층층대에 앉아 우는 나그네…'.
1953년에 발표돼 큰 인기를 끌었던 '경상도 아가씨' 노랫말 일부다.
전란으로 피폐해진 삶 속에 40계단에 앉아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는 나그네와 그를 위로하는 부산 아가씨의 모습을 표현했다.
일제강점기와 전란의 흔적은 부산 중구와 동구, 부산진구 지역 곳곳에 남아있다.
국제신문과 부산관광공사가 공동으로 기획한 다섯 번째 이야기는 '근대건축물 투어'다.
중구 40계단을 시작으로 백산기념관과 부산근대역사관~옛 백제병원과 이바구길~자성대, 박재혁 거리, 매축지 마을을 잇는 길이다.

■ 40계단, 백산기념관, 부산근대역사관

   
뒤에 보이는 계단이 40계단이다. 40계단은 피란민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부산 중구 중앙동과 40계단은 현재 '40계단 문화거리'로 잘 꾸며져 있다. 곳곳에 보이는 아기자기한 카페들은 40계단 문화거리와 잘 어울린다. 수 편의 국내 영화가 이곳에서 제작되기도 했다. 하지만 40계단이 가진 역사의 무게는 전혀 가볍지 않다. 피란민들은 40계단에 앉아 항구를 바라보며 가족과 구호물자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인 1953년 11월 역전 대화재가 발생했다. 부산 중구 영주동의 한 판잣집에서 발화한 불이 당시 중구 중앙동 부산역까지 번졌다. 역전 대화재가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는 이유는 겨울철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 터전에서 발생한 데다 당시 경찰국장이던 김모 씨가 판잣집 소탕의 기회로 삼고 진화를 중단시켰기 때문이다(본지 2012년 7월 3일 자 6면 보도). 40계단은 화재가 번졌던 중앙동과 영주동 사이에 있었다. 판잣집이 모여 있던 곳이었고 피란민이 모여 구호물품을 거래하던 생활터전이었다.

40계단을 올라가 마주하는 고개는 영선고갯길이다. 길을 따라 인쇄 골목이 형성돼 있다. 인근에는 부산항과 바다를 주로 그렸던 김종식(1918~1988) 화백의 생가가 있다. 주인 없이 폐허가 된 채 푯말만 남아있을 뿐이다.

   
독립운동가 백산 안희제 선생이 만든 '백산상회' 터에 지어진 백산기념관.
용두산 방면으로 방향을 돌려 대청로 길을 건너면 백산기념관(부산 중구 동광동 3가)이 있다. 독립운동가 백산 안희제 선생을 기리는 곳이다. 1914년에 백산상회를 만들어 독립운동자금을 댔다. 기념관이 있는 곳이 옛 백산상회 터다. 대청로 가의 한국은행 옆에는 부산근대역사관이 있다. 1929년 설립된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 자리다. 1949년부터는 미국 영사관과 문화원이 건물을 이용했다. 미국 영사관과 문화원이 철수한 후 2001년 문화재로 지정됐다. 개항기 이후 부산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용두산 공원을 중심으로 백산기념관, 근대역사관을 경계로 약 36만 ㎡에 걸쳐 초량왜관이 있었다. 왜관은 1407년 일본인들의 무질서한 행위를 막고자 설치한 일본인 전용 거주 공간이었다. 1678년 중구 용두산 일대로 장소로 옮긴 후 일본과의 외교와 상업 중심지가 됐다. 왜관은 1872년 폐쇄됐다. 백산기념관을 지나 타워호텔 뒤편 용두산 입구에 약조제찰비 안내판으로 옛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경계를 넘는 자, 암거래하는 자는 모두 사형에 처하고 효수한다'.

■ 옛 백제병원, 이바구길

   
자성대에 있는 조선통신사역사관.
부산 중구 대청동에서 부산역 방향으로 향해 옛 백제병원 터(부산 동구 초량동 467)를 찾았다. 최용해 씨가 1922년 세운 부산 최초 근대식 종합병원이다. 부산시는 지난해 근대건조물로 지정했다. 옛 건축 양식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백제병원을 끼고 오른쪽으로 가면 옛 남선창고 터가 나온다. 지금은 대형마트가 들어서 있다. 남선창고는 1900년 만들어진 부산 최초의 물류창고다. '부산토박이치고 남선창고 명태 눈알 안 빼먹은 사람 없다'는 표지판의 문구가 옛 영광을 나타내고 있다. 마트 내부에 부서져 가는 붉은 담장이 남선창고가 남긴 유일한 흔적이다. 창고는 4년 전 완전히 철거됐다. 부산역을 등지고 위로 올라가면 초량초등학교가 나온다. 초량초등학교의 역사는 무려 83년. 깊은 역사만큼 나훈아, 박칼린 등 유명 인물을 많이 배출했다. 맞은편 초량교회는 1892년 세워졌다. 신사참배 거부 운동을 했던 주기철 목사는 1926년부터 초량교회에서 생활했다.

이바구길의 본격적인 시작은 168계단이다. 아래에서 봐도 아찔하지만, 위에서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의 경사를 보인다. 하지만 계단이 가진 경치는 일품. 부산 동구 초량동과 수정동 사이에 형성된 이바구길 역시 과거에는 피란민의 판자촌이 형성된 동네다. 동구청 윤종국 문화관광담당은 "168계단은 항구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계단 위 언덕에서 항구에 배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일이 있겠다 싶으면 준비해서 뛰어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당시 피란민은 주로 항구에서 노동자로 일했다. 168계단 사이에 난 작은 골목을 따라가면 김민부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 카페에서는 김민부 시인의 작품 '기다리는 마음'이 가곡으로 흘러나온다. 북항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장소다. 김민부 전망대를 벗어나 작은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면 망양로를 만난다. 윤 계장은 "역전 대화재 후 현재의 산복도로 일대에 소방도로를 만들 필요를 느꼈다. 동구 이바구길 일대의 산복도로는 1962~ 64년 만들어졌다. 대부분 공사가 인력에 의존했으니 당시 사람들이 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망양로 곳곳에는 이바구 공작소와 장기려 기념관, 유치환 기념관을 향하는 골목이 숨어있다. 이바구 공작소는 해방 이후의 역사 자료를 수집해 전시하는 공간이다. 장기려 박물관은 동구에 청십자의료보험조합을 설립하고 평생 나눔의 삶을 실천한 장기려 박사의 뜻을 새긴 곳이다. 지난 6일 들린 '유치환의 우체통'은 유치환 시인의 동지인 김봉진 화백의 전시전이 열리고 있었다. 윤종국 계장은 "이곳에 전시를 할 의향이 있는 화가들이 꽤 있다고 들었다. 앞으로 유치환 시인의 작품과 화가들의 작품을 함께 전시할 구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 박재혁거리, 자성대, 매축지 마을

   
망양로를 따라 아래로 내려오면 동구청이 보인다. 동구청을 지나 큰길로 나서 범일동 방면으로 향하면 박재혁 거리가 나온다. 박재혁 거리는 조방로630m 구간에 조성됐다. 박재혁 열사는 1920년 9월 부산경찰서장 하시모토에게 폭탄을 투척한 독립운동가다. 당시 하시모토 서장은 폭탄 파편을 맞아 절명했고, 박재혁 열사는 감옥에 투옥돼 단식으로 순국했다. 현재 박재혁 열사의 생가는 자성대 인근에 있다. 하지만 집의 소유주가 바뀌어 생가를 표시하는 흔적은 남아 있지 않다.

박재혁 거리에서 길을 건너면 작은 동산이 나온다. 바로 자성대다. 자성대는 부산진성(釜山鎭城)의 지성(支城)이라는 의미로 부산진지성(釜山鎭支城)으로도 불린다. 자성대 안에 있는 영가대는 조선통신사 행렬이 일본으로 향할 때 안전한 여행을 기리는 제사 장소였다. 원래 위치는 도시철도 1호선 좌천역 인근 성남초등학교. 영가대 기념비가 세워진 곳이 영가대 터였다.

자성대를 나와 부산진시장으로 향한 후 자성대 교차로를 건너 범일로를 따라 내려가면 매축지 마을(부산 동구)이 나온다. 마을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일제강점기 매립으로 만들어진 지역이다. 폭 1~2m를 사이에 두고 작은 주택들이 모여 있다. 일제강점기 매축지 마을은 부두에 내린 말이나 짐꾼이 쉬던 곳이다. 광복 후 귀환 동포의 거주지가 됐고 6·25 전쟁 때에는 피란민이 모여들었다. 윤 계장은 "좁은 곳에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2~3평의 좁은 집들이 생겨났다. 열악한 생활 여건이었기 때문에 공동화장실을 이용하는 구조가 지금까지 이어왔다"고 전했다. 현재 동구청은 과거 재래식 공동화장실을 수세식으로 고치는 작업을 하고 있다.

■ 가는 길과 먹을 곳

도시철도 1호선 중앙역 11번 출구를 나오면 40계단 문화거리를 만날 수 있다. 근대건축물 길은 전체적으로 평지이지만 동구 이바구길은 언덕길이라 전체를 한 번에 걷는 것이 힘들 수도 있다. 40계단에서 시작해 매축지 마을을 잇는 총 길이는 대략 10㎞다.

먹을 곳은 하동집 돼지국밥(부산 중구 동광동 3가 15의 1, 051-245-3056)이 유명하다. 2대째 62년간 운영하는 곳이다. 초량시장 내 위치한 밀양갈비집(051-466-4546)은 초량돼지갈비골목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사진=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공동기획:국제신문, 부산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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