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도용복의 라틴기행 <6> 도미니카 공화국

콜럼버스와 원주민이 만나 도시를 이룬 곳… "그는 여기서 행복했을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3-21 18:44:08
  •  |   본지 3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이사벨라의 콜럼버스 동상.
- '디에스 도미니카' 뜻은 일요일
- 콜럼버스가 도착한 날 따서 붙여
- 첫 정착지는 당시 여왕 '이사벨라'

- 두번째 정착지 산토도밍고
- 대륙 최초의 성당·거리·병원 등
- 역사적인 건물로 가득차

- 원주민 멸망 후 흑백혼혈 대부분
- 야구·음악 사랑하는 행복한 사람들

1492년 8월 3일, 120명의 승무원을 태운 세 척의 배가 스페인 파로스 항구를 출발하였다. 동쪽 나라의 고급 향신료와 금을 얻기 위한 콜럼버스의 항해가 시작된 것이다. 항해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구하기 위해 포르투갈과 이탈리아와도 교섭했으나 실패하고, 여러 번의 제안 끝에 스페인 이사벨라 여왕에게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사벨라 거리의 옛 대포.
하지만 항해는 쉽지 않았다. 대서양은 미지의 검은 바다였고, 금방 도착할 것 같은 동쪽 나라는 쉽게 보이지 않았다. 오랜 항해로 지친 선원들의 반발도 심해졌다. 배가 출항한 지 두 달이 지난 10월 12일 마침내 배는 바하마 제도의 한 섬에 도착했다.

콜럼버스는 자신이 인도의 한 곳에 도착한 것이라고 확신하고 신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시하기 위해 이 섬을 산살바도르 섬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리고 곧 원주민들로부터 황금과 향료에 대한 정보를 캐면서 쿠바 섬을 거쳐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이 히스파니올라 섬. 도착한 날이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신의 날, 일요일이란 뜻의 라틴어 '디에스 도미니카'를 따서 도미니카로 불렀다.

■최초의 식민도시 만든 콜럼버스의 나라

   
도미니카공화국은 콜럼버스가 최초의 식민도시를 건설한 곳답게 옛 유럽의 모습이 남아있다. 산토 도밍고의 시가지.
쿠바보다 도미니카 공화국을 콜럼버스의 나라라고 하는 이유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최초의 식민 도시를 만든 곳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도미니카 공화국의 거리 곳곳에는 콜럼버스의 흔적들을 만날 수 있다. 콜럼버스가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첫발을 내딛고 정착해 처음 세운 도시가 현재 제 2 도시인 산티아고 근교의 '이사벨라'다. 막대한 항해 자금을 지원해준 스페인 여왕 이사벨라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프랑스의 유명 샹송 가수 샤를르 아즈나부르의 노래로 이사벨라라는 여인을 사모한다는 내용의 '이사벨라(Isabelle)' 가사처럼 콜럼버스가 이사벨라 여왕을 사모하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2009년 9월 어느 날 콜럼버스가 최초로 정착했던 역사의 현장, 이사벨라를 찾았다. 대서양의 아름다운 풍광이 보이는 이사벨라엔 뜨거운 태양을 받으며 여전히 푸른 나무와 열매가 자라고 있었다. 매표소에서 100페소를 내고 유적지로 들어서자 콜럼버스가 식민지 진출의 교두보로 삼으려고 만들었던 도시는 황망하게 터만 남아 있다.

콜럼버스의 1차 항해에서 이곳 이사벨라에 39명의 선원을 남겨 두고 떠났다. 하지만 17척의 배에 1200여 명의 사람을 모아 다시 이곳에 돌아왔을 때 남아있는 선원은 아무도 없었다. 선원들의 약탈과 강간에 화가 난 원주민 타이노족에게 몰살당했던 것이다. 신식 무기를 앞세운 유럽인들은 타이노족을 노예로 삼아 1494년부터 이사벨라를 도시로 건설하기 시작했다.

   
원주민과 에스파냐인들의 무덤.
이사벨라는 견고한 성벽과 무기고, 교회, 저택까지 갖춘 거대한 도시가 될 예정이었다. 석회와 모래, 시멘트를 섞어 벽돌을 만들고, 건물의 지붕에 올리는 기와는 주물로 만든 틀이 없어 원주민들의 허벅지에 올려 둥그스름하게 만들었다. 콜럼버스가 머물 집과 선원들이 머무는 집도 200여 개가 넘었다. 그렇게 아메리카 최초의 도시, 최초의 교회, 최초의 미사 등이 이사벨라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콜럼버스의 최초의 식민도시 건설은 실패하였다. 이사벨라의 몰락에는 많은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적응에 실패한 것이다. 1496년 이주민들은 시련에 봉착했다. 작물은 자라지 않고 금도 나오지 않는데다 생필품까지 바닥을 드러냈다. 부족한 식량에 주민의 불만이 쌓이기 시작하고 극단적인 상황에서 절망과 고통에 휩싸였다. 적응에 실패한 콜럼버스 일행들은 개미에 쫓겨 결국은 식민도시를 현재 수도인 산토도밍고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조나 꼴로니알은 16세기 유럽의 타임캡슐

   
이사벨라에는 당시 식민 개척의 흔적을 보여주는 오래된 유적만이 남아 있었다. 시청 청사였던 자리에는 기둥을 세웠던 네모난 터만 남아있고, 마을을 이루었던 곳에는 200여 개의 집터와 우물, 최초 미사를 지냈던 곳엔 십자가와 돌담만이 있을 뿐이다. 나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무덤들이었다. 수많은 에스파냐인과 타이노족의 무덤은 발굴자에 의해 파헤쳐진 몇몇 무덤을 제외하곤 오랜 세월 비바람에 흔적 없이 사라져 십자가만이 시신이 묻힌 자리라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에스파냐 사람들은 이사벨라의 실패를 거울삼아 훗날 아메리카에 성공적인 식민도시를 건설하였다. 산토도밍고가 대표적이다. 산토도밍고는 유럽인들이 처음 정착한 곳으로 아메리카 대륙 최초라는 타이틀을 많이 가지고 있는 곳이다. 크지 않은 조나 꼴로니알(Zona Colonial, 식민지 구역)에는 역사적인 건물들이 가득하다.

광장과 성당의 모습만을 보면 유럽의 오래된 도시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조나 꼴로니알의 중심에 콜럼버스 공원이 있고 광장의 중앙에는 콜럼버스의 동상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콜럼버스의 동상보다 더 유명한 것이 동상 뒤편에 있는 산타마리아 라 메노르 성당(Catedral de Santa Maria la Menor)이다. 아메리카 대륙 최초로 만들어진 성당이기 때문이다. 1512년에 건축이 시작되어 1540년에 완공된 산타마리아 성당은 지금의 중남미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교회와 성당의 시초가 된 곳이다.

콜럼버스 공원을 중심으로 이곳에 만들어진 최초의 거리이자,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인 라스 다마스 거리에는 콜럼버스가 기거했던 저택과 최초의 대학과 병원, 아메리카 대륙 최초의 주점도 남아있다. 보존이 잘 되지도, 유럽의 고도의 건물처럼 화려하지도 않지만 아메리카 개척 역사의 시작이 된 곳이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콜럼버스가 도착한 이후 타이노족들은 멸망하고, 흑인 노예들과 백인들이 점령했다. 지금 도미니카 공화국엔 이들의 후손인 흑백혼혈 물라토들이 인구의 대부분이다. 야구를 사랑하고, 음악과 춤을 사랑한다. 내가 만난 도미니카 사람들은 낯선 사람에 대한 거리낌이 없고, 누구에게나 친절했다. 부유하진 않지만 도미니카 공화국 사람들은 행복하다. 콜럼버스 광장에서 하늘을 가리키는 콜럼버스 동상을 바라보며 물어본다. '당신은 어땠습니까? 이곳에서 당신은 행복했습니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2. 2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3. 3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4. 4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5. 5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6. 6성장이냐 쇠퇴냐…부산이란 도시 운명은 이것에 달렸다
  7. 7부산이 대륙 끝? 지도 돌려보면 북극항로 시작점
  8. 8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9. 9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10. 10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1. 1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2. 2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3. 3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4. 4“여야 협치로 市 조직개편·추경 성과…다음은 민생·PK 초광역”
  5. 5이 대통령 지지율 직전과 같은 37%…민주당 35%, 국민의힘 26%
  6. 6李대통령 “우리 말과 글의 힘이 곧 대한민국의 경쟁력”
  7. 7박형준, 퇴임 후 첫 공개 행보… 총선엔 “아직 생각 없다”
  8. 8인천 해수욕장서 北유실지뢰 54일만에 또 발견.. "안전 유의"
  9. 9부산시의회, 교통공사·시설공단 대표 후보 ‘부적격’ 의견
  10. 10‘빈총경계’ 前 1군단장, 국감장서 “대비태세 문제 없었다” 주장
  1. 1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2. 2전재수 “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조속 통과…소급적용도 추진”
  3. 3산은 회장 “통합 LCC 본사 부산행 결정 땐 적극 지원”
  4. 4부산 찾은 외국인 올 1~8월 343만 명 돌파…프랑스 관광객 작년보다 111%↑
  5. 5[뉴스 분석] 수도권, 가덕신공항 또 트집…국책사업 발목 자성 촉구 목소리(종합)
  6. 6태웅, 1년 갈등 ‘봉합’…노사정 상생협약 체결
  7. 7부산항 오는 배 위치 실시간 확인
  8. 8‘극지해양 독후감’ 공모전 대상 고등부 김세형, 대학·일반부 하웅 씨
  9. 9지자체 ‘비상금’ 3년새 반토막…국고사업 매칭비는 23% 늘어(종합)
  10. 10“AI 해킹범은 中 광둥성 26세” 글로벌보안기업 보고서 추정(종합)
  1. 1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2. 2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3. 3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4. 4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5. 5김척수 구청장 후보자 수사 7개월째 표류
  6. 6특혜 논란에도…엘시티 투자이민제 13년 실적 고작 2건
  7. 7“크루즈 관광객 동선, 부산항서 이바구길까지 넓힐 것”
  8. 8박완수, 우주항공·SMR 기반 메가 특구 공들여
  9. 9부산 동백중 교사와 학생 “우리는 와플처럼 달콤한 사이”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9일
  1. 1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2. 2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3. 3막 오른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최예본·한아름 공동 선두
  4. 4“핸드볼 8년 만의 아시안게임 金…맏언니로서 기뻐”
  5. 5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6. 6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7. 7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8. 8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9. 9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10. 10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부산 야구장 미래는
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