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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지 따라 이야기 따라 <5> 창녕 진산 화왕산

곽재우장군 의병 근거지…5만여 평 억새물결 장관

  • 이종호 기자 jhlee@kookje.co.kr
  •  |   입력 : 2013-02-14 18:50:09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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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군 창녕읍 화왕산 정상 골짜기를 따라 화왕산성이 길게 띠를 형성하고 있다.
- 임란 때 경상도 방어 요새
- 통일신라시대 목간도 출토
- 매년 10월 '갈대 축제' 개최
- 허준 등 드라마 세트장 인기

창녕의 진산인 화왕산(756m)에 자리한 화왕산성은 임진왜란 때 요새로서 경상도를 방어하는데 큰 몫을 했던 곳이다. 또 이 곳은 가을이면 온통 억새풀로 그림을 그려 놓은 듯 장관을 이뤄 관광객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이 때쯤이면 억새장관을 보러온 등산객이 산길을 따라 큰 행렬을 이룬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산성을 뒤덮은 억새풀은 바람을 맞아 마치 흰 눈이 파도치는 듯한 물결로 모든 이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이 같은 풍광을 간직한 경남 창녕군 창녕읍 옥천리의 화왕산성은 1963년 사적 2064호로 지정됐다.

■곳곳에 보이는 임진왜란의 상흔

   
화왕산성 외곽에는 드라마 '허준' 촬영 당시 만들었던 세트장이 잘 보존돼 있다.
화왕산성은 화왕산 정상부의 험준한 암벽을 이용해 골짜기를 둘러싼 '포곡식(包谷式)'산성이다. 둘레는 약 1.8㎞다. 동쪽 성벽의 대부분은 돌로, 서쪽 성벽은 흙과 돌을 섞어 쌓았다.성벽은 높은 곳이 4m 정도이며, 너비는 3~4m규모다.

산성의 출입구로 보이는 서문은 흔적을 찾기 어렵지만 동문 좌우의 성벽은 잘 보존돼 있다. 이 성벽은 다른 부분과 달리 가로 1m.세로 1.6m나 되는 큰돌로 쌓았다. 동남쪽 성벽에서는 무너져 내려 앉은 수문이 확인되고 있다.

이 산성을 처음 쌓은 연대는 확실하지 않다. 삼국시대 이전인 가야의 산성으로 추정되고 있다. 창녕은 낙동강 중류에 넓게 펼쳐진 곡창지대의 중심지이며, 서부경남 지방에 대한 교통·군사상의 요충지인 까닭에 당시 이 산성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화왕산성은 세종 때 성으로서의 기능을 잃었다. 그러나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중요성이 다시 인식되어 곽재우 장군이 의병 근거지로 활용하면서 왜병의 진출을 막은 곳이다.

성 안에는 군량미를 저장하는 군창 9개와 3개의 연못 등이 있었다 한다. 3개의 연못은 현재도 확인되며, 산성 중앙의 연못 주위에는 많은 건물터가 남아 있다. 창녕 조 씨가 이곳에서 성(姓)을 얻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새긴 '창녕 조씨 득성비'도 남아있다.

■현존 최고 부적인 화왕산성 목간

2002~2005년 화왕산성 저수지에서는 9세기 통일신라시대 말기의 목간(木簡) 3점 1조가 출토됐다. 최근 이 목간의 기능은 도교에서 주문을 외울 때 사용하는 부적이라는 주장이 관심을 끌고 있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의 '창녕 화왕산성 저수지 출토 목간과 기우제' 논문에 따르면, 화왕산성 저수지에서 나온 목간에 쓰인 '묵서(墨書)'는 요즘의 부적에 해당하는 것이다. 당시 이 목간 3점은 목제 뚜껑으로 막힌 단경호(목짧은 항아리) 내부 위·아래 2곳에 쇠못으로 연결된 상태로 출토됐다. 길이 16.5~17㎝, 너비 1.9~20㎝정도인 목간 양면에 묵서를 한 후 목간을 3조각으로 나누고 모서리를 다듬어 못으로 고정해 항아리에 넣고 나무뚜껑으로 밀봉한 상태였다.

이 논문은 목간 1면의 '시(尸)'자 밑에 '구(口)'가 4개 있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김 연구관은 "이러한 형태는 현재의 부적과도 유사하며, 尸는 도교의 삼시(三尸)를 의미하고 口는 해나 별자리를 뜻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전국 최대 억새풀을 간직한 관광지.

화왕산성을 에워 싼 억새풀은 한마디로 자연이 빚어내는 장관이다. 창녕군 창녕읍과 고암면의 경계를 이루는 화왕산은 낙동강과 밀양강이 둘러싸고 있는 창녕의 진산이다. 옛날 이 산은 화산활동이 활발하여 불뫼·큰불뫼로 불리기도 했다.

이 산의 정상부에는 16만5000㎡(5만여 평)의 억새밭이 펼쳐진다. 3년마다 정월대보름이 되면 정상 일대의 억새밭에서 억새태우기 축제가 열린다. 하지만 2009년 인명사고가 발생하면서 억새태우기 행사는 폐지됐다.

매년 10월 초에는 '화왕산 갈대제'가 열린다. 억새는 습지에 사는 갈대와 구분된다. 이 산의 정상에 서식하는 식생은 억새이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억새를 갈대로 불러왔던 지역의 전통에 따라 10월에 열리는 행사는 여전히 갈대제로 불리고 있다.

가을 억새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창녕여중을 거쳐 도성암을 지나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창녕여중으로 하산하는 것이 좋다. 길게 잡아도 4시간 안팎이면 산행을 마칠 수 있다. 산 정상은 밋밋한 분지로 되어 있고 정상에 오르면 낙동강을 끼고 있는 평야와 영남 알프스의 산들이 보인다.

또 이 곳은 '허준, 대장금, 왕초, 상도' 등의 드라마를 통해 화왕산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 그대로가 배경이 되기도 했다. 화왕산성 외곽에 위치한 '허준' 드라마세트장은 촬영 당시의 현장감을 그대로 보존해 관광객을 맞고 있다.


# 산 정상 연못인 '용지', 창녕 조씨 득성설화지

   
화왕산성에 있는 '창녕 조 씨 득성비'. 1897년 경상도 관찰사 조시영이 세웠다.
화왕산성에는 창녕 조씨 득성설화지가 있다.

신라 26대 진평왕(재위 579-631) 때 창녕 화왕산 정상의 연못에서 신라 한림학사 이광옥의 딸 예향이 피부병을 얻어 그 치유를 위해 목욕을 하다 용의 아들과 사귀게 됐다. 그 사이에 예향은 아들을 얻게 되었다.

그 아들의 겨드랑이 밑에는 '조(曺)'자가 새겨져 있었다. 이에 성을 그대로 따르고 이름을 '계룡(繼龍)'이라 했다고 전해진다. 바로 창녕 조 씨의 시조가 된 인물이다. 화왕산성은 이 같은 득성 설화가 전해지는 곳으로 현재 '창녕 조씨 득성비'와 '용지(연못명)' 3기가 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득성설화는 1760년대에 만들어진 '여지도설' 창녕조와 1832년에 작성된 '경상도 읍지' 창녕조, 1895년에 작성된 '영남읍지' 창녕조 등에 기록되어 있다.

용지는 득성설화를 간직한 곳이다. 득성비는 성을 얻은곳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1897년 당시 경상도 관찰사 조시영이 세웠다. 득성비는 길이 2.5m, 폭 1.46m의 자연석이다. '창녕 조씨 득성지지'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창녕 조 씨가 현재 도청이 있는 창원에 처음 자리를 잡게 된 경위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창녕 조씨에 대한 입향 설화가 전한다. 창녕 조씨가 처음 창원으로 이거하여 왔을 때 현재의 창원시 성산과 남산 중 한 곳을 택해야 했다. 성산은 부자가 날 풍수이고 남산은 인물이 날 풍수였다. 창녕 조씨는 재물보다는 인물을 중시해 지금의 창원시 남산동에 안착했다.

조선시대에 이름을 날린 창원 출신 창녕 조씨로는 조치우(1459~1529) 조효연(1486~1530) 조윤신(1511~1571) 조광익(1537~1578) 조호익(1545~1609)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북면 지개리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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