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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건 탈북 실상 그린 `크로싱`

평범한 북녘의 父子가 전하는 `불편한 진실`

탈북자들의 생생한 증언 바탕

차인표와 아역 신명철의 혼신 연기

슬픈 소재 뛰어난 영상미로 돋보여

  •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
  •  |   입력 : 2008-06-12 20:36:18
  •  |   본지 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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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황량한 북한의 마을과 탄광, 수용소의 비참한 모습을 몽골에서 실제처럼 재연한다.


병에 걸린 아내의 약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은 남편, 소식이 끊긴 아버지를 찾아 멀고 험한 길을 떠난 아들. 그 어떤 나라를 배경으로 하더라도 가슴아픈 드라마가 펼쳐질 법하다. 그런데 그 배경이 장막 속에 가려진 북한이라면 한국 관객들에게 더 큰 울림을 던져준다. '화산고' '늑대의 유혹' '백만장자의 첫사랑' 등 청춘영화를 만들어 온 김태균 감독의 '크로싱'은 탈북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평범한 가족의 가슴아픈 사연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담아냈다. 차인표가 가족을 위해 국경을 넘어간 따뜻한 아버지 김용수 역을 맡아 열연해 '연기력 부족'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냈다. 충북 영동군에서 발굴한 아역배우 신명철이 차인표와 함께 영화의 중심축을 이룬다.

"곧 돌아올게" 기약 없는 약속을 아들에게 남기고 아내의 약을 구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 아버지 김용수 역을 맡아 열연한 차인표.
과거 함경남도 대표 축구선수로 활약해 '수령님'으로부터 훈장까지 받은 김용수(차인표)는 지금은 탄광에서 일하며 하루하루 끼니를 해결해가는 평범한 가장이다. 아내가 임신 중 폐결핵에 걸리지만 북한에서는 치료에 필요한 쓸 약을 도저히 구할 수가 없다. 용수는 아들 준이(신명철)에게 곧 돌아올테니 어머니를 잘 보살피고 있으라고 당부하고 중국으로 떠난다. 중국 공안의 눈을 피해 일을 하며 약값을 마련한 용수는 공안의 단속에 걸리기 직전 모든 돈을 잃어버린다. 절망에 빠져있는 용수에게 누군가가 인터뷰만 해주면 돈을 준다며 동행을 제안하고 용수는 무조건 먼길을 떠난다. 다른 탈북자들과 함께 베이징 주재 스페인 대사관에 무작정 뛰어든 뒤 돈을 받아 북한으로 돌아가려는 용수. 그러나 용수에게 주어진 선택은 대한민국으로 가거나 중국 공안에 붙잡히는 것 뿐이다. 북한에 남겨진 준이는 어머니가 죽은 뒤 아버지를 찾아 무작정 중국으로 향하지만 준이의 여정 또한 고난의 연속이다.

그동안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몇 편 만들어졌지만 '크로싱'은 북한의 평범한 한 가정에 카메라를 들이대 그들의 비참한 삶을 비교적 담담하게 전달한다. 반공교육이 느슨해지기 시작한 이후부터 언제부터인가 굳이 관심을 갖지 않고서는 북한의 실상을 쉽게 접할 수 없게 된 것이 사실.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은' 탈북자들의 사연은 말로만 듣던 것보다 영상으로 접했을 때 커다란 충격을 안겨준다. 실제 탈북자들이 시나리오를 검수하고 탈북자 스태프들이 함께 한 이 영화는 한편의 다큐멘터리이면서도 한 가족에게 닥친 비극을 가슴 아프게 그려냈다.

황량한 북한의 마을과 탄광, 수용소의 삶은 비참할 뿐이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영상은 아름답다. 비를 좋아하는 소년 준이가 아무리 힘들어도 비만 오면 미소를 짓는 모습, 용수와 준이가 축구공을 주고받으며 노는 모습, 해가 진 뒤 깜깜한 북한의 마을 등은 이런 류의 영화가 칙칙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씻어낼 만큼 영상미가 도드라진다. 실제 북한 마을과 주민을 카메라에 담아낸 듯한 그림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북한과 비슷한 몽골을 촬영지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아들 준이 역의 신명철.연락이 끊긴 아버지를 찾아 무작정 중국으로 향한다.
생이별을 하게 된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를 찾아가는 과정이 눈물겨운 것은 바로 우리가 외면하려야 할 수 없는 같은 민족의 이야기이기 때문. 목숨걸고 구하려고 했던 결핵약이 남한에서는 보건소에서 무료로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용수는 충격 받는다. 이 영화는 남한에서는 의식주 영위가 그리 힘들지 않지만 북한에서는 여전히 힘겹기만 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떠올리게 한다. 서양인 관광객들과 중년 한국 아줌마들이 관광을 하기 위해 방문한 몽골의 아름다운 사막이 탈북자들에게는 생사를 결정짓는 아찔한 현장이라는 것 또한 영화를 통해 알게 되는 진실이다. 차인표는 진작에 이런 역을 맡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깨에 힘을 빼고 북한 가장으로 변신, 생생한 연기를 펼쳤다.무기력한 아버지 김용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몸의 근육을 줄이고 몸무게도 줄였다.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에 참여한 탈북자 스태프 중에는 실제 두 살 난 아들과 생이별을 하거나 10년 만에 딸을 북한에서 탈출시킨 사연의 주인공들이 존재한다. 2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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