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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쏘는 과학] 남성 기대수명 여성보다 짧은 이유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4-20 19:01:41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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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고 오래 살고 싶다면 ○○ 나라로 가라'. 지난달 미국의 뉴욕포스트지에 게재된 기사 내용이다. 정답은 한국이다. 임페리얼칼리지런던과 세계보건기구(WHO)가 35개 선진국을 조사한 결과, 2030년 출생자 기준 한국 여성과 남성은 기대수명은 각각 90.82세, 84.07세로 남녀 모두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미지= 픽사베이
18세기부터 현재까지 200년간 남녀 모두 평균수명이 45년가량 늘었지만 현대 여성의 기대수명은 남성보다 월등히 높다. 왜 그럴까. 여러 가설 중 하나가 남성의 위험행동설. 남성은 일상생활 속에서 음주, 운전 등의 위험한 행동을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소방관, 경찰관, 선원, 건설노동자 등 위험한 직업 대부분이 남성의 몫이다.

남녀의 사회성에 관한 차이도 원인으로 꼽힌다. 남성은 인내를 요구하는 문화로 자신의 개인적 고민을 남과 나누기보다 혼자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반면 여성은 자신의 어려움을 드러내 정신적 문제를 겪을 위험성이 남성보다 적다. 남성 자살률이 여성보다 훨씬 더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성별 간 수명 차이는 동물에서도 적용된다. 과학자들이 침팬지, 개코원숭이, 마운틴고릴라 등 수천 마리의 늙은 영장류 6종을 조사한 결과, 모든 집단에서 암컷이 수컷보다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성염색체는 X와 Y가 하나씩인 XY형인데 비해 여성은 X가 2개인 XX형이다. 여성은 X염색체에 유해한 유전적 변이가 나타나면 여분의 X유전자가 보완할 수 있지만, 남성은 그럴 수 없다. 유전적인 결함으로 남성이 각종 질병에 취약하다는 게 염색체설이다.

호르몬설은 여성 호르몬이 혈관을 보호하고 심장병 발생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데 비해 남성 호르몬은 심장병 발생 위험을 높이고 면역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가설이다. 호르몬설을 뒷받침하는 자료는 고려 말부터 조선 시대 환관들의 족보인 '양세계보'다. 몇 년 전 한국 연구진이 양세계보에 수록된 환관들의 수명과 동시대 비슷한 사회적 지위의 남성 수명을 비교한 결과, 환관이 14~19년 더 오래 산 것으로 밝혀졌다.

번식 전략설도 있다. 수컷은 수명을 좀 줄이더라도 성장과 번식에 모든 에너지를 쏟지만 암컷은 번식에 이상적인 신체 환경을 만들기 위해 내부의 오작동을 더 빨리 치유하도록 진화했다는 주장이다. 시드니대학 국제공동연구팀이 붉은옆줄가터얼룩뱀을 조사한 결과, 수컷은 2~4주의 짝짓기 기간에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서 수천 마리의 다른 수컷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만 암컷은 짝짓기에 단 하루만을 소비해 에너지 손실이 훨씬 적었다. 이런 뱀의 연구 결과를 놓고 보면 이런 추리도 가능하다.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번식의 번거로움에서 환관처럼 초연할 수 있으면 수컷도 생리적으로 지닌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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