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익스플로러토리엄에서 아동들이 전시물을 직접 만지며 체험하고 있다.

오는 10월 국립부산과학관 개관까지 5개월 정도가 남았다. 현재 법인설립위원회가 구성돼 활동 중이며 24일까지 관장·감사·이사를 공개모집(추천도 병행)하고 있다. 국립부산과학관 설립은 부산시와 시민이 10여 년에 걸쳐 준비했지만, 성공적인 개관을 위해서는 이제 운영 체계를 고민할 때이다. 이에 본지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일본 과학관을 찾아 이사회 운영, 기부금 모금, 인력 운영, 전시물 제작 등에 대해 알아봤다. 앞으로 3회에 걸쳐 국립부산과학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선진 과학관을 가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 LA 사이언스센터 민관협치
- 기부액이 정부 보조금 세 배
- 모금 담당 직원만 수십 명
- 후원자 상대 모금 파티 활발

- 美 이사 100명 육박하는 곳도
- 매년 일정 금액내야 자격유지
- CEO들 과학 교육에 열정

지난 17일 낮 12시(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과학관 '익스플로러토리엄(Exploratorium)'을 찾았을 때 직원 상당수는 출근을 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전날 밤 늦게까지 기부금 모금 행사를 치른 탓이었다. 이 과학관 교육분야 책임자인 앤 제닝스(Anne Jennings) 씨는 "매년 4월 이사회 구성원과 후원자를 상대로 기부금 모금 파티를 연다. 테이블마다 1000달러 혹은 5000달러 등 각각 다른 금액의 표를 팔고, 그 표를 산 사람들이 친구나 가족을 초대한다. 단상 위에 참석자들을 불러올려 이야기를 나눈 뒤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사활 건 기부금 모금

이처럼 미국의 과학관은 기부금 모금에 적극적이다 못해 사활을 건다. 미국 과학관은 대부분 정부 예산이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적은 사립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본지 취재팀이 둘러본 익스플로러토리엄도 사립과학관으로 지난해 예산 4800만 달러(약 530억 원) 중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33.4%(1600만 달러·약 170억 원)에 달했다. 정부 보조금은 10%(483만 달러·53억 원)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입장료와 교육·체험프로그램 등 자체 수입으로 충당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의 명물 과학관 사이언스센터(California Science center)는 사립이 아닌 주정부와 캘리포니아 사이언스센터 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민관협치 형태이다. 지난해 예산 2600만 달러(약 288억 원) 중 주정부 지원금은 40% 수준이다. 나머지는 기부금과 여름학교 등 교육 프로그램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충당했다. 사이언스센터는 주정부 지원금을 받지만 입장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기부금 모금에 열성이다. 이 과학관은 25년간 3단계에 걸친 긴 리모델링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2단계 1600억 원, 3단계 2500억 원이 소요되는 재원을 기부금으로 모으고 있다.

익스플로러토리엄과 사이언스센터의 기부금 모금 담당 직원만 각각 12명, 약 30명이다. 일본 도쿄 미래과학관(일명 미라이칸)은 부산국립과학관과 비슷한 국가법인 형태라 국가 예산이 4분의 3을 차지한다. 그러나 리코, 아사히 등 10여 개 업체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기부금을 받고 있다.

■지역 대표 인사 수십 명 이사회 구성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사이언스센터 복도에 기부자의 이름을 새긴 현판이 걸려있다.

기부금 모금에는 이사회가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일본 미래과학관은 이사회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사회는 과학관의 중요한 결정 사항을 심의·의결할 뿐만 아니라 매년 기부금을 내면서 기부금을 모금하기까지 한다. 이 때문에 이사는 지역 대표성을 띈 인사들로 구성되며 숫자는 수십 명에 이른다. 재력이 뒷받침 돼야 하기에 이사의 절반 이상은 지역의 기업인이 차지하고 있다. 또 주·시의원, 교육자, 전직 주지사, 자선단체 임원 등도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익스플로러토리엄의 이사는 41명이다. 이사회 의장은 '조지 W. 코건(George W. Cogan)'이 맡고 있다. 그는 글로벌 비즈니스 컨설팅 기업인 베인&컴퍼니(Bain & Company)의 팔로 알토(Palo Alto) 지역 부사장이다.

캘리포니아 사이언스센터의 이사는 더 많다. 일단 주정부가 임명한 과학관 이사가 9명이다. 또 재단 측 이사가 79명이며, 명예 이사도 따로 15명 존재한다. 매년 일정 금액 이상 기부금을 내야 이사 자격이 유지된다. 이사장은 알란 J. 포러(Alan J. Fohrer) 씨이며 지역 전력회사인 서던캘리포니아에디슨의 회장직을 은퇴했다.

캘리포니아 사이언스센터의 론 로호빗 교육팀 부국장은 "과학관 이사가 된다는 건 지역사회에서 영광스러운 일이다"며 "그들은 대부분 큰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이며 과학 교육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 부산과학관은 이사 10명 중 지역사회 추천 4명 불과

- 당연직 많아 관선이사회 성격
- 美·日은 곳곳 기부기업 명패

국립부산과학관은 장기적으로 이사회의 정원을 확대하고 집행·의결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 국립대구·광주과학관과 달리 후원회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기부금품을 유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립부산과학관의 이사회는 외국의 과학관과는 꽤 다른 모습이다. 먼저 정원이 수십 명에 달하는 외국과는 달리 10명에 불과하다. 이는 관련 법률 시행령에 '10명 이내의 이사와 감사 1명을 둔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 사회의 여론을 대표하고 기부금품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엔 턱없이 적은 인원이다.

더욱 문제는 10명 중 당연직 5명(미래창조과학부·기획재정부·부산시 인사 각 1명, 관장, 국립중앙과학관장)과 관행적으로 선출되는 교육청 추천 인사 1명을 제외하면 지역사회에서 추천할 수 있는 인사는 4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구·광주과학관은 선임직 이사에 대학 학장급과 교육청 국장급이 참여해 무게감이 더욱 떨어졌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립부산과학관 법인설립위원회와 부산과학기술협의회는 지역대학 총장과 시의원, 지역기업 대표 등을 선임직 이사로 추천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관장과 이사장을 겸임하는 현 규정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과학기술협의회 손동운 본부장은 "외국의 어느 과학관도 관장과 이사장을 겸임하는 사례는 없다. 집행과 의결 기능이 분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후원회 구성도 급선무이다. 국가기관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할 우려로 후원회 구성과 기부금품 접수를 금지하지만 국립과학관법인은 독립법인이라 모두 가능하다. 그러나 2013년 말 개관한 대구·광주과학관은 후원회가 없고, 후원금도 유치하지 않고 있다. 법인으로서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미국·일본 과학관은 개인·기업 후원회원 모집에 적극적이다. 캘리포니아 사이언스센터는 연중 회원을 모집하고, 입구에 기부금 모금함을 비치한다. 샌프란시스코 익스플로러토리엄도 연간 납부금액 따라 7단계의 회원(지난해 기준 4만4000명)을 모집해 입장료 등에서 혜택을 준다. 연 1000달러 이상을 후원한 회원의 이름은 과학관 내부에 걸려있다. 일본 미래과학관도 기부금을 내는 파트너십 기업이 10여 개 있다.

다행히 국립부산과학관은 시민 100만 명 서명운동을 주도한 부산과학기술협의회 이사회와 CTO 평의회가 존재한다. 이들이 곧바로 후원회로 전환할 수 있기에 대구·광주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 2014년 기준 국내외 과학관의  　 이사회 구성 이름 이사 정원(명) 주요 구성 (명) 미국 자연사  박물관 111 기업인 26,  전문직 11명,  기부단체 4,  관장 1 캘리포니아  사이언스센터 재단 측  90 기업인 64,  기부단체 6,  개인 7,  주·시의원 4 샌프란시스코  익스플로러토리엄 32 기업 24,  당연직 2,  민간기부단체 2 일본 후쿠오카  과학관 20 기업인 6,  교육계 9,  지자체·의회 2 국립중앙· 과천과학관 없음 (국가기관) - 국립부산과학관 10 당연직 5명,  선임직 4,  관행적 1  ※자료 : 부산발전연구원(지난해 자료로 본문과 차이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