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엔젤레스(LA)의 다빈치 과학고교에서 12학년(한국의 고3) 학생들이 과학기술교육 프로그램에 따라 컨베이어 벨트 제작 관련 수업을 하고 있다.

- LA 다빈치 과학고교 STEM 교육
- 학년별 로봇·도르래 제작 등 진행
- 3500개 고교서 정규교과로 채택
- 공학·소프트웨어 교육 일반화

최근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를 길러주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융합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내년 중학교 신입생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이 필수과목으로 도입된다. 하지만 미국은 이미 17년 전부터 STEM 교육을 도입, 적극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

특히 PLTW (Project Lead The Way)는 미국의 STEM 교육을 주도하는 비영리단체로, 미국 내 5000여 초·중·고교에 단체 이름과 같은 PLTW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빈스 버트램 PLTW 회장은 지난 4월 부산 서면 궁리마루를 찾기도 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의 도움으로, PLTW를 운영 중인 로스앤젤레스(LA) 내 다빈치 과학(Da vinci Science) 고교를 방문했다.

지난달 17일 이 학교 10학년(한국의 고교 1학년) 수업실. 각 책상에 4명의 학생들이 둘러앉아 철판과 바퀴 등도 구들을 이용해 도르래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학생들은 서로 의논하거나 컴퓨터로 검색하는 등 같이 문제를 해결하며 작업을 이어나갔다.

그 다음은 12학년 수업실. 학생들은 컨베이어벨트를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헤주스 코로나(18) 군은 "한 학기에 3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면서 "같은 주제로 만들지만 학생마다 디자인을 다르게 하기 때문에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12학년 학생은 우리나라로 치면 고3으로 대학입시에 집중해야 할 시기지만 '로봇 만들기'에 빠져 있었다. 공을 넘기는 기능을 가진 이 로봇은 가로 세로 높이가 각 1m 가량으로, 바퀴 등 일부 부품들은 학생들이 직접 3D 프린터를 이용해 제작했다고 한다.

PLTW 교육 프로그램의 모든 수업은 이론이 아닌 전문적인 실습을 통해 이뤄진다. 3500여 곳에 달하는 고교에서는 학년별로 ▷공학설계 기초 ▷기계공학 기초 ▷메카트로닉스 ▷생물의학 등이 정규 교과로 진행된다. 여기서는 9학년(한국의 중3) 때 컴퓨터 이용 설계 프로그램인 '오토 캐드(AUTO CAD)'수업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한다. 그 정도로 미국에서는 공학·소프트웨어 교육이 일반화돼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일반 수업 또는 방과후 수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스티브 월리스 다빈치 과학고 교장은 "공학교육을 하는 이유는 모든 아이들을 공학도나 엔지니어로 키우려는 게 아니다"면서 "공학이 어렵지만 이것을 배우게 되면 어려움과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와 사고능력, 협업능력 등을 배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학생들도 처음에는 재미없어 하고 어려움을 많이 느끼지만 점점 흥미를 찾고 좋아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부산과학기술협의회 손동운 총괄본부장은 "우리 과기협에서도 지난 여름부터 E&S(Engneering & Software) 교육을 시작했는데, 미국에서는 이 정도로 열심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STEM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줄 몰랐다"면서 "우리도 이 같은 교육을 좀 더 적극적이고 활발히 벌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이리디센트 과학스튜디오

- 저소득층 대상 무료 과학교육에 실생활 재료 활용

	LA의 이리디센트 과학스튜디오 내 교실에 학생들이 만든 과학과제물들이 전시돼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STEM교육으로 PLTW가 꼽히지만, 그 외 여러 곳이 STEM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비영리기관인 이리디센트(Iridescent) 과학스튜디오도 2007년부터 뉴욕, LA 등 미국 각 지역에서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과학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이곳은 유료인 PLTW 프로그램과 달리 기부금·자원봉사자를 활용해 무료로 운영하며 저소득자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소외계층을 주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리디센트 과학스튜디오는 부모와 아동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론과 실험 수업을 병행한다. 주정부와 정부의 합작 과학교육으로 자국에서는 처음이다. 미국 내 교육이 과학과 공학을 같이 배우는 쪽으로 흘러가는 추세에 맞춰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이다. 남미 계통 등 다른 나라 사람들이 많아 영어 사용이 원활하지 않은 학생과 부모들을 위해 통역자가 함께하는 것도 이색적이다. 주 1회 3시간의 방과후 수업으로 저녁에 진행하는 것을 감안해 음식도 제공하고 있다.

LA 이리디센트 과학스튜디오의 에이미 김 강사는 "생활이 어려운 가정이 많기 때문에 가능하면 생활 속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실험한다. 컴퓨터가 없는 가정도 많아 스마트폰으로도 구동 가능한 인터넷 사이트를 교육매개체로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면담조사 결과 90% 이상의 참여자들이 프로그램에 만족하고 과학에 대한 인식이 전환된 것으로 나타나 뿌듯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