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되지 않은 감염병 확산을 소재로 한 영화 '컨테이전'의 한 장면.

- 말라리아·세균성 이질도 많아
- 매개체 번식 증가로 질병 확산

지난 10년간 부산 지역의 10만 명당 감염병 발생 환자 수가 1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기후변화와의 관련성도 큰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감염병 환자 큰 폭 증가

부산발전연구원은 '기후변화 이슈와 동향'(제2호) 자료집에서 부산시 내부 자료를 활용해 2004~2012년의 말라리아, 쓰쓰가무시병, 세균성 이질 등 주요 감염병의 연도별 발병률을 분석했다. 부산 지역의 10만 명당 연도별 감염별 발병률은 2004년 11.2명이었으나 2005년 21.1명, 2006년 43.5명 등 2007년까지 해마다 배로 증가했다. 이후 주춤하는 현상으로 보이다 2011년에는 10만 명당 152명까지 늘었다. 지난해에는 116.2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간 부산에서 발생한 감염병 가운데 기후변화와 관련된 감염병 발생 수는 쓰쓰가무시병이 3500건 수준으로 가장 많았고 말라리아 350건, 세균성 이질 284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쓰쓰가무시병은 2002년 79건에서 2011년에는 473건으로 증가했다. 뎅기열은 2002~2003년을 합쳐 1건에 불과했으나 2010년 이후에는 매년 10명 안팎의 감염자가 나왔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부산의 주요 감염병 발생 수와 발생률을 서울 대구 경기 등 주요 광역단체와 비교하면 부산은 발진열과 뎅기열의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발진열은 충북 충남에 이어 세 번째, 뎅기열도 서울 경남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신증후군출혈열은 발병률이 다소 낮은 편이었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의 백서를 봐도 우리나라의 쓰쓰가무시병 발병 건수는 2000년대 초반 2000건 수준에서 2004년 이후 4000~6000건으로 늘었다. 반면 세균성 이질은 2003년을 기점으로 1000건 수준에서 200건으로 감소했다. 말라리아는 2001년 2550여 건에서 2011년 830여 건으로 발병자 수가 줄었다.

■ 부산시 대책 서둘러야

세계보건기구(WHO)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도시의 폭염으로 심장 및 호흡기 질병이 늘어날 것이며, 기온 상승은 지표면의 오존 농도도 증가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발연 장영환 연구위원은 "기후변화는 생활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노인과 만성 질환자는 건강을 유지하는 데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면서 "고온 다습한 기후와 집중호우 태풍 등 자연재해 증가는 감염병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말했다.

감염병 발생이 늘어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후변화로 질병의 매개체 분포가 변하고, 조류나 야생동물의 이동으로 병원균 유입이 증가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기후변화는 감염병을 발생시키는 매개 동물의 수명이나 성장 환경, 서식지 분포에 변화를 주는데, 이 과정에서 감염병이 유행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설명이다. 강수량 최고기온 최저기온 습도 등의 자료를 분석해보면 말라리아와 비브리오패혈증은 기후 값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특히 쓰쓰가무시병이나 신증후군출혈열 등은 강수량이 적을수록 높게 발생한다.

장 연구위원은 "정부가 실시했던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부문 취약성 평가에서 부산은 매개체 감염 및 수인성 매개 질환 등이 전국 16개 지자체 중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산시 복지건강국 감염병 부서에 담당자가 있지만,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실질적인 주요 업무는 1명이 맡는 셈이어서 국가 업무 대응하기도 벅차다"며 "부산시 자체의 감염병 대비 메뉴얼 제작을 위해서도 효율적인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