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비상상황에 대비한 준비가 가장 잘 된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지난 번에 일어난 대지진 때 제대로 대처를 못하지 않았습니까. 중국은 2008년 쓰촨 대지진 때 구호팀의 일원으로 가보니 거의 속수무책이었고…. 우리나라도 이제 만일의 일을 예상하고 준비를 해야 합니다. 대한손상예방협회가 지난해 발족한 것도 이런 이유때문입니다."

박종호(56·사진) 부산센텀병원 원장 겸 센텀의료재단 이사장은 30년 가까이 한 우물을 파온 정형외과 전문의다. 2002년 부산 수영구에 부산센텀병원의 문을 열었고 2009년에는 사상구에 서부산센텀병원을 개원, 외연을 넓혔다.

박 원장의 최근 관심사는 응급의료체계 구축이다. 대량 재해나 불의의 사고 등 예기치못한 상황을 당했을 때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해보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일이 닥치기 전에 예방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도 포함된다. 바쁜 병원 일을 제쳐놓고 솔선수범해 대한손상예방협회를 세우는데 힘을 보탠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또 손가락이 잘려 나가는 등의 산업재해를 당한 환자들을 숱하게 치료하면서 느꼈던 안전불감증에 대한 기억도 녹아 있다. 박 원장은 현재 이 모임의 초대 회장이다.

"심각한 외상골절환자들은 초기 대처가 잘 되지 않으면 평생 불구가 됩니다. 병원에서도 치료를 잘 해야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체계로는 이런 환자를 치료하면 할 수록 병원에는 적자가 쌓입니다. 게다가 24시간 대기를 해야 하니 대부분의 병원에서 숙련의보다는 젊은 의사들이 이 일을 맡습니다. 뭔가 잘 못된 거지요."

부산센텀병원은 이런 점에서 돋보인다. 척추 관절은 물론이고 손가락 접합 등을 포함한 수부미세수술에 능하다. 특히 같은 재단 소속의 서부산센텀병원은 공단이 밀집한 사상구에 위치한 까닭에 어느 병원보다 이런 수술 건수가 많다. 아예 수부미세수술연구소를 개설해놓고 있다. 양 병원을 합쳐 이 분야 전문의만 5명이나 된다. 응급센터에서는 전문의가 늘 당직을 서고 있다. 정형외과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기 때문에 동반질환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부산센텀병원의 장점이다.

박 원장은 환자를 수술과 비수술, 딱 두개의 범주로 분류하는 병원 관행에도 불만이 많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의료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가야지 무조건 수술부터 하자고 덤벼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정형외과 전문의가 볼 때 오래, 건강하게 사는 비법은 뭘까. "척추관협착증과 퇴행성관절염, 골다공증은 평생 다스려야 할 질환입니다. 한번 망가지면 원상회복이 안됩니다. 쪼그려 앉는 것을 피하는 등 생활습관만 바꿔도 얼마든지 이런 질환을 예방할 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