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심층수가 무궁무진한 울릉도 주변 바다속

해양심층수가 몰려온다. '해양심층수 개발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지난 8월 국회 통과된 데 이어 내년 2월초 발효된다. 이렇게 되면 심층수 개발이 붐을 이루고, 심층수를 이용한 다양한 상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게 된다. 우리나라엔 심층수로 만든 음료가 이제 시판되는 수준이다. 하지만 앞으로 기능성 음료나 아이스크림 과자 등 식품은 물론 질병 치료용 의약품이나 화장품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오게 된다. 심층수 시장은 1015년께 2조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해양심층수는 무엇이며, 왜 갑자기 뜨는 것일까. 정말 심층수는 좋기만 한가. 인체에 해는 없나. 우리 생활속으로 다가오는 해양심층수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해양심층수란

수심 200m 아래 바다속은 햇빛이 도달하지 않는다. 온도도 2~5℃로 거의 일정하다. 온도가 낮은 데다 밀도가 높아 표층수와는 거의 섞이지 않는다. 이 물은 깨끗한 데다 미네랄과 영양염류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태고적부터 고위도 극지대의 차가운 물이 바다속 깊이 내려가 형성된 심층수는 병원균이 거의 없는 오염되지 않은 물이다. 세계적으로는 북대서양과 그린랜드 남극해역 등에서 생성된 심층수가 대략 4000년에 걸쳐 대순환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서양과 태평양 인도양을 순환한다. 우리나라의 동해는 약 2800만 년 전에 형성된 바다로 해양심층수의 보고다. 동해 바닷물의 90%가 해양심층수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워터비스사 해양심층수 취수 개념도

심층수는 왜 깨끗한가

심층수를 얻는 깊은 물에는 빛이 거의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식물성 플랑크톤에 의한 광합성이 일어나지 않아 유기물의 농도는 극히 낮다. 유기물이 없기 때문에 잡균이 증식할 수 없는 환경이 된다. 특히 병원균과 같은 유해한 세균류는 증식을 위해 유기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심층수에서는 증식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심층수에 대장균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해양심층수의 특성과 효능

심층수의 또다른 특징은 영양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마그네슘 나트륨 칼슘 칼륨 등 미네랄이 함유돼 있고, 질산염 규산염 인산염 등 영양염류도 풍부하다. 미네랄이나 염류는 표층수에 비해 수십~수백 배 함유돼 있다. 영양이 풍부한 것은 역시 빛과 관계가 있다. 표층에서는 식물성 플랑크톤이나 해조류 등이 광합성을 하면서 영양염으로부터 유기질을 생산해 낸다. 표층수는 결국 영양염의 계속적인 소비로 인해 고갈상태에 이른다. 반면 바다의 심층에는 광합성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영양염이 고농도로 축적돼 있는 것이다.

해양심층수는 이런 특성으로 인해 항아토피 효과가 있는 등 건강에 효능을 가진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암예방 암전이억제 효과가 있고, 혈액순환 개선 효능으로 인해 동맥경화 고혈압 등에도 좋다고 한다. 다만 의학적 효과에 대해선 아직 연구의 여지가 많다. 현재 국내에는 생수가 출시되는 정도지만 앞으로 시장이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해양심층수로 만든 화장품

일본 미국 등 개발 사례

해양심층수는 1967년 미국 콜럼비아대학 연구팀이 심층수의 저온성과 부영양성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그후 1972년 카리브해 부근에서 해양심층수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고, 1981년 하와이에서 취수시설을 완성하는 등 미국이 앞서 나갔다.

일본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심층수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했다. 1989년에는 고치현에 일본 최초의 심층수 취수시설을 세워 하루 460t의 물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뒤 도야마 나메리카와 오키나와 등에 심층수 취수시설을 갖추고 심층수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제 취수시설을 설치하는 단계인 점을 감안하면 10년 이상 앞서 있는 셈이다.

일본은 이미 생수를 비롯한 다양한 심층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음료시장에선 과즙음료와 건강음료 차 등의 제품에, 주류는 맥주 전통주 소주 등에 심층수를 활용하고 있다. 두부 빵 등 각종 식품과 화장품 목욕용품 등 건강 미용관련 상품에 이르기까지 활용처를 넓혀가고 있다. 심층수를 활용한 상품이 이미 1000여 종에 달할 정도다. 현재 일본의 심층수 시장은 2조~2조5000억 원대라고 한다.

우리나라 개발 현황

국내 심층수 개발은 동해에서만 가능하다. 그래서 동해쪽의 강원도 고성 속초 양양 강릉과 경북의 영덕 울진 해안에는 해양심층수 개발을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있고 관련 업체만도 10여개에 달한다. 공공재 성격의 물을 개발하는 사업이어서 지자체나 지방공기업이 사업을 주도하는 곳도 있다.

가장 먼저 심층수 음료를 내놓은 곳이 심층수 개발업체인 (주)울릉미네랄과 손잡은 CJ이다. 지난 3일 심층수를 탈염정제해 '울릉미네워터'란 이름으로 음료를 내놓았다. 역시 심층수 개발을 거의 끝낸 워터비스사도 곧 심층수 음료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 회사는 해저 1100m에 취수관을 설치해 지난 9월 18일 통수식을 가졌다. 이 업체는 국내 최대의 음료업체인 롯데칠성과 손잡았다. 롯데칠성과 CJ의 대결구도다. 이밖에 (주)강원심층수 강릉I&D 한국수자원공사 (주)울릉도심층수 울릉군(공영개발) 등에서 해양심층수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워터비스사의 해양심층수 정제공정.

해양심층수 제품 시장 전망

대선주조가 최근 울릉미네랄로부터 해양심층수를 공급받아 '시원 프리미엄' 소주를 내놓았고, 해태제과 역시 울릉미네랄의 소금을 이용해 감자칩을 지난달 내놓는 등 벌써부터 상품화가 시작되고 있다. 소주회사인 진로와 하이트(맥주) 웅진 등은 워터비스사와 심층수 공급계약을 맺었다. 심층수 제품을 놓고 기업들이 한판 승부를 벌일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소주 맥주 등 주류시장과 음료 식품 화장품 관련 시장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해양심층수 시장이 2010년께 1조 원, 2015년에는 2조 원대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워터비스사 관계자는 "지금의 심층수 제품은 식품위생법, 먹는물 법 등 개별 법규에 따라 출시되고 있다"면서 "심층수 관련법이 발효되는 내년 2월부터는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없나

심층수를 남용하면 고갈될 것이란 우려가 있으나, 해수의 96%가 심층수임을 감안하면 기우이다. 또 심층수는 순환재생되기 때문에 고갈될 염려는 없다. 심층수 제품에 부작용 등 문제점이 있을 수도 있으나 정부에서 관련 법규를 마련 중이다. 내년 2월 법 발효를 앞두고 정부는 해양심층수 관련 시행령 등 심층수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법규를 마련하고 있다. 가짜 심층수를 판매했을 경우 처벌규정 등도 마련된다.

한국해양연구원 김현주 해양심층수연구사업단장은 "해양심층수는 축양 양식, 농산물 증산, 대체에너지 개발은 물론 인류의 물부족까지 해결해 줄 천연자원"이라면서 "환경을 유지하면서 제대로 이용하는 인류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취재협조 :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심층수연구사업단, 한국해양연구원 안희도 책임연구원, (주)워터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