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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내 사주까지? ‘디지털 사주’에 빠진 청년들

  • 박혜원 기자 phw000713@kookje.co.kr 박채린 인턴 서유빈 인턴
  •  |   입력 : 2025-09-09 11: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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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 사주나 운세를 AI로 쉽게 확인하죠.”

사주·운세 앱 이용자가 급증한 건 이미 옛일. 최근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AI 사주’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퍼진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시공간 제약 없이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점술 문화로 자리 잡았다.

AI사주를 보고 있는 사용자의 휴대폰 화면. 박혜원PD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 자료를 보면 사주·운세 앱 ‘포스텔러’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지난해 12월 기준 62만8208명으로 전년 같은 달(48만 9745명)보다 28.2% 늘었다. 또 다른 사주 앱 ‘점신’도 같은 기간 96만7363명의 MAU를 기록하며 1년 전(82만 9265명)에 견줘 16.6% 증가했다. 이처럼 사주·운세 앱은 짧은 기간 수십만 명이 새로 유입되며 뚜렷한 시장 성장세를 보였다.

운세를 믿는 방식은 늘 다르지만, 그 배경에는 언제나 ‘미래를 알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과거에는 길거리 점집에서 대면 사주를 보거나 신문 속 운세를 확인하는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SNS 이용이 활발해지면서 유튜브 타로와 주파수 콘텐츠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 그리고 지금은 그 자리를 AI 사주가 꿰찼다. SNS에서 ‘챗GPT로 사주 보는 법’ 게시물이 확산한다. 챗GPT는 태어난 연·월·일·시를 입력하면 전통 명리학 기반 풀이를 보여준다.

차봉주(여·25) 씨는 “요즘 SNS에서 챗GPT로 사주 보는 법이 많이 올라와서 친구들에게 공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심서진(여·23) 씨도 “프롬프트에 정보를 넣고 사주를 보니 전통 사주와 겹치는 부분이 많아 신기했다”며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일대일로 깊은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다만 심 씨는 “질문을 계속할수록 똑같은 답변이 반복돼 ‘뭐지?’ 싶었던 적이 있다”며 “생년월일 입력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때도 있어 신뢰성에는 의문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동아대 정소영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혜원PD
AI 사주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접근성’이다. 언제 어디서든 개인정보만 입력하면 사주·운세를 물 흐르듯 풀어낸다. 전문가들은 AI 사주를 어떻게 생각할까. 정소영 동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전에는 사주를 보러 가면 부적을 쓰라고 하거나 굿을 해야 한다는 식의 금전적 요구가 뒤따르는 사례가 많았다”며 “반면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제3의 객관적 개체처럼 인식되므로 더 신뢰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I 사주가 재미를 넘어 맹신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낭연 경성대 심리학과 교수는 “AI 사주 등에는 ‘바넘 효과(Barnum effect)’가 작용한다”며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일반적 설명도 개인은 자신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말했다. 희망적 메시지일수록 위안이 돼 더 쉽게 믿는다는 의미다.

경성대 임낭연 심리학과 교수가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혜원PD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AI 사주를 심리적 위안 또는 자기 탐색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개인정보 제공에는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사주를 보려면 태어난 시각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를 누가 어떻게 관리하는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짚었다. 임 교수는 “사주를 심리적 지지 수단으로 삼을 수는 있지만, 운명을 결정짓는 도구로 믿는 것은 위험하다”며 “AI와의 대화를 자기 탐색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AI 사주를 단순한 유행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불확실한 시대, 청년의 불안과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빚어낸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해석된다. 점집에서 시작해 타로·주파수 콘텐츠 그리고 AI로 이어진 흐름은 ‘운세’라는 전통적 욕구가 어떻게 기술과 결합하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이를 ‘위안의 도구’로 활용할지 ‘맹신의 덫’으로 만들지는 이용자의 선택에 달렸다.


박혜원 기자 phw000713@kookje.co.kr, 박채린 인턴, 서유빈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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