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편의점 자판기 등 어디서든 제로 칼로리 음료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다. 탄산음료와 커피는 물론 소주까지 ‘제로’ 라벨이 붙은 제품이 널리 유통된다. 맛과 건강을 동시에 추구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에 따라 제로 칼로리 음료가 주류 소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제로 칼로리 음료는 설탕 대신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등 인공 감미료로 단맛을 낸다. 설탕보다 수백 배 강한 단맛을 내면서도 당분과 칼로리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 100㎖당 열량이 4㎉ 미만이면 ‘제로 칼로리’, 당류가 0.5g 미만이면 ‘제로 슈거’로 표기할 수 있다. 이런 표기는 사전 심의를 거쳐야 하며, 무단 사용 때는 행정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국내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 시장 규모는 2018년 1630억 원에서 2023년 1조2780억 원으로 무려 7.8배 성장했다.
‘제로’의 인기는 오프라인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전국 곳곳에는 24시간 무인으로 운영하는 ‘제로 스토어’가 속속 등장했다. 제로 칼로리 음료부터 무설탕 젤리·스낵 등 ‘제로 제품’만 모아둔 공간으로, 젊은 소비자와 다이어터 사이에서 인기를 끈다. 부산의 한 제로 스토어 운영자는 “주말이나 퇴근 시간대에는 인기 제품이 금세 동날 정도로 찾는 손님이 늘었다”며 “예전엔 제로 음료나 간식이 주력이었지만, 요즘은 곤약볶음밥 떡볶이 같은 식사 대용 제품이 잘 나간다”고 전했다.
그러나 ‘제로’가 곧 건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칼로리가 낮다고 해서 과다 섭취하면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무설탕이라고 표기돼도 당류가 완전히 0g이 아닐 수도 있다.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이지현 교수는 “‘제로’라는 문구만으로 건강함을 보장할 수 없다. 인공 감미료는 단기 섭취 때 안전성이 입증됐지만, 장기적인 영향은 연구가 더 필요하다”며 “설탕은 첨가량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지만, 인공 감미료는 함량 표시 의무가 없어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감미료는 종류가 다양하고, 설탕보다 적은 양으로 강한 단맛을 내 오히려 단맛 선호를 높이고 과식을 유도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식약처는 이 같은 소비자 혼선을 줄이기 위해 2026년 1월부터 감미료의 종류와 사용량, 열량 정보를 함께 표기하는 제도를 의무화한다. ‘제로 슈거’ 문구 옆에 ‘감미료 함유, 열량 ○○㎉’처럼 명확한 정보를 표시해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식약처는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때 인공 감미료 함량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제로 제품은 당류와 칼로리를 줄이는 데 유용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제로’라는 이름만 믿기보다 성분과 정보를 정확히 확인하고 현명하게 소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넘쳐나는 제로 식품 전성시대, 이제는 ‘맛있고 가볍게’가 아니라 ‘정확하게 알고’ 선택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