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뿐인 인생, 순간을 즐겨라!” 몇 년 전 대한민국을 휩쓴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열풍은 미래보다 현재 만족을 추구하는 과감한 소비를 상징했다. 하지만 이제 Z세대(1995~2010년생)는 새로운 구호를 외친다. “너에게 정말 필요한 건 단 하나야!” 바로 ‘요노(YONO, You Only Need One)’다. 이들은 무분별한 소비 대신 수많은 선택지 중 자기에게 가장 큰 가치와 만족을 주는 ‘단 하나’에 집중한다.
●절약이 ‘콘텐츠’가 된다
Z세대에게 절약은 더 이상 ‘궁상’이 아니라 즐겁게 공유하는 콘텐츠다. ‘무지출 챌린지’와 ‘짠테크(짠돌이+재테크)’ 열풍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 4월 기준 인스타그램의 ‘#무지출챌린지’ 해시태그는 약 35만 개에 달하며, 틱톡의 관련 콘텐츠 조회 수는 2억 회를 넘었다. 이런 흐름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통계청의 ‘2024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20대의 평균소비성향은 67.1%로, 10년 전(75.5%)보다 8.4%포인트 감소했다. 평균소비성향은 월급이나 용돈 등 쓸 수 있는 모든 돈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같은 소득 안에서도 지출을 줄인다는 의미다. 스스로 소비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집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시적 소비를 말하는 ‘플렉스(Flex)’ 문화 역시 욜로에서 요노로 변하고 있다. 값비싼 명품으로 타인의 시선을 즐기던 ‘욜로 플렉스’ 대신 나에게 확실한 만족감을 주는 ‘스몰 럭셔리(Small Luxury)’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1만 원짜리 수제 향초, 좋아하는 작가의 일러스트 엽서, 친환경 원단으로 만든 티셔츠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요노의 핵심을 보여준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확실한 행복을 주는 단 하나의 경험이나 물건에 기꺼이 투자하는 것’. Z세대에게 절약과 사치는 상반된 개념이 아니라 현명하게 소비하는 ‘공존 전략’이다.
●요노의 선택 기준은
Z세대는 수많은 상품 중 ‘단 하나’를 어떤 기준으로 선택할까. 이들은 “왜 이 제품을 선택하는가”라고 질문한다.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하는 브랜드를 소비하며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올해 상반기 인스타그램을 달군 ‘제로 웨이스트’ ‘비건 뷰티’ ‘로컬 푸드’ 등의 키워드는 Z세대의 선택 기준을 명확히 보여준다.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동물 실험 반대, 지역 경제 활성화 등 자기 신념을 소비로 실천한다. Z세대에게 소비는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자 ‘세상을 바꾸는 참여’다.
소비 패러다임 변화는 기업에도 분명한 과제를 제시한다.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Z세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과 사회적 책임으로 소비자 선택 기준이 확장됐기 때문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는 재활용 소재 사용과 환경단체 기부로 ‘지속 가능한 소비’의 상징이 됐다. ‘아모레퍼시픽’은 ‘비건 뷰티’ 라인을 확대하며 자연주의 가치를 실천한다. 제품을 파는 것을 넘어 브랜드 철학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소통 전략이 기업에 필수가 된 셈이다.
●소비는 ‘자기표현’
기성세대 눈에 Z세대 소비 방식은 다소 낯설다. 대형마트 묶음 상품 대신 로컬마켓 소량 제품, 유명 글로벌 브랜드보다 신념 있는 작은 독립 브랜드를 선택하는 모습이 비경제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의미를 두는 쪽은 ‘얼마나 쓰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어떻게 소비하느냐’다. 양이 아니라 질이다. 적게 쓰더라도 자신과 사회 모두에 가치 있는 소비를 하려 한다. Z세대의 소비는 가장 정직한 ‘자기표현 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