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수현의 꽃]소금을 뿌린 듯 하얗게 물든 밭…허생원이 사랑을 나누는 듯

<44> 메밀꽃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산 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 선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한 소절입니다. 어릴 적 소설을 읽은 후 흐뭇한 달빛에 소금 뿌린 듯 하얗게 빛나는 메밀밭은 꼭 한번 찾고 싶은 대상이었지만 제대로 인연이 닿지 않았습니다. 올해 추석 다음 날인 10월1일 산지를 개간해 메밀밭을 조성해둔 전북 고창군 학원농장으로 향했습니다. 추석 다음 날을 잡은 것은 소설에 부드러운 달빛이 비추는 시기를 보름이 갓 지난날로 묘사해 두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초저녁 떠 오른 달빛에 소담스럽게 피어난 메밀꽃이 소금 뿌린 듯 하얗게 빛나고 있습니다.
오후 3시께 농장에 도착. 끝없이 펼쳐진 메밀밭에 앉아 소담스럽게 피어 있는 메밀꽃들과 함께 밤을 맞았습니다. 오후 7시30분. 초저녁 별빛이 시나브로 흐려지며 메밀밭 너머로 달이 떠올랐습니다. 소설 속에 나오는 듯 흐뭇한 달빛은 넓은 무대를 은은하게 비추는 조명 이냥 메밀밭을 하얗게 물들여 갔습니다. 달빛에 드러나는 메밀밭에 대한 묘사로 ‘소금 뿌린 듯~’ 하다는 것만큼 감성적이면서도 적절함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달빛에 드러나는 메밀밭에 대한 묘사로 ‘소금 뿌린 듯~’ 하다는 것만큼 감성적이면서도 적절함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밀은 6-7월 하순에 씨를 뿌리면 8-9월에 꽃이 피는데, 꽃에는 특히 꿀이 많아 꿀벌의 좋은 밀원 식물이기도 합니다.

메밀밭에 앉아 달을 올려다보다 ‘역지사지’를 생각해봅니다.

소설은 낭만적이고 향토적인 분위기 속에서 서정적인 문체로 허 생원의 운명적인 만남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낳은 후 집에서 쫓겨난 여인의 기구했을 인생’과 ‘술주정뱅이 의붓아버지 밑에서 불우한 성장기를 보냈을 아들 동이의 생부에 대한 원망’ 등이 허생원의 운명적 만남에 가려져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심지어 처녀와의 하룻밤을 보낸 신통하면서도 재수가 좋았던 인연 때문에 살아 있는 보람을 느낀다는 허생원의 말은 ‘하얗게 빛나는 메밀꽃’ 속에 가려져있는 허생원의 무책임하면서도 극단적인 이기심이 아닐까요. 허생원은 나이가 들자 떠돌아다니는 장돌벵이 신세에 염증을 느끼게 되고, 어딘가에 정착하고자 할 무렵 아들 동이를 만나게 되고 20여년 전 인연을 찾아 함께 길을 떠나면서 다시 모든 것을 운명으로 돌리고 말지요.

소설의 모티브가 된 ‘소금을 뿌린 듯 하얗게 물든 메밀밭’에 앉아 인연과 운명은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닐까 생각에 잠기고 말았습니다.

메밀은 메마른 땅에도 잘 적응하고 병충해도 적어 오래전부터 구황작물로 재배해왔습니다.꽃이 지고 열매가 맺히면 그대로 밥을 지어 먹기도 했고 가루를 내어 메밀묵, 메밀국수, 냉면 등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줄기는 가축의 먹이로 사용해왔습니다.
메밀꽃의 꽃말은 소설 『메밀꽃 필 무렵』과는 모순된 대구를 이루는 ‘연인’, ‘사랑의약속’입니다.

전북 고창으로 향하는 길 경남 하동 북천 메밀밭을 지나며 가을 하늘 아래 빛나는 메밀꽃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2. 2[속보] 다카이치 총리, 야스쿠니 가을 제사 공물 봉납
  3. 3[속보] 재커라이어, 나흘 만에 경질.. ‘역대 최단 기간’ 백악관 대변인
  4. 4"뉴스거리 만들려 범행" 인천 흉기난동범 최충락 주거지 압수수색
  5. 5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6. 6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1.2원 ↓
  7. 7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8. 8"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9. 9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10. 10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3. 3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4. 4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5. 5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6. 6李대통령 지지율 39%, 하락세 멈췄다…민주 36% 국힘 27%
  7. 7李대통령, 부상 소방관·장병 쾌유기원…“천금 준들 아깝겠나”
  8. 8李대통령 “국무회의 비공개 동의못해…할말 못하는 국무위원 없다 확신”
  9. 9이혼소송 중 주소 노출…서울고법원장, 아내 살해 공무원 사건에 “제도개선”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첫 출근에 "피아구별 없이 엄중 수사하길"
  1. 1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1.2원 ↓
  2. 2"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3. 3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4. 4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5. 5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6. 6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7. 7‘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8. 8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9. 9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10. 10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1. 1[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2. 2"뉴스거리 만들려 범행" 인천 흉기난동범 최충락 주거지 압수수색
  3. 3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4. 4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5. 5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6. 6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7. 7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8. 8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9. 9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10. 10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