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 선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한 소절입니다. 어릴 적 소설을 읽은 후 흐뭇한 달빛에 소금 뿌린 듯 하얗게 빛나는 메밀밭은 꼭 한번 찾고 싶은 대상이었지만 제대로 인연이 닿지 않았습니다. 올해 추석 다음 날인 10월1일 산지를 개간해 메밀밭을 조성해둔 전북 고창군 학원농장으로 향했습니다. 추석 다음 날을 잡은 것은 소설에 부드러운 달빛이 비추는 시기를 보름이 갓 지난날로 묘사해 두었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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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저녁 떠 오른 달빛에 소담스럽게 피어난 메밀꽃이 소금 뿌린 듯 하얗게 빛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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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께 농장에 도착. 끝없이 펼쳐진 메밀밭에 앉아 소담스럽게 피어 있는 메밀꽃들과 함께 밤을 맞았습니다. 오후 7시30분. 초저녁 별빛이 시나브로 흐려지며 메밀밭 너머로 달이 떠올랐습니다. 소설 속에 나오는 듯 흐뭇한 달빛은 넓은 무대를 은은하게 비추는 조명 이냥 메밀밭을 하얗게 물들여 갔습니다. 달빛에 드러나는 메밀밭에 대한 묘사로 ‘소금 뿌린 듯~’ 하다는 것만큼 감성적이면서도 적절함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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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에 드러나는 메밀밭에 대한 묘사로 ‘소금 뿌린 듯~’ 하다는 것만큼 감성적이면서도 적절함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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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은 6-7월 하순에 씨를 뿌리면 8-9월에 꽃이 피는데, 꽃에는 특히 꿀이 많아 꿀벌의 좋은 밀원 식물이기도 합니다.
메밀밭에 앉아 달을 올려다보다 ‘역지사지’를 생각해봅니다.
소설은 낭만적이고 향토적인 분위기 속에서 서정적인 문체로 허 생원의 운명적인 만남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낳은 후 집에서 쫓겨난 여인의 기구했을 인생’과 ‘술주정뱅이 의붓아버지 밑에서 불우한 성장기를 보냈을 아들 동이의 생부에 대한 원망’ 등이 허생원의 운명적 만남에 가려져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심지어 처녀와의 하룻밤을 보낸 신통하면서도 재수가 좋았던 인연 때문에 살아 있는 보람을 느낀다는 허생원의 말은 ‘하얗게 빛나는 메밀꽃’ 속에 가려져있는 허생원의 무책임하면서도 극단적인 이기심이 아닐까요. 허생원은 나이가 들자 떠돌아다니는 장돌벵이 신세에 염증을 느끼게 되고, 어딘가에 정착하고자 할 무렵 아들 동이를 만나게 되고 20여년 전 인연을 찾아 함께 길을 떠나면서 다시 모든 것을 운명으로 돌리고 말지요.
소설의 모티브가 된 ‘소금을 뿌린 듯 하얗게 물든 메밀밭’에 앉아 인연과 운명은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닐까 생각에 잠기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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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밀은 메마른 땅에도 잘 적응하고 병충해도 적어 오래전부터 구황작물로 재배해왔습니다.꽃이 지고 열매가 맺히면 그대로 밥을 지어 먹기도 했고 가루를 내어 메밀묵, 메밀국수, 냉면 등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줄기는 가축의 먹이로 사용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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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의 꽃말은 소설 『메밀꽃 필 무렵』과는 모순된 대구를 이루는 ‘연인’, ‘사랑의약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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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고창으로 향하는 길 경남 하동 북천 메밀밭을 지나며 가을 하늘 아래 빛나는 메밀꽃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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