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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해지고 발작 일으키는 뇌전증…대다수 약물로 호전

뇌혈관질환·종양·치매 등이 원인, 일부 뇌세포 전기적 질서 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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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행동·알아들을 수 없는 말도
- 의심 증상 땐 목격자와 병원으로
- 항경련제 먹으면 일상생활 가능
- 2년 이상 호전 없으면 수술 검토

쇼핑을 하고 있던 K(75) 씨는 갑자기 오른손이 움찔거리는 느낌이 든 후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발작이 일어났다. 다행히 주위 사람들이 그를 자리에 눕혀서 외상을 입지는 않았다. 그는 병원에 가 보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의식을 회복한 뒤로는 별 이상이 없어 평소처럼 지냈다. 그러다 한 달여 뒤 아침식사 중 두 번째 발작이 나타났다. 결국 병원 신경과를 찾은 그는 뇌전증 진단을 받았다.
성인 뇌전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뇌혈관 질환이지만,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동아대병원에서 뇌전증 관련 환자에 대해 뇌파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뇌전증은 만성적인 신경성 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이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본인에게 추락 등 위험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고, 이상행동 등으로 다른 사람에게도 해를 끼칠 수 있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꼭 필요하다. 동아대병원 신경과 이윤경 교수의 도움말로 뇌전증에 대해 짚어봤다.

우리 몸의 뇌에는 정상적인 활동을 위해 미세한 전기가 흐른다. 뇌신경세포 중 일부가 과도한 전류를 발생해 나타나는 것이 발작이다. 이런 뇌의 전기적 흥분이 반복적으로 생기는 것을 뇌전증이라고 한다. 성인 뇌전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뇌혈관 질환(뇌출혈 뇌경색 등)이다. 그 외에도 뇌 손상, 뇌종양, 뇌의 염증, 치매 등이 있다. 하지만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가장 흔한 증상은 운동성 경련 발작이다. 그뿐만 아니라 멍하게 응시하고 반응이 없거나 의미 없는 동작을 반복하고, 자면서 한쪽 팔다리를 떨고 소리를 지르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L(65) 씨는 6개월 전부터 기억력이 크게 떨어진 데다, 대화 중에 멍하게 있고 입맛을 다시거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때도 있다. 병원에서 뇌파검사를 받은 그는 뇌파성 발작이 기록돼 뇌전증으로 진단됐다. 또한 전신 발작 상태가 5분 넘게 지속되는 것은 ‘뇌전증 지속 상태’이다. 이런 경우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해 빨리 응급실로 가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를 보면 국내 뇌전증 진료 환자는 전 연령층에 분포한다. 특히 고령층의 발병률이 높은 것은 퇴행성 뇌질환이 뇌전증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본적인 치료는 약물이다. 항경련제를 사용하는데, 환자에 따라 적합한 종류와 용량을 택한다. 위의 K, L 씨 모두 항경련제를 복용한 후로는 추가적인 발작이 없고 증상이 서서히 호전됐다. 보통 1가지 항경련제로 시작해 경과에 맞춰 약물 종류와 복용량을 조절한다. 항경련제에 따라 졸림이나 어지러움, 피부 발진 같은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다. 대부분 환자들은 약물로 증상이 개선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수술을 하게 된다. 수술은 보통 2년 동안 2종 이상의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경련 발작이 지속되면 고려할 수 있다. 여러 단계의 사전 검사를 통해 신중하게 검토한 후 수술 여부 및 방법을 결정하게 된다.

동아대병원 이윤경 교수는 “뇌전증은 과거 ‘간질’로 불렸지만, 그 단어의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대한뇌전증학회가 2012년 뇌전증으로 명칭을 바꿨다”면서 “환자의 60% 이상은 약물 치료로 증상이 조절되므로 적극적인 진단 검사와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위에 언급된 환자 사례들처럼 노년층 뇌전증은 발작 증상이 비교적 약하거나 모호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의심 증상이 있으면 증상을 목격한 사람과 함께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병력을 확인하고, 뇌전증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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