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BIFF)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조종국 운영위원장’ 임명에 반발하다가 마지못해 동의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났다. 앞서 BIFF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조종국 임명 동의를 구했다”고 주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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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 장면. 국제신문 DB |
국제신문은 허 집행위원장 사의 표명이 알려진 직후 BIFF 내부에서 열린 임직원 간담회 녹취록을 17일 입수했다. 복수의 내부 인사들에 따르면 이날 간담회에는 BIFF 수뇌부도 참석했다. 40여 분 분량인 녹취록에 따르면 오석근 BIFF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 위원장이 ‘허문영 사퇴’ 과정을 참석자들에게 상세히 설명한다.
녹취록에 따르면 오 위원장은 지난 2월께 서울에서 허 집행위원장에게 운영위원장 직제 도입을 처음 꺼냈다고 한다. 오 위원장은 “아시아 영화인들이 집행위원장과의 스킨십(네트워크)을 원하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허 집행위원장에게) 1년 중 절반 이상은 해외에서 영화인들과 교류하고 협업을 논의해달라”고 말했다는 내용과 “허 집행위원장에게 ‘예산·조직·행정·회계는 운영위원장이 맡도록 하자’고 설명했다”는 내용이 녹취록에 담겨 있다.
오 위원장은 “허 집행위원장이 그 자리에서 운영위원장 도입에는 찬성했으나 조종국 후보자 임명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허 집행위원장은 시간을 갖자고 한 뒤 베를린영화제(2월 16~26일)에 다녀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용관 BIFF) 이사장과 내가 있는 자리에서 (허 집행위원장이) 운영위원장직 도입에 ‘공식 동의’했다” “서면결의도 했다”고 간담회 참석자들에게 말했다.
녹취록에서 허 집행위원장은 조 운영위원장 임명에 반대하면서도 이 이사장의 뜻이라는 이유로 강한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오 위원장은 “예산안을 놓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허 집행위원장이 ‘운영위원장(도입)과 예산 전반은 내 의지대로 한 게 아니다. 이사장이 일방적으로 한 부분에 나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허 집행위원장은 임시총회(지난 9일) 전날 최종 점검장소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 위원장은 “한 영화단체가 공동위원장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허 위원장에게) 묻자 ‘노코멘트’라고 했다고 전해들었다”고 소개했다. 또 “내가 임시총회가 열리기 전 (노코멘트 발언에 대해) 항의하자 허 집행위원장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이사장님이 결정한 부분이라 반대는 안 하지만, 적극적으로 수용할 부분은 아니라는 논지의 이야기를 나에게 했다’”고 말했다. 임시총회 이틀 뒤인 지난 11일 허 집행위원장의 사의 표명이 확인됐다.
오 위원장은 녹취록에서 “어쩔 수 없이 결정한 부분은 심적으로 이해는 가나 명확한 의사결정 안하고 한 마디 말도 없이 사의를 표명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