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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암환자와의 소통, 공감능력이 중요…잘 듣고 잘 말해야

  • 김성근 좋은강안병원 암센터장(종양혈액내과)
  •  |   입력 : 2022-09-26 19:12:43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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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세대의 소통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SNS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스마트폰은 이미 소통의 첨단 기기로, 전자우편이나 인스턴트 메신저를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의 소통이 과거보다 더 원활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럴까? 의사와 환자의 소통 방식은 여전히 대면대화가 불가피한 특성이 있다.

의사가 환자를 대할 때는 단순히 진단과 치료경과 등에 대한 정보 공유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안심시킴’과 정서적 지지 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암환자들은 어떤 스타일의 소통을 원하는 것일까?

필자는 병원 내 회진이나 진료 과정에서 ‘암’이란 단어를 잘 쓰지 않는다. 처음 진단할 때 쓰고 그 후로는 ‘그 병, 이 병’이라고 표현한다. 환자는 이미 암 발병을 잘 알기에, 면전에서 암을 자꾸 언급하는 것은 불안감을 주고 심리적 안정을 방해할 수 있다. 암 진단을 알리는 면담은 대체로 두세 번의 진찰이 이뤄진 시점이기 때문에 환자와 의사 간 신뢰감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관계를 적극적으로 형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환자분의 이름을 정중하게 부르고 언행을 예의바르게 하는 것이 신뢰관계에 중요하다. 또 가족들이 함께 자리해 정보공유자가 많을수록 도움이 된다.

처음 진단결과를 알려주는 것도 힘들지만, 치료 도중 암 재발을 알리는 것도 매우 부담스럽다. 환자들은 재발되더라도 완치될 수 있다고 믿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때에는 재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알릴 의무가 있다. 물론 재발되어도 다시 완치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따라서 치료의 목표는 완치가 아니고 암을 어떻게 조절하고, 암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설명해준다.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운 면담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항암제가 더 이상 없는 경우이다. “지금까지 너무 잘 견뎌 오셨습니다”고 얘기하는 순간, 환자는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습니까?” “이제 정말 죽는 건가요?” 같은 질문을 한다.

사실 이럴 때는 정말 말을 이어가기 힘들다.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2~3년을 봐왔던 환자분들이라 감정적 특성, 가족관계, 직업과 교육수준, 경제적 형편 등을 수시로 파악하는 노력을 해왔기 때문이다.

때로는 실망과 분노의 감정을 드러내는 환자분도 있고, 정중하게 위로의 말을 건네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암환자에게 나쁜 소식을 전하는 수업을 의과대학에서조차 배운 적이 없었던 탓에 아무래도 미숙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외국의 연구자료들을 통해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습득했다.

우리 사회에서 소통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오래된 고질병이다. 아무리 소통방식이 변하고 진화하더라도 소통의 본질은 정작 다른 곳에 있음을 말해준다. 소통이 원활하게 되는 개인이나 사회가 있다면 그 비결은 아마도 ‘잘 말하고 잘 듣는 방법’이 사회구성원이나 집단에 잘 정착된 곳일 것이다. 지식이 아무리 많은 사람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언어에 잘 담아내는 기술, 그리고 상대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는 정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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