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대학 노년행동학 교수 사토 신이치는 조부모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는 저서 ‘나이 든 나와 살아가는 방법’에서 조부모가 손자녀에게 미치는 영향 중 가장 높은 항목이 “나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보여 준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항상 내 편이라는 믿음을 준다”고 밝혔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 편이라는 믿음’은 곱씹어 볼 만하다.
맞벌이 부부에게 주변의 지원은 꼭 필요하다. 다양한 형태의 전문 보육기관, 국가 지원 보육도우미 등이 있지만 피를 물려준 조부모만 하랴.
인간이 인간을 가장 사랑하게 되는 시점이 조부모가 손주를 볼 때라고 한다. 연인도, 부부도, 자녀의 사랑도 손자녀에 관한 사랑과 비교가 안 된다고 한다.
세 살까지 인성이 형성되고 다섯 살까지 배운 관계 맺기 방법을 바탕으로 평생을 살아간다는 이론에 비추어 보면 유아기에 맺게 되는 조부모와의 경험이 아이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어떤 학자는 삼대가 함께 사는 가정이 유아기에 가장 바람직한 환경이라고 말한다. 아놀드 토인비도 우리나라의 전통 가족제도를 찬양했다.
필자가 근무하는 어린이집에도 많은 조부모가 온다. 손자녀의 등·하원을 돕기도 하고, 어린이집을 처음 이용하는 손자녀의 적응을 돕기 위해 어린이집에서 함께 놀아주기도 한다. 이들은 주 양육자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조력자의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공통된 특징은 만면에 웃음이다. 손자녀를 바라보는 두 눈엔 행복함이 가득하다. 이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이라고 조부모끼리 속내를 말하곤 한다.
결혼 후 아이 소식이 없는 아들에게 부모가 조심스레 물었더니 ‘부모님이 도와주면 아이를 갖겠다’는 대답에 요즘 제2의 육아를 준비하는 예비 조부모가 많다고 한다. 손자녀 양육을 위해 자식 집 근처로 이사하는 조부모, 주중 육아 돌보미를 하며 주말 부부를 감수하는 조부모. 그들에게 노년의 육아는 말할 수 없는 기쁨을 주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운 도전이다.
출산율 저하를 걱정하면서도 자기 생활을 손자녀에게 일방적으로 희생당할 수 없다는 조부모도 있지만 친자녀의 육아에 도움 주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집집마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가득하고, 놀이터에서 왁자지껄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나라의 부강을 보는 것 같아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