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술 가능 상태 전체 20% 미만
- 일반 초음파 검사서 발견 못해
- 50세 이후 복부 CT 검사 필수
- 수술 기술 발전돼 생존율 개선
50대 초반인 여성 A 씨는 평소 기저질환(지병) 없이 잘 지내는 편이었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배가 갑자기 아프고 얼굴색도 좀 노랗게 보이자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에 갔다. 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은 그는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담도가 크게 늘어나 있다는 거였다. 뒤이어 복부 CT(전산화 단층촬영) 검사를 진행한 결과, 췌장에 암이 생겼고 그 암이 담도를 심하게 누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 고신대복음병원 이정욱(간내과) 교수가 췌장암 관련 환자의 검진을 위해 의료진과 함께 내시경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
그의 췌장암은 그나마 초기에 발견된 셈이다. 이는 어느 정도 수술이 가능한 단계다. 하지만 그의 경우는 췌장 바로 뒤의 동맥과 맞닿여 있어 당장 수술이 어려운 상태다. 의료진과 A 씨는 우선 항암치료를 하면서 그 부분의 축소 경과를 보고 수술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
| 이정욱 교수 |
11월은 세계 췌장암의 달이다. 췌장암은 가장 위험한 암 유형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암 중에서 5년 생존율이 가장 낮고, 암 사망자 수가 5번째로 많다. 췌장암과 췌장염으로 진료 받는 환자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전체 종양 발생의 3위에 해당하고, 2030년께에는 암 사망원인 중 2위가 될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그만큼 환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고신대복음병원 이정욱(간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췌장암 예방 등에 대해 알아본다.
췌장암의 최대 문제는 복부 내 아주 깊숙한 곳에 있어 조기 발견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수술이 가능한 상태로 일찍 발견되는 것은 전체 20% 미만에 불과하다. 특히 주요 증상(지속적인 소화 불량, 복통, 갑작스러운 당뇨나 체중 감소, 황달, 붉은 소변 등)이 나타나서 병원에 왔을 때는 수술을 못할 정도로 이미 늦은 경우가 80%에 이른다고 한다.
일반적인 복부 초음파는 쓸개와 간 등을 검사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만, 췌장 전체를 살펴볼 수 없는 것이 맹점이다. 췌장의 머리 일부분만 간신히 볼 수 있다. 보통 위·대장 등의 내시경, 간 초음파, 피 검사 등을 받으면 건강검진을 웬만큼 다 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취약점은 역시 췌장 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췌장암 진단 환자들을 보면, “그동안 건강검진에서는 별 이상이나 문제가 없었다”고 말하는 이들이 꽤 많다.
이정욱 교수는 이런 점을 지적하며 “50세 이후에는 췌장암 검진을 위해 적어도 한 번 이상은 복부 CT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증상 발생 전에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복부 CT 검사라고 해서 100% 완벽하게 잡아낼 수는 없지만, 췌장 및 담도계 상태를 상당 부분 확인할 수 있다.
만일 복부 CT에서도 볼 수 없는 미세한 병변이 의심되면, ‘초음파 내시경’ 검사가 효과적이다. 이는 내시경 끝에 초음파 기구가 연결된 것으로, 복부 초음파로 관찰하기 힘든 췌장, 담도, 담낭 등 주요 장기들을 바로 근처에서 정밀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교수는 “검진 차원이나 처음부터 내시경 초음파 검사를 곧바로 하는 것은 잘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반 내시경보다 굵고 딱딱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시술받기가 괴롭고, 비용부담 또한 크기 때문이다.
고무적인 현상도 있다. 과거에는 췌장 주변 혈관 중 동맥에 맞닿은 암의 경우 수술 불가로 분류됐으나, 근래에는 항암치료로 크기를 최대한 줄이고 주변의 미세 전이 부분을 많이 죽이면 수술 후 생존율이 상당히 개선된다는 것이다. 최근 췌장 내 낭종성 질환 유병율이 검진 증가 영향으로 크게 높아진 것도 두드러진다. 낭종성 질환 단계에서 미리 발견되면 주기적 검진을 통해 암 발생 예방과 수술 등의 대처가 가능하다.
췌장은 단백질과 지방을 분해하는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단백질과 지방을 과다 섭취하면, 본인의 췌장 분비기능보다 많은 양의 췌장액을 만들어내면서 세포 손상이 일어난다. 이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유전적 돌연변이로 췌장관에 이상세포가 생기는 것이 췌장암의 주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을 절제하고,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만성 췌장염이나 당뇨 등의 위험요인을 지닌 사람은 꾸준한 치료로 암 발생을 억제해야 한다.
구시영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