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능 상실하면 이식받아야
- 혈액 불일치 간이식 수술
- 고신대병원 부산 최초 성공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암 사망자는 7만9153명이다. 암 종류별로 사망자를 살펴보면 폐암이 1만7852명(22.5%), 간암이 1만611명(13.4%)으로 1, 2위였다. 이처럼 간암 사망률이 높은 것은 간이 대표적인 ‘침묵의 장기’이기 때문이다.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망가지기 전까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고신대 복음병원 신동훈(왼쪽 두 번째) 간담도췌장외과·이식외과 교수가 간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신 교수팀은 2016년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혈액 불일치 간이식 수술을 성공했다.

신체 장기 중 가장 큰 기관인 간은 우리 몸에서 해독작용, 대사작용과 함께 호르몬 분해 등에 관여한다. 간이 제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면 다양한 질환이 나타난다. 만성화된 간염은 간이 섬유화돼 딱딱해지는 간경변증(간경화)을 일으킨다. 과거에는 B형, C형 간염바이러스로 인한 발병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알코올 섭취로 인한 간경변이 늘고 있다.

간이 기능을 하지 못하면 간부전도 발생한다. 간에서 걸러지지 못한 독성물질이 혈관을 타고 흐르다 뇌를 손상시키는 간성혼수도 찾아온다. 심각한 간부전이나 간성혼수에 빠지면 환자가 목숨을 잃는 건 시간문제. 위기를 잘 넘기더라도 남아 있는 간에서 새로 간암이 생길 위험도 높다.

■간이식, 5년 생존율 80% 육박

간 기능이 완전히 상실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이식이 정답이다.

물론 간 절제술이 있다. 간암 등이 발생한 부위를 포함해 주변 정상 간 조직을 일정 부분 포함시켜 제거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간경변증이나 만성간염 같은 기저질환을 동반해 간 기능이 저하돼 있으면 간 절제술은 불가하다. 실제 간암 환자에게 절제술이 가능한 비율은 전체의 20, 30%에 그친다. 간 절제술은 암세포가 혈관을 침범하지 않았을 때 초기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법이기 때문이다.

간이식은 간암, 만성간염, 선천성 대사질환 등 거의 모든 간 질환 치료에 적용할 수 있다. 고신대 복음병원 간담도췌장외과·이식외과 신동훈 교수는 “특히 간경변증과 간암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치료 방법”이라고 말했다.

간이식은 크게 ▷건강한 정상인의 간 일부분을 수술로 떼어내 이식해 주는 생체 부분 간이식 ▷뇌사자에게서 전간을 받는 뇌사자 전간이식으로 나뉜다.

뇌사자 전체의 간 이식은 수혜자의 간을 제거한 자리에 뇌사자의 간 전체를 떼어 이식하는 수술법으로, 생체 기증자와 수혜자의 이식 가능 여부와 장기기증 대기로 인해 수술 일정 확정까지의 시간적 제약 때문에 현재 국내에서는 대체로 생체 간이식 수술을 많이 한다. 주로 건강한 간의 수혜자는 직계 가족이나 친척에게서 간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간암으로 간이식을 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80%에 육박한다. 간은 재생능력이 좋아 성인은 70%까지 떼어내더라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2, 3주 내 수술 전 크기의 70%, 1년 내 수술 전과 비슷한 크기로 복원된다.

수술은 수혜자와 기증자가 거의 동시에 진행된다. 수혜자의 손상된 간을 적출한 후 건강한 기증자의 좌측 또는 우측 간을 필요한 만큼 이식하는 방법으로, 적출 수술 외 간에 붙어있는 지방을 제거하고 이식받을 환자에 맞춰 다듬는 과정, 간문맥과 간정맥을 이어 혈액순환을 개통시키는 작업 등으로 통상 10시간쯤 걸린다.

■간이식, 서울 갈 필요 없어

간이식은 의료계 전 과목의 모든 수술 중 가장 난도가 높은 수술이다. 우주탐사선이 항공공학뿐만 아니라 전자공학 물리학 수학 신소재공학 등 과학기술의 총아이듯 간이식팀에는 간담췌외과 소화기내과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등 의료진과 전문간호사 그리고 이들을 총괄하는 장기이식 코디네이터가 필수다. 간이식팀이 있다는 사실은 수술 후 고도의 집중관리가 요구되는 중환자실을 완벽하게 갖춘 최고 수준의 병원으로 인정받는 척도가 된다.

고신대 복음병원은 2015년부터 간이식을 시작해 지금까지 생체 부분 간이식과 뇌사자 간이식 수술을 합쳐 모두 60여 회 진행됐다. 특히 부산에서 처음으로 2016년 혈액 불일치 간이식 수술도 성공했다. 신동훈 교수는 “최근에는 간 기증자 수술을 복강경이나 로봇수술로도 시도할 만큼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기에 이제 간이식을 위해 이제 서울로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간이식 수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약을 먹고 관리를 꾸준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흡연 과음 비만을 피하고 평소 유산소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 간이식 피해야 할 경우

- 암이 너무 진행된 경우
- 간 내 혈관 침습이 있는 경우
- 간 이외의 장기에 전이가 있는 경우

이흥곤 선임기자 h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