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엉덩이와 허리 관절에 통증이 나타나는 강직성 척추염은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척추 변형으로 장애까지 불러올 수 있는 심각한 병이다. 하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 본 환자들은 허리 디스크와 같은 기타 질환으로 오인해, 적기에 치료 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대한류마티스학회가 발표한 강직성 척추염 환자 1012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고 다양한 진료과를 전전하는 ‘진단 난민’ 기간이 3년(평균 39.78 개월)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직성 척추염은 진단과 치료가 늦어질수록 척추 외 다른 부위까지 침범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진단이 지연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초기 증상이 척추 중심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가 척추관협착증이나 퇴행관절염 등 단순 근골격계 질환으로 오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척추에 염증이 생기면서 나타나는 강직성 척추염의 주요 증상인 통증과 뻣뻣함은 활동을 할수록 심해지는 척추관협착증과 달리 움직일 수록 완화된다. 주로 새벽과 오전에 통증이 악화되는 특징이 있다. 관절 증상 외에도 발꿈치나 갈비뼈 등에 부착부위염과 건선이나 포도막염 같은 피부 및 안구 질환, 심장이나 폐질환 같은 다양한 내과적 질환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강직성 척추염의 가장 큰 문제는 한 번 시작되면 돌이킬 수 없는 척추 변형이 야기된다. 척추변형이 시작되면 허리를 구부리거나 몸을 좌우로 돌릴 수 없어 걷기나 목욕 등과 같은 간단한 일상 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 심각한 경우 수면장애나 우울증 등 심리적인 문제도 겪을 수 있다. 취직 등 사회 활동도 제약돼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다.
따라서 강직성 척추염의 초기 증상이 의심되면 바로 류마티스내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함께 초기부터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강직성 척추염의 치료는 꾸준한 운동과 금연, 약물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초기 환자의 경우, 약물치료는 소염진통제로 알려져 있는 비스테로이드 항염제를 사용한다. 비스테로이드 항염제 치료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환자는 항염증작용이 우수한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해 치료한다. 생물학적 제제는 강직성 척추염의 발병과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염증 매개 물질인 TNF(종양괴사인자)나 IL-17(인터루킨-17)을 차단해 증상을 효과적으로 개선한다.
최근에는 다양한 기전의 생물학적 제제가 등장하면서 통증과 염증 개선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척추 변형 억제를 목표로 하는 포괄적인 치료와 관리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생물학적 제제는 결핵과 같은 감염, 약물 유발 루푸스와 같은 다양한 내과적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의 관리를 받아가며 치료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운동도 필수적이다. 허리, 목, 어깨나 고관절을 펴거나 회전하는 스트레칭과 함께 수영, 자전거 타기, 배드민턴 등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의 생활 운동을 꾸준히 하면 바른 자세 유지와 통증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다.
이처럼 강직성 척추염은 조기 진단과 치료, 운동 요법 병행으로 얼마든지 관리하며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질환이다. 따라서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척추변형으로 인한 기능 장애가 발생하기 전에 지체 없이 류마티스내과를 방문하여 빠르고 정확한 치료를 시작하길 바란다. 이승근·부산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