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대하는 ‘펫팸족’에 이어, 이제는 자기 자신처럼 아끼는 ‘펫미족’까지 등장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 부산도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급속히 늘어나 전국에서 세 번째 가는 ‘반려동물 양육비율이 높은 도시’가 됐다. 그럼에도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사회적 관심과 시선은 그리 따뜻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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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려진 길고양이들. |
매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반려동물 문화교실’(수의사 체험)을 운영하며, 6분가량의 ‘코코의 눈물’이라는 영상을 학생들에게 보여준다. 유전자 차이가 2%인 인간과 마운틴고릴라가 겪는 이야기가 주요 내용이다. 인간은 전 세계 500마리 남은 마운틴고릴라를 사냥하고, 그 사냥을 막았던 다이앤 포시라는 동물보호가가 죽자 아이러니하게도 콩고의 관광 수입이 된다는 것을 안 원주민들이 동물보호에 앞장서게 된다는 줄거리다. 수의학을 공부한 나 역시도 가끔은 우리 스스로를 동물이 아닌 또 다른, 우월한 영역의 존재로 생각하곤 한다. 고작 2% 차이라면 98%는 인간과 고릴라가 같다는 말인데도 인간은 왜 동물 위에 군림해야 한다고 믿고, 모든 것이 인간 먼저여야 한다는 당위성을 가지는지에 대한 물음을 영상물은 던진다.
만약 두뇌의 우수성이 아니라 청각 시각 후각 등의 순서로 우열이 정해진다면 우리 인간이라는 동물은 몇 등이나 할까? 지구라는 큰 생명체를 안고 있는 공간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우리 인간은 어떻게 될까? 왜 구글이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은 하찮은 곰벌레라는 종을 연구할까? 이런 여러 가지 질문을 동물을 진료하고, 개는 어떻고, 고양이는 어떻고, 청진기를 들고 수업을 할 거라고 생각한 수의사 체험 교실에서 학생과 학부모에게 던진다.
우린 수백만 년을 진화해온 동물에게서 정말 아무것도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앞으로 인간이 지속 가능한 삶을 살고 생명 연장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동물에게서 ‘힌트’를 얻어야만 하는 것을 아는지 되묻기 위한 것이었다.
10년 전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 소속 낙동강하구에코센터가 운영하는 부산야생동물치료센터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지구 생태계를 이루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라는 것과 독수리의 수수께끼 같은 골절 후 치유 능력을 보며, 우리와 다른 동물에게서 미래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마치 구글이 곰벌레에서 미래를 보듯 말이다.
대도시라는 공간적인 문제에서 빚어지는 인간과 동물의 불안정한 동거는 동물이 언제든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유기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상존한다. 반려동물의 건강과 복지와 직결된 반려동물 놀이터·보호센터 등은 ‘인간이 먼저’라는 지역주민의 장벽 앞에서 진전을 못 보고 있다.
‘한 나라의 위대함과 그 도덕적 진보는 동물에 대한 처우를 통해 판단할 수 있다’. 마하트마 간디가 한 말이다. 생명의 가치는 인간이나 동물이나 모두 존엄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갈등은 공감으로 이어져 함께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사회로 변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부산시가 지향하는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함께 행복한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도시’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강신영 부산시 동물복지지원단 주무관·수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