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30분. 정확하게 매일 같은 시간 고양이 우다다(갑자기 집안 곳곳을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행동)가 시작된다. 밤새 맛동산과 감자(화장실 모래에 숨겨진 고양이 배변모양이 그것과 비슷해서 집사들은 그렇게 부른다)를 얼마나 만들었는지 확인하고, 사료와 물을 채워준다. 한참을 놀다가 코뽀뽀 세례를 퍼붓고는 다시 잠든다. 4개월 된 고양이 ‘이다’와 나의 아침일상이다. 풀네임은 ‘다스베이다’다.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남편과 내가 고심 끝에 지어준 이름이다.
이다는 지난해 11월 5일 우리 집으로 왔다. 이미 길고양이 3마리를 구조해 함께 살고 있는 지인이 3일 동안 지켜보았지만 어미고양이는 나타나지 않고 겨울비도 내린다고 해서 구조한 한 달 남짓의 아기고양이었다. 아무리 찾아도 임시보호도 해줄 사람이 없어 남편과 깊은 상의 끝에 우리가 맡기로 했다. 정말 임시보호만 하는 거냐고 재차 확인하는 남편에게 당연하다고 답했었지만 그렇게 우리 집에 온 아기고양이는 결국 평생을 우리와 함께 살기로 했다.
초보집사는 공부할 것도, 포기할 것도 많았다. 분유 먹이는 방법, 배변유도하기, 울음과 행동의 이유, 갖가지 고양이 관련 용어 등등 하나하나 찾아보고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 선배 집사친구들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좋아하던 저녁 술자리 약속도 없앴고 늦잠도 포기했다. 한동안은 남편과 강제 각방을 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얻은 것은 더 많다. 처음 고양이 키스를 당했을 때의 기쁨, 아플 때 곁에 와서 해줬던 첫 꾹꾹이, 속상한 일이 있을 때 품을 채워주던 온기. 더 많이 웃고 이야기하는 것. 모두 이다와 함께여서 느끼고 얻은 것이다.
지난해 이다를 만나게 될 즈음, 반여동 재개발지역 길고양이의 밥을 챙겨주는 주민으로부터 철거공사가 임박해 고양이들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동물권 정책을 이야기하는 녹색당이 함께해줄 수 있냐는 요청이었다. 오랫동안 동물보호 활동을 해온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김애라 대표와 반여동 주민과 함께 해운대구청을 찾아가 협조해줄 수 있는 것에 대해 논의했지만 ‘예산이 없어서’ ‘권한이 없어서’ 라는 답답한 행정의 언어는 책임지고 싶지 않다는 것처럼 들렸다. 이후 재개발지역 시공사와 철거업체 현장소장을 만나 급식소 이동통로 확보, 급식을 위한 현장출입 보장, 현장노동자 교육 및 현수막 안내 등을 논의했고 다행히 긍정적인 약속을 받아냈다. 급식소가 치워지고 출입이 차단되는 등 몇 차례 부딪침이 있었지만 다시 협의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반여동은 정말 드문 사례다. 지난해 동래 재개발지역에서는 무리한 공사강행으로 여러 길고양이가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길고양이를 지키키 위해 마지막까지 있었던 주민은 업체로부터 손해배상소송까지 당했고, 당시 겨우 구조했던 고양이들을 현재도 오롯이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 ‘재개발지역의 길고양이 생존권’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지만 전국적인 논의로 확산되지는 못했다. 부산 곳곳에서도 크고 작은 재개발이 진행되거나 예정돼 있다.
이제는 재개발로 얼마의 이윤을 만들어 낼 것인가가 아니라 그 지역에 이미 살고 있는 생명들을 위협하지 않고 함께 사는 것에 대한 책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너무 자주해서 뻔한 것 같은 말, 하지만 꼭 필요한 말.
이윤보다는 생명이고, 우리는 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웃이니까.
강언주 녹색당 부산시당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