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개월간 식물학 등 교육 이수
- 이론·현장실습 통해 해설가 양성
- 현재 640명 배출, 연령대 다양

- 양산국유림관리소 위탁사업맡아
- 금강·대천공원서 프로그램 운영
- 단체 신청땐 대부분 무료로 해설

숲에 가면 막연한 기분부터 생긴다. 역사와 이야기가 다소 빈약하다면 더욱 그러하다. 물론 숲을 알아보는 데 해답은 없지만 일반인이라면 숲의 어디에서 무엇부터 봐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숲을 걸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심지어 무서워지기도 한다. 이런 탐방객을 위해 숲이 있는 공원과 유원지에는 숲해설가가 있다. 숲해설가는 숲속 길잡이부터 수목 소개, 숲이 품은 역사와 스토리(이야기)까지 그 숲의 최고 전문가다. 같은 숲이라도 제각각의 시선으로, 각자 살아온 삶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덧붙여 숲의 진가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숲해설가를 양성하는 ‘사단법인 부산경남숲해설가협회’를 찾았다.

	숲해설가는 숲속 길잡이부터 수목 소개, 숲이 품은 역사와 스토리까지 그 숲에선 최고의 전문가다. 사진은 사단법인 부산경남숲해설가협회가 배출한 숲해설가들이 어린이들과 장애인, 가족 단위 나들이객에게 숲을 설명하는 모습. 부산경남숲해설가 협회 제공

■숲해설가 교육 인증기관

산림청은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산림청장이 인증한 숲해설가 교육과정 운영기관의 교육을 이수한 자에게 숲해설가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부산경남숲해설가협회(이하 협회·상임대표 김윤현)’는 영남권에서 가장 많은 숲해설가를 해마다 정기적으로 양성, 배출하고 있다. 협회는 2009년 ‘한국숲해설가협회 부경협회’로 출범한 뒤 지난해 8월 사단법인으로 정식 출범했다. 현재까지 이 협회를 거쳐 자격을 취득한 숲해설가는 반기별 40명, 총 16기 640명에 달한다. 전국적으로는 지난해 9월 기준으로 8996명의 숲해설가가 배출됐다.

교육과정만 이수하면 숲해설가가 될 수 있지만 교육 과정은 쉽지 않다. 6개월 동안 이론 수업을 140시간 이상, 실습을 30시간 이수한 뒤 일종의 시험인 ‘평가’를 거친다. 숲 생태학을 시작으로 ▷식물학 ▷식생 조사 ▷숲의 인문학 ▷곤충과 야생동물의 이해 ▷산림생태계의 구조 ▷숲 체험 기법 등 20가지가 넘는 폭넓은 과목을 공부해야 한다.

이 협회는 매번 교육 인원 모집 때 정원보다 지원자가 많아 면접을 보고 걸러야 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은퇴 이후 대비,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 통로로 인식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숲해설가의 연령 등에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 40~60대가 교육 인원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1999년생인 대학 1학년부터 1947년생인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교육생이 몰린다.

지난달 이미 내년 상반기 교육생 모집 사전 안내가 공고됐을 정도다. 협회 김상기 사무국장도 사립대 교직원으로 근무하다 정년 퇴임한 뒤 숲해설가로 입문했다. 김 사무국장은 “몇 년 전만 해도 남성은 50대 후반부터 60대, 여성은 40대 중후반이 교육생의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젊은 교육생이 많다”며 “극심한 취업난에 대비하면서 일반적인 자원봉사가 아닌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전문 자원봉사도 할 수 있어 숲해설가 자격을 취득하려는 젊은이들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협회를 비롯해 숲 해설사 양성기관이나 산림복지업으로 등록한 업체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무료 숲 해설 봉사 활동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숲이 사람에게, 사람이 숲에게’

숲해설가들의 상징 마크는 ‘수풀 림(林)’ 자에 빨강과 파랑, 녹색이 조합돼 있다. ‘수풀 림’의 나무 두 그루는 큰 나무와 작은 나무가 이룬 숲을, 빨강은 하늘, 파랑은 땅, 녹색은 지구를 뜻한다. 협회는 “하늘과 땅, 지구상의 큰 나무와 작은 나무가 조화롭게 인간과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상징한다”고 소개했다. 협회의 슬로건도 ‘숲이 사람에게, 사람이 숲에게’로 숲과 사람의 조화와 공존을 강조하고 있다.

숲해설가들은 공원과 유원지 등 숲과 함께하는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다소 무료할 수도 있는 숲 탐방에 활기와 재미를 더해주는 소중한 역할을 숲해설가들은 하고 있다. 숲해설가가 있는 곳을 방문할 때 사전에 일정 인원을 채워 숲 해설을 신청하면 해설가가 동행, 안내한다. 비용은 대부분 무료. 국내에서 돈을 받고 숲 해설을 하는 곳은 없다. 비용은 숲해설가의 고용자인 산림청이나 지자체가 부담한다.

숲해설가들은 고용 환경에 따라 처우가 제각각이지만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으로 급여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일 고용, 일용직 형태로 운영됐던 숲해설가 등은 몇 년 전부터 산림복지 전문가들로 불리며,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의 단체를 구성해 일정한 등록기준(기술인력·자본금·사무실)을 갖추면 산림복지전문업으로 등록할 수 있다. 등록된 산림복지전문업체는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협회도 남부산림청 양산국유림관리소의 위탁을 받아 금강공원과 대천공원에서 숲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숲 해설 서비스는 20명 내외의 단체 방문객이나 학교나 유치원 등 교육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하지만 소규모 방문객을 위한 해설 서비스가 없고, 해설가가 없는 곳도 많아 여전히 숲해설가의 존재와 역할은 낯설다. 협회가 이기대와 금강공원 몰운대 장산대천공원에서 무료 숲 해설 신청을 받고 있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신청이 많지는 않다.

협회 나영숙 교육팀장은 “숲마다 각각의 페이지가 있다. 그런 페이지도 숲해설가들이 저마다의 매력으로 어떻게 설명하는지에 따라 숲의 이해도가 확 달라진다”며 “이런 점에서 숲해설가들이 시민에게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 숲을 제대로 걸어보고 싶다면 지금 당장 그 숲에 해설가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해설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숲 해설가 교육과정 및 숲 해설 신청과 관련한 문의 사항은 협회 인터넷 홈페이지(cafe.daum.net/pukyng.forest)와 사무실 전화 (051)465-2022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