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린생활시설 운영 업주 구성
- 복지네트워크 ‘지역 지킴이단’
- 복지혜택 못 받는 이웃들 발굴
- 맞춤형 해결팀 즉각 가동·해결

극심한 생활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른바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 대상자를 발굴하는 것이 사회복지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대두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찾아가는 복지’가 아닌 ‘신청받는 복지’에만 머무를 수밖에 없는 행정의 한계 속에 사회 보험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이용 대상에서 제외된 사각지대의 시민이 상당하다. 이런 가운데 동네 슈퍼와 미용실 등을 활용해 사회와 제도에 노출되지 않은 복지 사각지대의 어려운 이웃을 찾기 위한 부산의 한 이색 복지 사업이 눈길을 끈다.

	부산복지전화네트워크의 지역사회 지킴이단에 참여한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의 한 고물상 업주와 주민이 고물상에서 사회복지사와 대화하고 있다. 부산복지전화네트워크 제공

■노출되지 않는 ‘복지 무명’

지난해 3월 기준 부산 시민 349만1470명 가운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하 수급자)는 13만5133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3.87%다. 16개 구·군 중 인구 대비 수급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동구와 영도구로, 각각 7.62%와 7.08%였다. 수급자는 정부와 지자체의 보호 대상으로, 이처럼 데이터로 집계가 된다.

문제는 이들 외 차상위계층 등 복지계가 위기 대상으로 정의한 계층이다. 특히 이 가운데 복지관 같은 지역 내 복지시설을 단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아, 당국과 시설에 전혀 노출되지 않은 ‘복지 무명’ 계층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복지 수요가 부산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분류되는 사상구 모라동의 모라종합사회복지관이 최근 복지 사각지대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무려 40명의 대상자를 발굴했다. 나아가 수급자들이 집중된 아파트 단지 내에서만 발굴한 대상자들이라는 점에서 당국과 사회, 제도에 노출되지 않은 복지 대상자가 얼마나 많은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은둔의 1인 가구, 소외된 고령층

최근에는 혼자 사는 어르신(행정용어 독거노인) 외에도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이른바 ‘무연고 사망자’가 부산에서도 해마다 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11년 49명이던 부산의 무연고 사망자는 2014년 70명으로 증가하더니 2016년에는 91명이나 됐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사망자의 연령이다. 2016년 부산지역 무연고 사망자 가운데 40세 미만이 3명, 40세 이상 50세 미만이 8명, 50세 이상 60세 미만이 27명이다. 무연고 사망자의 40%가량이 60세 미만인 셈이다.

이와 함께 어르신들의 경우 정보 접근성이 상당히 제약되면서 사실상 복지서비스 소외 현상이 두드러진다. 복지서비스 기관과 물리적 접근성마저 열악한 지역에 사는 어르신 가운데 당국이 ‘데이터화’하지 못한 어르신은 그야말로 복지 사각지대에 고스란히 놓이는 것이다.

■지역사회와 함께 발굴을

이러한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부산복지전화네트워크(이하 복지네트워크)는 ‘부산복지센터링크’라는 사업을 벌인다. BNK부산은행의 ‘두루누리 행복사업’으로 선정된 이 프로그램은 ‘내 이웃은 내가 지킨다’는 슬로건을 걸고 슈퍼 미용실 약국 등 지역 근린생활시설과 연계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을 발굴하는 것이다. 슈퍼나 미용실을 운영하는 주민이 지역사회 지킴이단으로 활동하면서 공무원과 복지사가 집집이 방문해도 찾아내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의 이웃을 찾는다. 특히 동구 수정동 일원에서는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는 미용실의 업주 7명과 해운대구 반송동에서는 고물상 업주가 지킴이단으로 맹활약한다.

한 미용실 업주는 “보통 파마를 하면 두세 시간이 걸리니 오만 동네 이야기를 다 들을 수 있지 않으냐”며 “어떤 할머니가 아랫집에 혼자 사는 아저씨가 집에서 술만 마시는지 도통 집 밖으로 나오질 않아 걱정된다고 하길래 복지네트워크에다 알려줘 그 아저씨가 도움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고물상 주인 역시 “손수레에 폐지를 담아 오는 어르신들이 하루에 7, 8명이나 되는데, 오실 때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니 그분들 사정, 그 동네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며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하니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있다”고 전했다.

복지네트워크는 지킴이단의 연락이 오면 ‘맞춤형 해결팀’을 즉각 가동해 복지기관 등에 연결한다. 올해는 동구와 해운대구만을 대상으로, 100명의 복지 사각지대 이웃을 발굴해 복지서비스와 연계하는 게 목표다. 현재 10명의 이웃을 찾아 복지기관 등과 연계한 서비스를 벌이고 있다. 부산복지전화네트워크 김영우 국장은 “복지, 보호의 사각지대에 노출된 이웃을 돌보기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가족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복지서비스는 절대적으로 대면해야 하는 만큼 상시적 대면의 공간인 ‘지역’을 복지서비스의 중심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의 (051)888-8888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 부산지역기초생활보장수급자현황  (2017년3월말기준) 구분 수급자인원 인구대비수급자비율 전체 13만5133명 3.87% 동구 6819명 7.62% 영도구 8873명 7.08% 중구 2814명 6.25% 서구 6616명 5.90% 북구 1만5695명 5.08% 사상구 1만1427명 4.93% 사하구 1만3679명 4.10% 부산진구 1만4663명 3.91% 금정구 9001명 3.70% 남구 8756명 3.15% 연제구 6405명 3.09% 기장군 4683명 2.95% 수영구 5108명 2.87% 해운대구 1만1518명 2.76% 동래구 7337명 2.67% 강서구 1739명 1.56% ※자료 : 부산복지전화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