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찜질·산책 등 휴식 취하고
- 손목 통증 등 심할 땐 병원가야

출가한 자식을 둔 부모는 명절이 끝나면 말 못 할 공허함에 빠진다. 모처럼 집이 북적거리다가 자녀와 친척이 썰물처럼 떠나면 가족의 빈 자리로 우울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 명절 전부터 시작된 가사노동에다 명절 기간 손주 육아로 근골격계 질환을 앓기도 한다.

이처럼 명절 후 노년층을 육체·심리적 스트레스에 빠뜨리는 증상을 ‘황혼 명절증후군’이라고 한다. 명절 후 노년층 건강을 위협하는 ‘황혼 명절증후군’ 증상과 극복법을 정리했다.
■자식 떠난 빈 자리에 우울감 남아

A(68) 씨 부부는 지난 추석을 보낸 뒤 우울증에 빠져 한참을 무기력하게 지냈다. 자식들과 손주들이 놀던 거실 한쪽을 멍하니 주시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밤잠을 설치기도 하고 식욕이 떨어져 끼니를 거르기도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은 병원에서 가벼운 노인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최근 명절을 전후로 스트레스 등의 심리적 이유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벌인 명절 스트레스에 관한 설문조사에서는 전국 성인남녀 66.3%가 명절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명절 스트레스는 젊은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노년층의 스트레스는 대부분 가족, 친지로 북적인 명절을 보낸 다음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이 공허함으로 인한 우울증을 호소했다. 노인 우울증은 정신적 압박과 함께 불면증, 식욕 저하, 몸살 등 신체적 증상으로 직접 나타난다.

하지만 부모 대부분은 자식에게 걱정을 끼칠까 봐 혼자 끙끙 앓다가 병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2주 이상 우울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전문의를 찾는 게 바람직하다.

해운대자생한방병원 정호준 의무원장은 19일 “부모님 스스로 가벼운 산책과 운동을 통해 기분을 전환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주기적인 안부 전화 등 자식들의 세심한 관심”이라며 “부모님 연세가 있다면 명절 후에 찾아오는 다양한 형태의 질환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말고 조기에 병원을 찾아 큰 병으로 키우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휴식·찜질로 긴장 풀어줘야

B(여·65) 씨는 명절 연휴가 시작되기도 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먼 길을 달려온 자식이 고생할까 봐 미리 음식 준비에 나섰기 때문이다. 명절 내내 친지를 맞이하고 뒷정리를 하느라 명절이 끝나자마자 허리와 무릎에 통증이 찾아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5년 척추 질환의 월평균 진료 인원은 66만8000명이지만 설 명절이 있는 1∼2월 월평균 진료 인원은 126만3000명으로 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음식을 장만하다 보면 바닥에 앉아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허리와 무릎에 부담을 준다. 쪼그려 앉는 자세는 체중의 7배나 되는 압력이 무릎으로 전달되므로 뻐근함을 느끼기 쉽다.

60대 이상의 부모는 척추와 관절에 이미 퇴행이 진행된 상태여서 간단한 가사노동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음식 장만이나 뒷정리 같은 짧은 명절 기간에 집중되는 가사노동이 후유증으로 남을 수 있다. 명절 후 척추와 관절에 통증이 찾아온다면 휴식과 찜질로 허리와 무릎의 긴장을 풀어주는 게 좋다.

■손목터널증후군 치료 서둘러야

손주를 돌볼 때 반복적으로 안거나 젖병을 물리면서 손목을 자주 사용하는 부모는 손목터널(수근관) 증후군에 걸리기 쉽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는 2016년 17만4763명이고, 이중 여성은 13만5427명으로 환자 5명당 4명꼴이었다. 여성 환자 가운데 70%가량인 9만4738명이 5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중·노년 여성의 주의가 필요하다.

손목터널증후군의 대표 증상으로는 손이 타는 듯한 통증을 들 수 있다. 손목을 자주 사용하다 보면 손목 앞쪽 피부 아래에 뼈와 인대에 의해 형성된 손목터널이 좁아지거나 압력이 증가하면서 정중신경을 압박하게 된다. 이 때문에 손바닥과 손가락 등에 감각 이상과 통증을 느끼게 된다. 손목터널증후군은 밤에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손목통증이 지속된다면 잠자기 전에 온찜질이나 마사지를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후유증으로 고생할 수 있다. 초기에는 간단한 약물치료로도 완치될 수 있으므로 명절 후 손목 통증이 지속된다면 신속히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도움말=정호준 해운대자생한방병원 의무원장, 최종순 고신대복음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