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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령의 한방 이야기] 화병엔 침·한약으로 기혈 다스려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1-29 18:36:32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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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문을 들어서는 그녀의 모습이 모처럼 마냥 20대 아가씨처럼 밝게 보인다. 오늘로 21일째 진료다. 그녀가 처음 이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던 날의 모습이 생각난다. 30대 중반 미혼 아가씨가 오만상을 찌푸린 채 머리를 부여잡고 들어 왔다. 세상 살기가 너무나도 싫은 모습을 지은 채 앉자마자 본인의 넋두리부터 널어놓기를 20여 분.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쇠약이겠거니 생각하고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녀에게서 조금 특이한 증상을 듣게 됐다. 가슴이 답답하다 못해 가슴이 짓누르고, 열이 위로 올랐다 내렸다 하고, 목에 뭐가 하나 맺혀 있는 듯 한 이물질감이 있고, 짜증이 잘 나고 불안하고 초조해지고, 불면증에 시달리고…. 일반적으로 허열이나 심장 화가 많으면 흔히 나타나는 증상인데 그녀는 젊은 나이인데도 이런 증상이 생긴 지 이미 오래됐고, 3~4달 전부터는 예전에 없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단다.

얼굴 전체가 쪼여오고 수축이 되어서 터져 버릴 것 같단다. 심할 때는 얼굴이 얼얼하면서 마비감까지 느끼게 돼 여러 가지 검사와 치료를 해봐도 소용이 없었단다.

이 정도면 중증이다. 가볍게 볼 정도가 아니다.

매우 빠르면서 가라앉은 듯 긴장되어 있어야 할 화병 맥이 도리어 이제 기운을 잃은 채 축 처져 있었다. 목을 만져봐도 아니나 다를까 아가씨인데도 단단히 굳어있다. 심장 허열이 머리로 떠서 이로 인해 머리와 안면 쪽 혈맥이 순환이 안 되는 정도를 넘어 막혀 나가다 보니 얼굴에 수축감과 쪼여오는 고통을 느끼는 상황이었다.

어릴 적부터 무슨 사연이 이리 많았냐고 물어보니 그때부터 펑펑 울기 시작한다. 오랫동안 인내와 인고의 시간이 이제는 그녀를 거의 황폐하게 만들어 놓고 있었다. 여러 병원을 다 다녔는데도 효과가 없어 소문을 듣고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찾아왔다는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의심이 한 가득 묻어 있었다.

기혈을 바로잡아 주는 침과 약을 쓰며 매일 그녀를 10분 정도 면담했다. 특히 심장을 강하게 해주며 심열을 가라앉히고 신경을 편안하게 해주고 기혈을 소통시켜 주는 데 최고의 약으로 치는 공진단을 매일 투여하고 역외심장박동치료기(EECP)를 겸하니 그렇게 수축되고 마비감까지 오던 그녀의 증상이 눈 녹듯이 서서히 없어졌다. 동시에 그녀의 얼굴이 밝게 돌아오기 시작하고 잠도 편안하게 깊이 잠들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진료실 문을 나서는 마지막 날 그녀에게 “이제 화(火)가 많은 가슴이 아니라 따뜻한 가슴으로 인생을 살아가라”는 당부를 전할 생각이다.

광도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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