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방랑기를 연재하기 전 어떤 운동이 좋을지 목록을 만들었다. 몇 개월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므로 체력 안배가 중요했다. 아주 힘들 것 같은 운동과 상대적으로 덜 힘들 듯한 운동을 번갈아가며 배정했다. 이전에 운동 강도가 세다고 알려진 크로스핏을 했던 터라 약간은 쉬어가는 느낌으로 플라잉 요가가 진행될 줄만 알았다. 겉보기만 보고 아무것도 몰랐던 거다.

- 천장에 매달린 해먹서 요가 동작
- 낯선 동작에 떨어질까 걱정 앞서

- 기본자세 물구나무서기 '인버전'
- 허리 펴지며 시원해지는 기분
- 다리 부종 풀어주는 동작 '다빈치'
- 허벅지에 줄 묶이며 고통 밀려와

- 공중에 뜨는 자세 되자 긴장 풀려
- 몇 번 따라하니 손가락 마디 얼얼

부산 남구 대연동 JH요가앤필라테스 정선영 강사는 우선 긴장부터 풀라고 기자를 다독였다. 해먹의 높이는 수련자의 골반 정도로 조정한다. 기자는 167㎝의 키인데 골반 높이로 몸을 띄운 뒤 두 팔로 몸을 지탱하려니 생각보다 무서웠다. 익숙지 않은 동작을 하다가 떨어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앞섰다. 게다가 해먹은 천이니 완전히 고정되지 않고 흔들리기까지 해 중심을 잡기가 꽤 힘들었다. 정 강사는 "플라잉 요가를 수련한 지 4년 정도인데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이 팔의 근력"이라고 했다. 다양한 동작이 우선 팔과 손아귀 힘으로 해먹을 쥐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으로 말린 어깨를 바르게 펴주고 엉덩이와 허리 근육 강화에 도움이 되는 뱀파이어 자세. 사진=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천장에 매달린 해먹 위에 편안하게 눕거나 몸을 감는 등 부드러운 방식으로 진행되는 줄 알았던 플라잉 요가는 상상과는 딴판이었다. 우선은 가장 기본적인 자세 중 하나부터 배워봤다. 머리를 아래로 하는 물구나무서기 자세로 '인버전'이라고 부른다.

해먹을 엉덩이 위쪽의 쏙 들어간 부분에 대고 상체를 뒤로 눕히면서 다리를 들어준다. 이때 양손으로 해먹을 모아쥐고 지탱하면서 뒤로 넘어간다. 다리를 위로 들되 무릎은 최대한 열어주면서 양 발목으로 해먹을 하나씩 걸어 다리를 고정한다. 동작을 완성하고 나니 허리가 펴지고 시원한 느낌이 있었다.

머리를 아래로 하는 인버전 자세에서 시작해 허벅지를 해먹으로 감고 지탱하는 다빈치 자세. 다리 부종 해소에 효과가 크다.

다리의 부종을 풀어주는 동작이면서 초보자도 할 수 있는 동작이라며 정 강사가 '다빈치'를 추천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도 같이 양 팔다리를 다 펼치고 허벅지에 해먹을 감아 지탱하는 자세였다. 이전의 인버전 자세에서 발보다 손을 위쪽에 오게 해먹을 잡고 상체를 위로 일으킨다. 그러면 허벅지에 해먹이 감긴다. 그때 양다리를 펴고 넓혀주면서 지탱한다. 허벅지 안쪽을 줄로 한 번 돌려 묶은 자세로 버텨야 하니 비명이 나오게 아팠다. 정 강사는 "아프지만 허벅지 안의 림프를 자극해 부종을 빼는 데 무척 효과적이다. 다음 날 멍이 들어 있겠지만 너무 걱정말라"고 했다. 하지만 당장 줄을 끊고 내려오고 싶을 만큼 아파서 이를 꽉 다물고 참아야 했다.

두 손으로 해먹을 잡고 한 다리를 걸친 뒤 최대한 늘려주는 홀리 그레일. 허벅지 앞쪽과 등이 시원하다.

생각보다 팔의 근력과 손아귀 힘이 꽤 필요해 첫날은 무척 애를 먹었다. 동작 몇 개를 따라 했을 뿐인데 손가락과 손바닥이 너무 얼얼해 줄에서 내려와 한참을 쉬어야 했다. 벌게진 손을 연신 주무르며 눈으로만 강사의 움직임을 좇았다. 그러면서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멍해졌다. TV나 동영상으로 접한 플라잉 요가는 우아한 몸짓으로 줄에 매달려 편안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내 모습은 거미줄에 걸린 메뚜기처럼 해먹을 어떻게 제어할지 몰라 허둥댈 뿐이었다. 다음 날 손은 주먹을 쥘 수 없을 정도로 아팠고 허벅지와 겨드랑이에는 피멍이 들었다. '고이 접어 나빌레라' 같이 보이던 플라잉 요가가 아니었다.

손이 너무 아파 힘들어하니 조금은 휴식할 수 있는 포즈를 안내해 줬다. 굽은 어깨를 펴고 뒤태가 예뻐지는 '뱀파이어' 동작이었다. 해먹에 들어가 앉아 무릎을 천으로 싸고 양어깨를 감싼 뒤 어깨 쪽 해먹을 쥐고 다리를 들어 뒷구르기하듯 뒤로 넘어간다. 마치 박쥐의 날개처럼 해먹이 어깨와 무릎을 지탱해주므로 공중에 나는 듯한 자세가 된다. 엉덩이를 최대한 낮추면 등과 허리의 긴장도 풀 수 있다.


# 시작하기 앞서 주의할 점

- 몸에 달라붙는 운동복 입고 액세서리는 빼야
- 고혈압 앓고 안압 높다면 자제를

해먹의 높이는 발뒤꿈치를 5㎝ 정도 들고 섰을 때 골반까지 오도록 조정해야 자신의 키에 잘 맞게 된다.

플라잉 요가에는 겨드랑이를 덮는 반팔 티셔츠와 허벅지를 다 가릴 수 있는 타이츠 같은 복장이 적합하다. 겨드랑이를 덮어야 하는 이유는 부드럽고 약한 피부가 해먹에 쓸려서 상처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먹 자체는 100% 실크로 얇고 탄성이 있는 천이다. 하지만 동작을 하다 보면 해먹을 모아 쥐어서 마치 밧줄처럼 되는 경우도 많다.

허벅지를 덮는 길이의 타이츠를 권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요가팬츠같이 발목으로 갈수록 통이 넓어지거나 엉덩이부터 발목까지 일자로 통이 큰 운동복도 안 된다. 통이 넓으면 해먹에 휘감기기 쉬워 동작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어서다. 양말은 신지 않고 맨발로 한다.

복장을 갖추고 귀걸이, 목걸이, 반지 등의 액세서리는 꼭 빼놓아야 한다. 금속성인 액세서리에 부드러운 해먹이 걸려 손상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액세서리를 착용한 상태로 해먹에 걸리면 피부도 찢어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빼놓아야 한다. 피어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해먹의 높이는 사용자의 키에 맞춰야 한다. 바닥에 똑바로 서서 발뒤꿈치를 5㎝ 정도 들고 섰을 때 해먹이 골반뼈까지 오면 적절한 높이다. 천장에 U자 형태로 매달린 해먹은 보통 1000㎏까지 버틸 수 있으므로 해먹 위에 올라타거나 선다고 하더라도 해먹이 끊어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호흡은 코로 들이쉬고 내쉬면서 팔다리가 몸통에서 멀어지면 호흡을 내뱉는다고 생각하면 쉽다.

플라잉 요가는 고혈압을 앓거나 안압이 높은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머리를 지면 쪽으로 해서 해먹에 매달리는 동작이 있기 때문이다. 병증이 없더라도 수업에 참여하다가 어지럼증이 심해지면 줄에서 내려와 휴식하기를 권한다. 그 대신에 요통이 있거나 하체의 부종이 심한 사람에게는 좋은 운동이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