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도 얼굴이 노랗게 들뜬 황달이 심한 20대 중반의 젊은 남자가 응급실로 내원했다. 혈액검사에서 일명 간(염) 수치라 불리는 아미노전이효소 수치가 1500이 넘고 황달을 보여주는 빌리루빈 값이 8이 나왔다. 환자는 5일 전부터 입맛이 없고 피로했으나 최근 일이 힘들어서 그런가 여겼다고 한다. 술도 거의 마시지 않고 어릴 때 간염 예방 접종은 다 받았다고 한다. 전형적인 급성 A형 간염이 의심되는 경우이다. 입원해 간세포 재생과 간기능 회복에 도움이 되는 주사제와 함께 경구 약제를 투여받으면서 간기능 관련 이상 수치는 서서히 좋아졌다. 며칠 후 IgM 항A형 간염항체가 양성으로 나와 급성 A형 간염으로 확진 받았다.
과거 '황달=간질환' 정도의 상식만 가지고 있던 시절, 젊은 사람이 황달이 생겨 의원에서 혈액검사를 해보고는 아미노전이효소가 정상의 20~30배가 넘는 1500~2500이 나온 걸 보고 무척 걱정스러운 얼굴로 입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A형 간염이 혈액형 A형인 사람만 걸리는 줄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간혹 만날 수 있었다.
A형 간염을 일으키는 A형 간염바이러스의 전파는 식중독과 감염경로가 유사하다. 즉 대부분 대변-경구로 감염되므로 청결하지 못한 위생 환경과 관련 있어 후진국 병이라 일컫기도 하나, 이는 절반만 맞는 얘기이다. 실제 중남미나 아프리카 등 위생환경이 나쁜 저개발국가에서는 대부분 소아 시기에 A형 간염을 앓는데, 6세 미만에 감염될 경우 70% 이상이 경증이나 무증상감염으로 지나 가버린 뒤 평생 면역을 얻게 된다.
우리나라처럼 적당히(?) 위생적인 국가에서는 어릴 때 청결히 지내 항체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가 청소년기나 청년기에 A형 간염바이러스에 노출되면 황달, 무기력 등의 증상을 보이는 간염을 앓게 되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 1997년부터 A형 간염 예방접종이 이뤄지면서 유아에서 10대까지는 절반 이상이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 40대 이후는 어릴 때 거의 증상이 없는 불현성 A형 간염을 앓고 지나면서 생긴 자연면역을 70~90% 이상 지녀 우리나라 국민 중 급성 A형 간염에 가장 취약한 세대는 20, 30대다. A형 간염 백신은 2회 접종 후 항체 생성률이 거의 100%로 강력한 예방 효과가 있지만, 성인 예방접종 권고 대상은 집단생활을 하는 군인 등 바이러스 노출 고위험군에 국한됐다. 최근 국내 유행과 후유증을 고려해 고위험군이 아니더라도 항체가 없는 사람은 급성 A형 간염 백신을 맞도록 권고되고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위생적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외출 및 화장실 다녀온 후 손 씻기, 음식은 열을 가해 충분히 조리하기, 채소·과일은 깨끗하게 씻어 먹기 등을 잘 지킨다면 A형 간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정재훈 부산의료원 소화기내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