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병원이 특화된 클리닉과 서비스를 광고한다. 광고는 환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히고 새로운 수요창출을 위해 순기능을 하지만 일부 무분별하고 상업적인 병원광고를 볼 때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병원의 차별화된 역량과 경쟁은 '의료의 질'을 통해 내실을 다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술(仁術)이 깨지고 환자는 과잉진료비를 떠안을 수 있으며, 병원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힘들 수 있다. 

의료의 질은 결론적으로 환자 입장에서 가장 경제적이고 우수한 치료 결과와 서비스를 제공해 궁극적으로 좋은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병원브랜드를 키워나가는데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중요하다. 의료의 질은 의사들의 전문 의료서비스, 구성원들의 역량과 운영시스템, 고객경험관리와 환경서비스 등 종합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요즘 환자안전, 감염예방, 의료기관 인증 획득 등 시대적인 변화와 정부 정책의 외부 환경도 함께 살피면서 질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이중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의사의 실력이 중요하다. 실력이 부족하면 결국 의료사고와 환자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력이 부족하다면 최신 의학과 의료기술 발전에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계속해서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의사면허 취득이나 전문의 시험에 합격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또 의사들은 친절과 배려, 소통, 공감으로 진료서비스를 새롭게 변화시켜야 한다. 과거의 진료행태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서는 환자에게 좋은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

필자가 경영하는 부민병원은 매년 의료 질 향상을 위한 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 인당의료재단 산하 4개 병원 정형외과, 신경외과 의사가 한자리에 모여 최신 치료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다. 지난달 7일 '재건의학 분야의 관절·척추 최신수술법'에 대해 열띤 토의가 이루어졌다. 어깨 재발성 불안정성의 관절 내시경 치료, 93세 초고령 척추관협착증 환자의 척추수술 등 보기 드문 사례 발표와 함께 빠르게 변하는 척추 비수술적 치료에 대해서도 정보 공유가 이뤄졌다.

특히 세미나에서는 표준화된 진료시스템(Critical Pathway·CP)을 공유해 환자에게 가장 경제적이고 안전하며 빠른 회복을 도모하는 데 뜻을 모았다. CP에는 수술 전후 검사와 약물치료, 통증관리, 마취 등 다방면에 걸쳐 논의된다. 최근 미국 정형외과 전문병원 HSS가 운영하는 치료프로토콜도 함께 접목해 인공관절수술과 재활프로그램에 변화와 발전을 꾀했다. 학술세미나 토의 때 의사들의 출신학교, 직위, 나이는 중요치 않다. 오로지 환자들에게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의사의 실력을 높이고 선진화된 병원문화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흔히 의료는 인체를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실력, 경험, 인술을 아우르는 고도의 종합예술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생명을 다루는 의료야말로 불량률이 '제로'(0)여야 한다고 인식할 정도로 질 관리가 완벽하게 이뤄져야 하는 분야다. 

정흥태 인당의료재단 부민병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