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은 여자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라고 했던가. 흔히 임신 때 오는 요통을 축복에 따르는 작은 고통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여성들이 있다. "임신하면 원래 허리가 아픈 것 맞지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죠"라고 웃으면서 허리고통을 참는 여성 환자를 보면서 어머니의 위대함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임신 때 허리가 아플 수 있는 이유로는 첫째, 배가 불러오면서 허리의 굴곡은 더 심해지고, 이로 인해 허리에 더 많은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배가 나온 중년 남성들이 허리가 아픈 이유와 같다. 이런 현상은 임신 말기로 갈수록 심해진다. 둘째는 임신에 따른 호르몬 변화를 들 수 있다. 이때 분비되는 호르몬은 딱딱하고 강한 근육과 인대를 부드럽고 잘 이완되게 해주는 역할을 해 태아가 자라면서 자궁이 커지는 것을 저항 없이 받아 들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약해진 인대나 근육, 특히 복부근육의 약화가 허리에 통증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이가 성장하면서 골반 아래쪽에 위치한 치골 부위와 척추뼈와 골반뼈 사이의 관절인 천장관절 부위의 관절을 벌어지게 함으로써 엉덩이와 허리 주위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이처럼 임신 때 요통이 잘 올 수 있지만 그렇다고 요통이 임신한 여성을 항상 괴롭히는 것은 아니다. 준비된 여성은 임신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요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요통 예방을 위한 방법으로는 우선 임신되기 3, 4개월 전부터 허리 및 복부근육 강화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임신 때 호르몬의 변화로 허리근육이 약해지는 것을 막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신발의 변화이다. 처녀 때는 하이힐을 신고 몸매를 멋지게 가꾸지만 임신 중에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신발굽이 높을수록 허리의 굴곡은 더 심해지고 요통은 급속도로 찾아오게 되므로 굽이 낮은 신발로 바꿔 신는 지혜가 필요하다.

흔히 분만 후 조리를 잘못하면 평생 신경통 등으로 고생한다고 한다. 간혹, 임신 중에는 허리가 아프지 않았는데 분만 후 심한 요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분만 후에 꾸부정하게 앉은 자세에서 수유를 하거나 기저귀 빨래 등 가사일의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신 전과 마찬가지로 꾸준한 요통체조를 해 허리 및 복부 근력을 키워야 한다. 아이를 안을 때는 앞에서 안는 것보다 배낭 모양의 끈을 이용해 뒤로 업는 것이 허리에 좋은 자세이다. 특히 아이의 체중이 늘면서 반복적으로 아이를 안거나 놀아주다 보면 허리를 다치기가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임신은 여자의 가장 큰 행복이지만 요통을 가져다 주는 또 다른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미리미리 허리를 튼튼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신 전부터 꾸준한 운동으로 허리근육을 튼튼하게 하면 임신 중에는 물론이고 출산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공창봉 부산부민병원 척추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