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모(40) 씨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간 기능 검사 결과는 정상이나 C형 간염 항체가 양성으로 나와 C형 간염이 의심된다고 통보받았다. 이전에 간이 나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던 터라 걱정이 돼 소화기내과를 찾았다. 안 씨는 정말로 위중한 간 질환이 있는 것일까.
C형 간염은 혈액을 매개로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간세포가 감염되어 발생한다. 예전에는 수혈을 통한 감염이 주된 원인이었으나 최근에는 정맥주사 약물 남용이나 혈액 노출 가능성이 있는 수술, 주사침 찔림, 문신 등이 위험인자로 여겨지나 절반가량은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1월 한 의원의 주사기 재사용으로 100명가량이 집단 감염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되기도 했다.
C형 간염 항체가 양성인 경우 과거 C형 간염바이러스에 노출되었음을 의미하여, 혈중 C형 간염바이러스 RNA 검사를 통해 감염 여부를 확진할 수 있다. 바이러스가 체내로 들어온 지 6개월 이내를 급성 C형 간염이라고 한다. 이 중 20%는 저절로 바이러스가 소실되는 데, 6개월 이상 소실되지 않고 지속되는 경우를 만성 C형 간염이라 한다.
만성 C형 간염의 2~24%가 20년 이상 경과 후 간경변증으로 진행된다. 간경변증이 일단 발생하면 간암 발생 위험도가 높아진다. 50세가 넘으면 간경변증, 60세가 넘으면 간암 발생 위험이 높아져 70세 이상에서는 B형 간염을 제치고 국내 간암 발생의 첫 번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 C형 간염은 증상이 없고, 간 기능 검사 수치가 경미하게 늘거나 정상 범위 내 있는 경우가 많아 감염된 이후로도 인지하지 못하고 수년간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해서, 종종 복수가 차고 간성 혼수가 발생해 진행성 간경변증 증상이 발현했을 때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
기존의 인터페론 주사 치료는 바이러스의 유전자형에 따라 6개월에서 1년간 주 1회 피하 주사를 맞는 것인데 완치율이 유전자형에 따라 50~80%로 비교적 낮은 편이고 치료 부작용이 심해 중도에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상당히 흔했다. 이미 간경변증이 진행하지 않은 환자의 경우 간 조직 검사를 시행하여 2단계 이상의 섬유화가 있을 경우, 즉 간경변증으로 진행 위험이 높은 경우에 한해 적극적으로 치료를 권고하여 왔다.
다행히 최근 인터페론 주사 없이 95% 이상 완치를 보이는 먹는 약들이 개발돼 임상 진료에 속속 도입되고 있다. 새로운 약제는 투약기간이 3개월 혹은 6개월로 단축되었고 기존 치료에 비해 부작용이 경미하다. 따라서 간경변증이 진행한 환자뿐 아니라 초기 환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치료를 적용하여 환자들의 장기 예후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완치됐다 해도 방어 항체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며, 감염 후 바이러스가 증식하면서 다양한 돌연변이를 만드는 특성으로 인해 백신 개발이 어렵기 때문에 C형 간염에 감염되지 않은 일반인이나 감염 후 완치된 환자 모두 타인의 혈액에 노출되는 상황을 피하도록 개인위생에 신경을 써야 한다.
허내윤 인제대해운대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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