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병원 이병주 이비인후과 교수가 갑상선암으로 의심되는 여성환자를 촉진하고 있다.

- 생존율 높아 초음파 검사하며
- 지켜보자는 일부 주장 있지만
- 환자 불안감에 스트레스 많아
- 크기 커져 뒤늦게 수술 다반사

- 목소리 관련 반회후두신경
- 식도·피막 부근은 즉각 수술을

수년 전 한 언론에 '어느 여교수의 황당 체험'이라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기사에 따르면 1㎝ 이하의 작은 갑상선암이 발견됐던 그 환자는 한국의 모든 의사는 수술을 하자고 하는 반면 일본의 암 연구소 부속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으니 지켜보자고 한다. 그래서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수술 없이 관찰하고 있다. 결국 이 기사는 한국의 의료 현실이 즉각적인 수술이 필요 없는 환자에 대해 과도하게 수술을 많이 권유하고 있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갑상선은 기도 앞쪽에 위치한 나비모양의 기관으로, 갑상선 호르몬을 생산 및 저장했다가 필요 시 혈류로 보내는 기능을 한다. 갑상선유두암은 갑상선암 가운데 가장 흔한 종류로, 전체 갑상선암 중 70% 정도를 차지한다. 중년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고 비교적 치료에 잘 반응하며 예후도 좋아 일명 '거북이 암'으로 불린다.

■'거북이 암' 혹은 '착한 암'

매우 천천히 자라 '착한 암'으로도 불리는 갑상선유두암을 평생 갖고 아무 문제없이 잘 사는 사람도 있다. 설사 조금 커져 전이가 된 상태로 수술해도 예후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갑상선암이 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는 정부의 정기적인 건강검진 장려정책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초음파 검진에 의해 작은 갑상선암이 발견되고 이로 인해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갑상선 수술이 시행되고 있다는 일부 주장이 의료계의 이슈로 등장했다. 이런 영향으로 갑상선암을 지켜보면 안 되는지에 대해 문의하는 환자가 종종 있고, 더러는 수년 동안 지켜보는 경우도 간혹 있다.

이를 두고 부산대병원 이비인후과 이병주 교수는 재밌는 비유를 했다. "초기 갑상선암 환자는 갑상선암 때문에 사망할 확률보다 다른 일로 사망할 확률이 높다." 초기의 갑상선암 환자가 '수술 후 관리를 위해 무엇을 조심해야 하나요'라고 물으면 '차 사고 조심하세요!'라고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예후가 좋다는 뜻이다. 이러한 측면은 갑상선암의 사망률로만 보면 맞는 말이다.

갑상선암이 생존율이 좋다는 것은 맞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재발률이다. 아무리 생존율이 높은 갑상선암이라도 30년 이상 관찰하면 생존율은 매우 높지만 환자의 30% 정도에서 재발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갑상선암이 피막 침범이 되었거나 림프절 전이가 심한 경우 재발률이 아주 높다.

초기 갑상선암은 수술로 완치할 것인지, 아니면 조금 나이가 들어 재발할 경우 수술을 한 번 또는 여러 번 더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다. 요즘은 죽고 사는 것보다는 수술 후 삶의 질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그 여 교수는 지금쯤 어떻게 하고 있을까. 일본을 오가면서 갑상선암 크기를 관찰하다가 결국 커져 수술을 했다고 한다. 어차피 수술을 해야 하는데, 일부 연구자들의 '작은 갑상선암은 지켜보자'는 주장에 동조하다 뒤늦게 수술을 한 것이다. 작은 갑상선암을 지켜보자고 하는 연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본의 두 곳의 암 전문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다. 아직 갑상선암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초기 갑상선암을 두고 반복적인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지켜보자는 주장은 논란이 있다.

■환자 상황에 맞게 치료해야

작은 갑상선암을 지켜보자고 하는 연구자는 모든 작은 갑상선암을 지켜보는 것일까. 아니다. 크기가 작아도 목소리에 관여하는 반회후두신경이나 식도 부근 또는 피막 부근에 위치하고 있는 갑상선암은 크기에 관계없이 즉각 수술해야 한다.

갑상선 초기암을 수술 없이 지켜보자는 연구자의 연구 결과는 어떨까. 대부분의 작은 갑상선암은 크기 변화가 많지 않지만 불안 등의 이유로 수술을 택한 환자가 많았고 관찰하던 갑상선암의 15%에서 크기가 커지거나 림프절 전이가 발생했다고 보고됐다. 즉 불안감이 커지면서 반복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스트레스로 오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최근 여러 이슈에 전문가의 의견은 빠지고 경제논리로 해결하려는 경우가 적지 않다. 평상 시엔 전문가를 이익집단으로 보다가 세월호나 메르스 사태 등 큰 문제가 생기면 전문가로 대접하고 의견을 요청한다. 이 교수는 "이와 유사한 일이 갑상선암 치료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환자는 상황에 맞게 치료방법이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도움말=이병주 부산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