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은 면역체계가 우리 몸의 세포를 외부 침입물질로 잘못 인식해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증상은 면역세포가 피부를 외부 오염물질로 판단, 스스로를 공격해 피부혈관이 과잉 생성되고 정상인에 비해 각질이 빠르게 증식돼 나타난다. 홍반이 나타나며 그 부위에 은백색의 각질이 겹겹이 쌓여 주변의 피부가 전체적으로 두꺼워진다.
문제는 건선을 오래 앓으면 다양한 동반질환이 함께 나타나기 쉽다. 특히 건선관절염은 건선 환자 4명 중 1명에게 나타난다. 이유 없이 손·발의 관절이 붓거나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관절이 뻣뻣해지는 조조강직 증상이 있다면 건선관절염일 위험이 높다. 해서, 건선 환자라면 미세한 관절통이라도 가벼이 넘기지 말고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을 해야 한다.
건선관절염의 조기 진단이 강조되는 이유는 관절의 특성상 한 번 변형이 일어나면 다시 원래의 상태로 복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건선관절염 환자들은 조기에 진단받고 적극 치료를 받아야 영구적인 관절 손상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건선 환자들이 건선관절염을 단순한 관절통으로 오인하거나, 인터넷 등에서 본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시도하다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몇 년 전 한 건선 환자도 민간요법으로 시간을 허비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고 이미 상당 부분 관절 변형이 진행된 후 찾아왔다. 지금은 증상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왼손 새끼손가락은 밖으로 휘어진 채 굳어 있어 아쉬움이 남곤 한다.
건선관절염은 약물과 운동을 동시에 처방한다. 약물 치료로는 증상에 따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나 항류마티스 억제제, 생물학적 제제 등을 사용한다. 이 중 생물학적 제제는 관절 변형을 억제하는 효과를 입증하고 치료 예후가 좋은 편이어서 사용이 늘고 있다. 최근 건선관절염 환자는 산정특례 대상에 선정돼 본인 부담금이 낮아져 고가의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는 데 대한 경제적 부담도 크게 줄었다. 운동 치료로는 유연성을 길러 관절의 운동능력을 잃지 않도록 요가나 스트레칭 등을 추천한다.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가벼운 운동은 근육과 인대를 강화하고 강직 증상을 호전시켜 주는 데 도움을 준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건선과 건선관절염은 다른 질환으로 잘못 진단되거나 서울의 일부 병원에서만 치료받을 수 있는 난치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효과적인 치료제도 많이 개발되고 환자의 치료 환경도 크게 개선돼 체계적으로 치료한다면 다른 만성 질환처럼 관리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환자들도 완치로 가는 첩경은 꾸준한 치료라는 점을 명심하고 항상 자신의 몸 상태에 주의를 기울여 조기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
김병수 부산대병원 피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