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출신의 쿠온 스레이펜(왼쪽)씨가 중국에서 온 왕샤오위 씨의 손톱을 다듬어 주고 있다. 쿠온 스레이펜씨는 우미주 모임에서 총무를 맡아 활동 중이다.

- 매주 목요일 해운대서 모임
- 주도적으로 임원단 구성해
- 배우고 싶은 분야 스스로 선정
- 회원이 직접 강사로 나서기도

- 다문화가정지원법 제정 6년
- 초기 한국사회 적응 지원보다
- 역량 강화 통해 구성원 역할
- 다할 수 있도록 힘 쏟아야

결혼이주자에 대한 시선은 동정이나 호기심이 대부분이다. 도와주거나 배려해주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그나마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다.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에서 결혼하기 위해 한국에 온 사람들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도 엄연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발전해 자신이 받은 도움을 지역사회에 돌려주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결혼이주여성 자조모임 '우미주(우리가 미래의 주인공이다)'가 주인공이다. 지난달 부산 해운대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출범한 이들의 정기 프로그램을 살펴봤다.

■우리가 미래의 주인공이다

	이날 오렌지색으로 네일 컬러를 칠한 왕샤오위 씨가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해운대구 문화복합센터 4층. '우미주(우리가 미래의 주인공이다)'의 네일아트 교실에 들어서자 실내는 다양한 언어로 가득했다. 베트남어, 중국어, 영어 등 각국의 언어가 난무했다. 서로를 부를 때 "언니!"라는 우리말도 자주 들렸다. 이 센터 조금순 팀장은 "이곳에 오면 국적이 같은 결혼이주여성끼리 모국어로 실컷 이야기한다. 모국어를 마음대로 쓰며 여러 이야기를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것 자체도 이들에게는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 모임의 특성은 결혼이주여성들의 자율성과 자주성을 강조한 점이다. 임원단을 구성해 스스로 모임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회장을 맡은 이장미(35·해운대구 송정동) 씨는 필리핀이 고향이다. 이 씨는 "2009년 한국에 왔다. 지금은 이 센터에서 영어와 필리핀어 통역을 맡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 씨는 "회장을 뽑는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하겠다고 자원했다. 적극적인 성격도 있지만 우리 모임이 잘 되도록 열심히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했다.

조 팀장은 "2008년 다문화가정지원지원법이 제정된 이후 6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런만큼 이제는 결혼이주여성 지원정책도 초기 한국 적응을 위한 것보다는 이주여성들이 역량 강화를 통해 사회구성원으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쪽으로 힘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결혼이주여성이 더 이상 지역사회나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역량을 키워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자조모임의 이름도 우리가 미래의 주인공이라는 뜻의 우미주라고 지었다.

■서로의 재능을 나누다

모임은 매주 목요일 10시에 열린다. 프로그램은 회원들이 배우고 싶어하는 분야를 그때그때 정해 강사를 초빙하거나 스스로 강의를 맡기도 한다. 취재 당일 네일아트 강의는 관련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중국 출신의 박초련(34·해운대구 재송동) 씨가 맡았다.

박 씨는 한국에 온 뒤 메이크업 자격증을 따냈다. 중국에 있을 때부터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말도 잘 안되고 적응하느라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위축됐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지금은 스스로 일해 돈을 벌 수 있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는 것 때문에도 무척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우미주 활동에 대해 남편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박 씨는 "남편은 이 센터에 간다고 하면 무조건 찬성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얼마든지 해보라고 믿어준다. 그리고 이전에는 아이 옷을 하나 사거나 내 화장품을 사도 남편에서 돈을 달라고 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게 돼서 남편한테 용돈도 가끔 주고 더 즐겁다"며 웃었다.

곁에서 네일 아트를 받고 있던 김민정(28·해운대구 반송2동) 씨는 부회장을 맡았다. 김 씨는 베트남 하노이 인근이 고향으로 한국에는 2007년에 왔다. 그는 "베트남 신부들을 도와주는 통역사가 꿈이다. 현재 이중언어 통역사 공부를 하고 있고, 한식조리사 자격증도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작년에는 운전면허를 땄다. 앞으로도 회원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분야를 정해 지금처럼 꾸준히 해 나갔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우미주 회원들은 현재 34명이며 40명 정도로 운영할 계획이다.

다른 가족들도 이주여성센터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에는 거부감이 없다. 조 팀장은 "아직 한국어나 한국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그런만큼 가족들이 외부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 센터에서 하는 일은 안전한데다 한국어를 더 배워오니 가족들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우미주는 다음달 나눔장터도 열 예정이다. 각자 가정에서 가져온 육아용품 등을 판매한 뒤 생기는 수익금의 사용처는 회원들이 결정한다. 또 지역 내 경로당을 찾아가 각자 고향음식으로 어르신들을 대접할 계획도 갖고 있다. 조 팀장은 "이주여성들이 한국어를 익히고 우리 사회에 적응하고 나면 여러 사회활동을 하게 된다. 회장단을 구성해 모임 운영을 맡긴 것도 조직생활의 분위기를 알려주려는 의도도 있다"며 이들에 대한 응원을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