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정상 간, 알코올성 지방간, 알코올성 간경화 모습.

- 간 해독능력보다 음주 등 과하면
- 지방간 생겨 지방간염으로 번져
- 피로감 쉽게 느끼고 소화 안돼
- 금주·금연으로 정상 회복 가능
- 그 단계 넘으면 심각한 간경화
- 복수·황달 등 각종 합병증 고통

영업직 회사원 김모(48) 씨. 하루가 멀다 하고 술자리를 가진다. 그것도 일주일에 1~2회는 '폭탄주'를 곁들인 과음이다. 군대 시절부터 배운 담배는 하루 1갑 이상 핀다. 이렇다 보니 배가 튀어나왔고, 과음 뒷날에는 직장에 지각하기 일쑤다.

23년째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모(53) 씨. 평소 술을 즐기고 손님들이 권하는 술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던 최 씨는 허리둘레가 점점 커졌고 소화도 잘 안됐다. 근래에는 속이 더부룩하고 소변을 보면 붉은기가 돌았다.

술(알코올)과 간은 밀접한 관계다. 전 세계적으로 남녀 불문하고 알코올성 간질환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고신대병원 내과교실(간 내과) 박은택 교수는 "간의 해독능력보다 많은 술을 계속 마시면 알코올성 지방간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데, 이는 알코올의 지방산들이 쌓이며 간세포가 커지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배에 결림이나 불편함을 느낀다. 더 이상 술을 마시지 말라는 몸의 신호"라고 말했다.

■ 간기능 회복, 금주·금연 필수

김 씨처럼 음주와 흡연을 과도하게 지속적으로 하면 지방간뿐 아니라 알코올성 지방간염으로 접어든다. 간세포의 80% 이상이 손상돼야 간기능에 문제가 생기므로 간기능 이상을 동반한 상태는 간 손상이 이미 상당 부분 이뤄졌음을 뜻한다. 물론 이때도 금주와 금연으로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쉽게 피로하고, 기름진 음식을 먹었을 때 소화가 잘 안 되거나 음주 후 심한 숙취가 생길 수 있다.

간기능의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금연이 필수 요소다. 흡연은 간으로 가는 혈관의 수축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탈수와 영양 부족 또한 간 손상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수분과 탄수화물 등을 충분하게 섭취해야 한다.

최 씨는 지방간염 단계를 넘어 알코올성 간경화와 그에 따른 합병증(복수, 황달, 간성 뇌증 등)의 심각한 소견이 나타났다. 지방간이나 지방간염은 금주와 치료 후 정상 간으로 회복될 수 있지만, 간경화는 정상 간으로 되돌아갈 수 없고 금주를 해도 합병증에 시달린다. 이처럼 중증의 간경화 환자는 입원을 원칙으로 하고 금주, 수액요법, 비타민 투여, 적절한 영양공급 등 다양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간은 각종 물질을 해독, 소변으로 원활히 배설되도록 하는 기능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음식 소화기관이다. 예를 들어 지방성분을 섭취하면 간에서 담도를 통해 분비하는 담즙 속에 담즙산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성분이 있어야만 지방이 소장에서 흡수된다. 또 섭취한 탄수화물은 간에 저장한 후 필요할 때마다 분해해 사용한다. 따라서 간기능이 나쁘면 간에 탄수화물을 많이 저장하지 못해 조금만 움직여도 저장소가 금방 고갈돼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

박 교수는 "간을 튼튼하게 하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간을 손상시키지 않으면 건강을 유지하는데 지장이 없다. 간은 쉽게 재생이 되고 회복도 빠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과음, 흡연, 비만, 고지혈증 등을 간 손상 원인으로 꼽았다.

■ 술 안 마셔도 오는 간질환

술을 입에 대지도 않는 주부 권모(55) 씨. 그동안 비만이 있었지만 별다른 운동이나 식이요법 없이 지냈다. 그런데 최근 건강검사에서 간기능 이상과 심한 지방간, 제2형 당뇨병 및 고지혈증 진단을 받았다.

권 씨의 경우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다. 알코올을 섭취하지 않지만, 알코올성 지방간염과 같은 양상을 보인다. 보통 비만이 심하고 당뇨 등 대사증후군이 있으면 간에 지방성분이 축적되고, 그것이 심해지면 지방성분이 간세포를 파괴하는 지경에 이른다. 결국에는 간에 섬유성 변화가 와서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간경화가 오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문제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 간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뇌혈관·심장질환 등과 같은 성인병 발생의 주요 척도가 된다는 점이다. 이런 때는 체중을 서서히 줄이고 당뇨, 고지혈증 등을 철저히 조절해야 한다.